마우스를 붓 삼아… 미디어 작가들, ‘OLED 스크린’ 수놓다
‘아가몬 대백과…’ 전시한 추수 작가
“어릴 때부터 게임 즐기고 홈피 제작… 내게 디지털매체는 모국어와 같아”
세계적 작가들, 좋은 스크린 찾아 한국 기업에 먼저 “쓰고 싶다” 요청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박스에서 열리는 프로젝트 ‘MMCA×LG OLED’ 시리즈의 첫 주인공 추수 작가의 전시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의 모습이다. 이 전시에는 미디어 작품뿐 아니라 영상 속 그래픽과 비슷한 형태의 조각 ‘아가몬’이 한가운데 놓여 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실물 조각보다 영상 속 형체가 오감을 더욱 일깨운다. 시골 벌판에서 듣는 장작불 소리보다 고성능 마이크로 녹음한 장작불 ASMR이 더 실감 나게 귀에 꽂히는 것처럼….
● 캔버스는 스크린, 붓은 마우스

화가가 사다리를 놓고 큰 캔버스와 씨름하거나, 조각가가 땀 흘리며 돌을 깎는 모습에 비교하면 책상과 모니터, 컴퓨터가 놓여 있는 미디어 작가들의 작업실은 건조하기 짝이 없다. 그렇지만 노동 강도는 전통 매체 작업보다 덜하지 않다. 추수 작가는 “컴퓨터 앞에 앉아 계속 작업을 하다 보니 어깨, 손목부터 골반까지 무리가 가서 차에 앉아 있는 것도 힘들거나 치아가 두 개 빠진 적도 있다”고 했다.

OLED 기술은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셀플릿’ 입자 소자로 만들어 완전한 검은색과 미세한 그러데이션까지 표현이 가능하다. 아콤프라는 어두운 색감이나 흑백 영상을 자주 쓰기 때문에 ‘최대한 OLED 스크린을 많이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후문이다. OLED 스크린은 애니시 커푸어, 데이미언 허스트 같은 유명 현대 미술가들도 자주 사용한다.
오혜원 LG전자 MS경험마케팅 상무는 “예술가들이 좋은 기술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미디어 아티스트의 캔버스’로 LG OLED 스크린을 작가들에게 후원하고 있다”며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MMCA, 프리즈 아트페어 등 국내외 미술 기관과의 협업을 수년 전부터 확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 미디어 아트 기술, 보존 연구는 숙제
미디어 작품은 아날로그 매체에 비하면 제작 과정이나 전시, 보존 과정이 더욱 복잡하다. 유명 작가인 아콤프라가 한국 기업의 문을 두드렸던 것처럼, 스크린을 찾는 과정은 물론 작품을 소장하고 관리하는 데에도 비용과 에너지가 든다.
이를테면 ‘미디어 아트 창시자’ 백남준은 브라운관 모니터를 사용했는데, 기술 발전으로 더 이상 브라운관이 생산되지 않아 전시가 열리면 큐레이터들이 브라운관을 찾는 데 애를 먹는다. 2019년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 회고전에서도 담당 큐레이터가 영국 전역 고물상에 전화를 돌리고 이베이까지 뒤져 모니터를 찾아냈다.
전문가들은 수백 년 동안 사용된 물감과 캔버스에 대한 수복, 보존 연구가 이어진 것처럼 미디어 아트 작품에 사용되는 기술에 대해서도 기록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유화 물감의 경우 1600년대 개발이 되어서 1800년대에 정점을 찍고 그 후 200년간 보존 복원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다”며 “이에 비하면 기술 매체는 변화 속도가 무척 빨라 고정된 매뉴얼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백남준도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내 작품은 영상 내용이 중요하니 모니터는 교체해도 된다’는 등의 의견을 남긴 바 있다”며 “현대 작가도 작품 전시 방식 등에 대한 기록을 꼼꼼히 남기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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