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발판에 짐 싣고, 바퀴 빼고… 1시간 만에 화물차 20대 적발
〈7〉 과적-불법 튜닝 화물차
짐칸 천장 높이려 덮개 연 채 달려… “코너 돌 때 전복-화물 낙하 위험”
‘무단 상향등’ 과하게 추가하기도… 전체 車사고 중 화물차 사망 23%
일반 승용차 대비 사망률 2배… “화주까지 처벌해야 예방 효과”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경찰과 국토교통부,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도로공사 등 4개 기관이 합동으로 진행한 단속 현장을 취재팀이 지켜본 결과, 총 20대의 화물차에서 29건의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과적 화물차는 화물 낙하나 차량 전복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고 발생 시 대형 참사로 번질 위험이 크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화물차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연평균 2만4000건 이상 발생했다. 해마다 600명 이상이 숨졌으며 부상자도 3만4000명에 달했다.
● 덮개 올리고, 바퀴 빼고… 불법 튜닝 천태만상
단속 시작 10여 분 만에 2층 구조의 차량 탁송용 트럭이 적발됐다. 승용차 4대를 싣고 있었지만 규정상 이 차량은 2층에 2대, 1층에 1대만 실어야 한다. 탑재용 발판을 펼쳐 1대를 더 실은 불법 튜닝 상태였다. 박재웅 국토부 물류산업과 사무관은 “차량 탁송용 트럭은 운송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런 불법 튜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덮개를 위로 올려 개방한 채 달리던 ‘상승형 윙바디’ 트럭도 적발됐다. 상승형 윙바디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이 차량은 적재함을 임의로 개조해 천장을 높인 경우로, 덮개를 나무 기둥으로 고정해 적재함 공간을 넓힌 상태였다. 이러면 무게중심이 높아져 주행 시 전복 위험이 커진다. 고정 불량 시 적재물이 쏟아질 수도 있다. 원래 4개의 복륜(이중 바퀴)을 장착해야 하는 차량에서 바퀴 2개를 제거한 경우도 있었다. 차량 총중량을 줄여 더 많은 짐을 실으려는 조치다.
무단 상향등 같은 등화장치를 과도하게 추가하거나, 측·후면 보호대를 설치하지 않은 차량도 있었다. 일부 운전자는 “야간 운행을 위해 등을 달았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마주 오는 차량의 시야를 방해하고 단속 장비 인식도 어렵게 만든다. 측·후면 보호대는 승용차가 충돌 시 차량 밑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필수 장비다.
● 사고 시 치명률 승용차의 2배

전문가들은 화물차 사고의 치명률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과적 등 법 위반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적 화물차는 하중이 늘어나면서 제동 거리가 증가하고 방향을 바꾸는 기능이 나빠져 회전 구간에서 전복할 위험이 있다”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굉장히 치명적”이라고 했다.

● 걸려도 과태료 500만 원뿐, 대개 운전자만 처벌
전문가들은 “화물차 운전자만 처벌받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도로법과 화물자동차법은 화주나 운송사가 과적을 지시하거나 화물의 무게를 다르게 통보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단속 과정에서는 운전자만 법적 책임을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화물 운송 구조상 가장 약자인 운전자에게 모든 책임이 쏠리는 건 불합리하다”며 “과적이 적발되면 화주·운송사·운전자 간 법적 책임 비율을 명확히 정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렬 연구원도 “화주 책임을 명확히 해야 사고 예방에 실질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효율적인 단속을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물차 과적과 적재 불량, 불법 튜닝 단속은 경찰과 국토부, 한국도로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각각의 소관 법에 따라 적발 가능 기준과 항목이 다르다. 이 연구원은 “기관별로 분리 운영되고 있는 단속 권한을 한 기관으로 이관하거나 공동으로 부여하는 것도 효용성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속道에 드론 띄우고 AI까지 동원
첨단기술로 화물차 단속
과적 처분도 경찰이 직접
경찰이 화물차 법규 위반사항 적발에 드론을 이용한 무인단속 장비를 활용하기로 했다. 치사율이 높은 화물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첨단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경찰이 국토교통부로부터 과적 차량 정보를 넘겨받아 직접 처분할 수 있게 되면서 그동안 과적이 확인돼도 처분은 어려웠던 법적 공백도 해소됐다.
경찰은 경기남부·강원·충북 지역 고속도로순찰대를 대상으로 4월부터 7월 20일까지 약 3개월간 드론을 이용한 시범 단속을 운영했다. 드론으로 갓길 통행이나 지정차로 위반 등 법규 위반 여부를 촬영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송받고,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현장 접근이 어려운 고속도로 등에서 실효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경찰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화물차 법규 위반 단속 효과가 강화돼 과적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도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과적 단속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8일부터는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령이 시행돼 경찰이 국토부로부터 과적 차량 정보를 넘겨받아 직접 처분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현재 화물차 과적 단속 기준은 국토부 소관의 도로법과 경찰 소관의 도로교통법 두 가지가 있다. 도로법에선 총중량이 40t을 초과하는 차량만 단속 대상이지만, 도로교통법을 적용하면 최대 적재량의 110%를 넘길 경우 단속할 수 있어 범위가 더 넓다.
8일 이전에는 국토부에서 직접 단속이나 고속도로 요금소에 설치된 과적차량 적발용 계근대 등을 통해 도로교통법에 저촉되는 차량의 정보를 확보하더라도 권한이 없어 처분할 수단이 없었다. 새 법령이 시행되면서 경찰이 도로교통법에 저촉되는 적재량 기준 위반 차량 정보를 국토부로부터 받아 처분 조치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토부 운행 제한 위반 차량 과태료 부과 시스템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기준을 위반한 과적 화물차는 지난해에만 9139대에 달했다. 도로교통법상 과적 위반에는 범칙금 5만 원과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누적 벌점 40점 이상이면 1점당 1일씩 면허가 정지된다. 1년간 121점 이상이면 면허가 취소된다. 경찰은 이러한 벌점 부과가 과적 억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 특별 취재팀 |
| ▽팀장 권구용 사회부 기자 9dragon@donga.com ▽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 서지원 오승준(사회부) 기자 |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식양도세 與서도 논란…대통령실 “비판 있다고 바로 못바꿔…黨논의 보겠다”
- [사설]與 대표에 정청래… ‘尹 정부-국힘의 실패’ 전철 밟지 말아야
- [사설]李 “지역균형발전은 생존전략”… 걸림돌은 과도한 중앙집중
- [사설]팍팍하고 막막한 노인들이 너무 많다
- 전남 무안 300㎜ 물폭탄…경남 산청은 또다시 산사태 경보
- 美이민당국, 김기리 신부 딸 루이지애나주 수용소로 이송
- ‘토트넘 고별전’서 눈물 쏟은 손흥민 “차기 행선지 발표는 조금 기다려달라”
- [단독]“中위구르산 의심” 美, 한국산 태양광셀 통관 막아…보조금 수령 차질 우려
- 관세협상 비밀병기 ‘마스가’ 모자, 챗GPT로 디자인 동대문서 제작
- [단독]또 ‘마스크 착용’ 수칙 위반… 제주 하수처리장서 가스 누출 4명 중경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