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 우리도 '기술대사'를 두자 [신기욱의 글로벌 인사이트]

2025. 8. 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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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학자의 입장에서 한국의 사회, 정치, 경제, 외교.

기술대사직에는 외교관 등 정통 관료보다는 기술분야를 잘 알고 빅테크와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기업인 출신이 필요하다.

기술대사는 전통적인 국가 간의 외교틀에서 벗어나 글로벌 비즈니스 커뮤니티와 자유롭게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하며, 빅테크 분야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인도계 등 다양한 디아스포라 커뮤니티하고도 긴밀히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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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재미학자의 입장에서 한국의 사회, 정치, 경제, 외교.안보등에 관한 주요 이슈를 다루고자 한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반도의 모습과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에 나아갈 방향을 글로벌 시각에서 제시하려 한다.
덴마크 이어 영국 등도 '기술대사' 신설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맞춘 빠른 행보
과학기술·외교안보 이슈 통합 접근 필요
게티이미지

2018년 중순으로 기억된다. 덴마크의 캐스퍼 클링게(Casper Klynge) 기술대사가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덴마크는 내 일과 큰 연관이 없지만 기술대사라는 직함이 새롭고 흥미로워 학교로 초대해 오찬을 겸한 대화를 했다. 덴마크 정부는 기술외교(Techolomacy)를 주창하며, 2017년에 세계 최초로 기술대사직을 만들고,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을 비롯해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베이징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경제와 안보 이슈가 긴밀히 연계되면서 과학기술이 외교안보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교도 전통적 방식인 국가 간의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빅테크·혁신 생태계와의 전략적 협력으로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과거엔 국가 간 협상이나 규범 설정을 정부가 주도했지만, 이젠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정보의 흐름, 사이버 안보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덴마크에 이어 영국, 오스트리아, 유럽연합(EU) 등이 비슷한 직책을 신설하고 기술 정책 분야 등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건 이런 인식을 반영한다.

한국의 경우 실리콘밸리에 코트라, 한국이노베이션센터(KIC)가 있고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도 과학·기술 담당 영사도 있다. 코트라는 국내 기업이 실리콘밸리 및 북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무역, 투자, 기술 협력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KIC의 주요 업무는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에 시장 전략 조언, 투자 연결, 네트워킹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과학기술과 외교안보를 통합적으로 아우르기에 역부족이다.

한국도 조속히 기술대사직을 신설해야 한다. 구글, 메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미국의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은 글로벌 기술 거버넌스를 주도하고 있으며, 때로는 국제사회에서 국가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들은 자금력, 기술 주도력, 글로벌 플랫폼 장악력을 바탕으로 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인프라, 글로벌 통신망 등 국가 경쟁력과 안보에 직결되는 분야에서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서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지만, 글로벌 차원의 기술 정책이나 국제적 규범을 만드는 데의 참여도는 약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

기술대사직에는 외교관 등 정통 관료보다는 기술분야를 잘 알고 빅테크와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기업인 출신이 필요하다. 실리콘밸리 법인장 출신이나 첨단산업 분야의 리더로서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했던 인재들을 활용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도 비즈니스맨을 샌프란시스코 총영사 겸 기술대사로 임명했다. 기술대사는 전통적인 국가 간의 외교틀에서 벗어나 글로벌 비즈니스 커뮤니티와 자유롭게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하며, 빅테크 분야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인도계 등 다양한 디아스포라 커뮤니티하고도 긴밀히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기업인 출신을 관련 분야의 장관, 비서관에 등용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기술대사직을 신설하여, 과학기술과 외교안보 이슈를 통합적, 전략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외교의 대상과 전선은 빠르게 변화하며 확대되고 있다. 지금 몰아치고 있는 관세의 폭풍이 지나가면 과학기술을 둘러싼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은 더욱 거세질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신기욱 스탠퍼드대학교 아시아 태평양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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