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선택권 확대, 허구에 가깝다" 전교조 고교학점제 성토

김성찬 2025. 8. 3.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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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기본취지 무색…교육가족 모두에게 ‘짐’
조기 진로선택 부담·과목 쏠림현상·교사 업무과중
학년제 전환·절대평가 도입·이수 기준 변경 등 필요

지난달 24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 부산지역 고등학생 10여명이 기자회견 자리에 섰다. 이들은 고교학점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과목 개설 수, 교사 배정, 상담의 질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기회의 격차로 이어지고, 결국 고교학점제에서 '선택'은 일부 학생들의 특권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또한 "과목별 이수 현황과 졸업 요건, 성취도 평가를 일일이 관리해야 하는 구조는 교사와 행정실에 과중한 업무 부담을 가져다주고 있으며, 성취평가제 도입 이후 평가 기준의 일관성 문제도 계속 나오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들 말처럼 고교학점제는 자율적인 과목 선택을 전제로 하지만 대학 입시는 여전히 점수 중심, 정해진 과목 중심의 경쟁 구조를 고수하고 있어 원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이같은 고교학점제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이희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경남지부 정책실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남일보 7월 29일자 1면 보도)

◇허점투성이 제도=그는 우선 조기 진로 선택 강요에 따른 학생들의 심리적·학업적 부담을 지적했다. 너무 이른 시기에 진로를 선택하게 하고, 선택 후에는 수정이 힘든데다 설사 진로를 바꾸더라도 너무 큰 부담을 학생에게 지운다는 얘기다. 이 실장은 "진로 상담이나 그에 맞는 수강 신청을 위해 5·6월 내내 학생과 교사가 고충받고 있다"면서 "그만큼 한번의 결정이 너무 결정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에다 입시경쟁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확대된 학생들의 선택권은 결국 입시에 유리한 과목을 경쟁적으로 가리는 문화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학입시 유불리에 따른 인기 과목 쏠림현상이나 특정 과목 간 위계 형성, 과도한 경쟁 심화 등으로 교육 본질 훼손은 물론이고 심지어 과목 선택을 위한 컨설팅형 신형 사교육 시장이 만들어질 정도"라고 했다.

좀 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모든 학교 모든 학생들의 선택권이 보장될 만큼 교실 공간과 교사 인력이 충분치 않은 탓에 실제로는 학생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이 실장은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한다는 기본 취지는 과목 구조의 변경이 아니라 과목 배치의 조정에 불과하다"면서 "따라서 학생 선택권 확대라는 주장은 허구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특히나 직업계고 학생들은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과목 선택권의 실효성 부족 △일반계고 중심의 보통교과 이수 확대 △현장실습과의 운영 충돌 △진로 경로와의 정합성 부족 등의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고교학점제 부담 탓에 학교 생활을 힘들어하는 학생이 늘었고, 특히 학업중단숙려제를 사용하는 학생도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을 걱정했다.

이 실장은 "고교학점제가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학교를 떠나라고 부추기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면서 "자퇴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퇴학당할 수 있냐고 상담해 온 학생 사례가 있을 정도"라고 했다.

◇"제도 보완 절실"=전교조경남지부는 현행 고교학점제의 학기제 중심 운영방식을 폐기하고 대신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학년제 중심으로의 전환을 주장했다. 아울러 이수 기준인 최소성취수준 40% 보장을 폐기하고 출석일수를 기반으로 졸업 여부를 판단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특히 이 실장은 절대평가 도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이수를 단순 낙제 기록이 아닌 학습 피드백과 진로 재설정의 기회로 활용하는 교육문화 정착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절대평가 체계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선택과목 운영은 교과별 교사 정원을 바탕으로 한 현실 가능한 범위 안에서 운영할 것과 고 1~2학년은 보편공통교육과정 중심으로, 3학년은 학생의 자기이해와 진로 성찰, 실천 역량 강화를 중심으로 구성해 진로교육과 연계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성찬기자 kims@gnnews.co.kr

이희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경남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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