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전기차 화재 1년] 미래형 재난…지하공간 소방 인프라 법제화 필요

정혜리 기자 2025. 8. 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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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진 대책, 근본 처방은
인천 7만대 육박…1년 새 39%↑
시, 충전기 지상 등 이전비 지원
연말 저상소방차 4대 배치 예정
내달 전국 지자체 '백서' 배포도

전문가, 지하주차장 특수성 주목
물건 적치…소방차 진입 등 취약
“설계부터 환기·대피소 등 마련
어길 땐 무관용 원칙 적용해야”
▲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서 벤츠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주민들 피해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화재 당시 지하주차장 합동 감식 모습(사진 위). 복구된 아파트 주차장(아래). 주민들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지하주차장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양진수·이호윤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를 덮친 전기차 화재 직후, 정부와 지자체, 소방 당국 등은 지하 공간에서의 전기차 화재 예방과 대응 차원의 대책을 바삐 내놨다.

도심 속 부족한 유휴 부지 탓에 대부분의 주차 공간이 지하에 몰린 구조, 기술 발전과 친환경 차 보급 정책 등에 따른 전기차 수요 확대 등 닮은 환경과 구조 속에서 여러 지역이 이번 화재를 '남일'로 여기지 못하고 대책 고민에 골몰했다. 인천 전기차 7만대 시대, 미래형 재난에 대해 경종을 울린 전기차 화재 이후 1년간 쏟아진 대책은 얼마큼의 싹을 틔웠을까.

▲"전기차 무서워요"… 관련 대책, 어디까지 왔나

3일 인천시에 따르면 청라 전기차 화재 이후인 지난해 8월 '전기차 화재 예방 안전 종합대책'을 내놨다.

여기에는 전기차 충전기 지상 이전을 지원하고, 건축설계 단계에서부터 전기차 화재 예방 대책을 반영토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지하 공간 및 전기차 화재 발생 시 대응을 위한 각종 소방 장비를 보강하는 것 등이 포함됐다.

시와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인천 관내 등록 전기차는 누적 6만9312대로, 지난해 8월(4만9758대)과 비교했을 때 39.3% 증가한 수치다.

시는 올해 15억원의 예산을 세우고, 전기차 완속 충전기를 지상 또는 지하 1층으로 이전하는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인천에는 총 2만5390기의 완·급속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올해 이전 사업 목표치는 500기로, 현재 243기(48.6%)에 대한 이전이 이뤄졌다.

소방 당국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각종 소방 장비 보강도 발을 뗐다.

현재 높이 2.1m 이하 규모의 저상소방차 4대를 제작 중이고, 인천에 단 한 대뿐이던 궤도형 배연로봇도 해외 제조사를 통해 추가로 제작되고 있다.

또 연기 차단 커튼을 이달 인천 내 전 119 안전센터(센터)와 특수대응단, 소방학교에 배치한다. 지난해 이동식 소화수조를 각 소방서에 배치한 데 이어 질식소화 덮개도 확충해 이달 중 모든 센터에 배치를 마칠 계획이다.

소방 관계자는 "배연로봇 같은 장비는 해외에서는 상용화가 되어있고, 성능·역할도 어느정도 입증됐다"며 "연기 등 악조건 속에서 소방대원들이 진압 활동을 하는 경우 어려움이 많은데, 그런 역할을 대신해주는 장비이기 때문에 이런 좋은 장비들이 확대 보급되어야 할 필요성은 있다"라고 했다.

이밖에 서구는 지난해 화재 관련 대응·수습 과정을 비롯해 화재 대처 개선방안 등이 담긴 '청라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 백서'를 제작해 오는 9월 전국 지자체에 배포할 계획이다.

▲지하 공간 화재, 근본 처방을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에서 근본적인 '지하공간 취약성' 문제에도 주목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특성과 지하 공간 화재 대응의 특수성을 고려한 예방·대책을 법제화해 더욱 강제성을 띠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박연수 전 소방방재청장은 "초기 소방 대응의 실패는 단순 실수가 아닌 사회적 경고"라며 "지하 주차장 구조상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했고, 제연설비조차 없어 화재 진압에 8시간 넘게 걸렸다. 전기차 특성을 반영한 소방 인프라와 설계 기준은 여전히 미비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하 안전 대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청라 화재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하 공간에 대한 화재를 예방할 근본적 처방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방재협회장을 지낸 김진영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은 "지하공간의 물건 적치와 소방 활동 공간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은 한국 사회의 소방 관련 정책의 후진적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도 지난해 9월 건축위원회 심의 운영기준을 개정해 신축 건축물 설계 시 50호 이상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등에 대해 '전기차 충전구역 지상층 설치 권장', '전기차 충전 구역 배치 층 차로 유효높이 3.0m 이상 확보',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 구역 일정 단위별 3면 방화벽 구획' 등 기준을 담았다.

김 전 회장은 "지금도 주요 지하공간, 특히 지하에서의 물류 작업 등은 화재 위험을 언제든 안고 있다"며 "외국에서처럼 설계 때부터 지하공간의 화재 예방 및 진압, 환기, 대피 등의 시설이 마련돼야 하고, 이를 법제화해 어길 때는 무관용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혜리 기자 hy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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