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싸고 불편한 韓 골프장, 이대론 답 없다

2025. 8. 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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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헌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은 국내 골프 산업에 예기치 않은 특수를 안겨주었다. 국제선이 멈추고 해외 골프여행이 어려워지자 국내 골프장은 전례 없는 수요를 경험했다. 일본, 동남아, 중국 등으로 향하던 수많은 골퍼들이 국내로 눈을 돌렸고, 여기에 젊은 세대의 유입까지 더해지며 일명 ‘국내 골프 르네상스’가 도래한 듯했다.

하지만 3년의 호황기 동안 다수 골프장은 수익 극대화에만 몰두했다. 그린피, 캐디피, 카트비, 식음료비까지 일제히 인상됐고,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러한 구조는 곧 한계를 드러냈다. 2024년 국제선이 정상화되자마자 국내 골퍼들은 다시 일본과 동남아로 떠나기 시작했다. 국내 골프장이 만들어낸 고비용·저가성비 구조는 결국 자충수가 된 셈이다.

지금은 국내 골프장의 위기 국면이다. 최근 들어 한 홀당 골프장 매각가는 100억원 이상에서 70억원대 이하로 30% 이상 하락했고, 할인 요금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수요는 줄고 신뢰는 무너졌다. 반면 해외로 나가는 골퍼는 연간 300만명, 해외 지출은 5조원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더 이상 개인 취미의 문제가 아닌, 국가 경제와 관광 수지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다.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왜 국민들은 국내가 아닌 해외로 골프를 치러 가야 하는가? 필자는 오래전 캐나다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퍼블릭 골프장을 15달러 내외에, 프라이빗 골프장을 30달러에 부담 없이 이용했었다. 누구나 소득에 따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국민 스포츠’로서의 골프 문화가 정착되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주중 골프비조차 25만원 이상, 주말은 35만원에 달한다. 이는 국민 월급의 10%에 육박하는 비용으로, 은퇴자나 중산층이 감당하기엔 버거운 수준이다.

나는 해외 근무 덕에 자연스럽게 부부 골퍼가 되었고, 지금은 비용 부담으로 주 1회 스크린골프 동호회 활동으로 갈증을 해소한다. 국내 골프장은 여전히 비싸고 멀며 불편하다. 그래서 가끔씩 저가항공을 타고 동남아 저가 골프장으로 떠난다. 그곳은 라운딩 무제한, 간단한 숙식 제공, 노캐디 운영까지 더해져 가성비는 국내보다 몇 배나 낫다. 연금에 의존하는 은퇴자, 중산층 부부들이 대거 이곳을 찾는다. 1년 전 예약하고 한 달씩 체류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국내 골프장은 왜 이러한 대중성과 효율성을 갖추지 못하는가? 왜 여전히 캐디 의무제, 높은 그린피, 불합리한 예약 시스템을 고수하는가? 운영자들은 소비자 중심이 아닌 ‘멤버십과 운영자 중심’ 사고에 갇혀 있고, 정부는 이 시장을 철저히 방치해 왔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국내 골프장 요금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탄력 요금제 도입, 캐디 선택제 확대, 퍼블릭 골프장 지원 등 가격 구조 현실화를 통해 ‘국민 골프장’을 늘려야 한다.

둘째, 정부는 골프를 단순한 사치가 아닌 국민 건강과 여가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골프장 설립 관련 규제 완화, 스포츠 바우처 지원, 지방정부 연계 프로그램 등도 검토되어야 한다.

셋째, 골프장 운영자들은 단기 수익보다 장기 생존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에 나서야 한다. ‘Inbound 골프 관광’을 확대해 외국인 골퍼를 유치하고, 지역 관광과 연계한 숙박·체험·식음료 소비를 유도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처럼 국민이 해외로 나가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골프는 더 이상 귀족 스포츠가 아니다. 건강, 여가, 소비, 관광을 모두 포괄하는 국민 생활 레저이자 국가 산업이다. 골프 유랑단이 해외를 떠도는 안타까운 현실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국민 모두가 형편에 맞게 국내에서 골프를 즐기고 지역에서 소비하며 외국인도 골프 치러 한국을 찾는 새로운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대한민국 골프 산업이 ‘국민 중심 레저산업’으로 전환할 골든타임이다. 정부, 운영자, 골퍼 모두가 함께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 거대한 산업은 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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