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준호 칼럼] “美에 공장 지으라”는 백악관, 韓은 기회로 만들어야

10여년 전인 2015년 6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트럼프타워.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죽었다(American dream is dead). 내가 당선된다면 아메리칸 드림을 더 크고, 좋고, 강하게 회복시킬 것이다.” 이어 “우리는 함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다(Together, we will make America great again)”라고 약속한다. ‘마가’(MAGA) 구호의 시작이다. 한국 사람들도 트럼프의 마가는 알지만 그 배경이 아메리칸 드림을 되살리기 위한 데에 있다는 건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얘기한 아메리칸 드림은 뭘까. 미국이 공업 대국이었던 시절,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도 공장에 취직해 열심히 일하면 중산층의 삶을 살 수 있었다. 가정의 가장인 아버지 혼자 벌어도 교외에 집 사고 자식 3명 낳아 대학까지 보낼 수 있었다. 이게 바로 트럼프가 얘기한 아메리칸 드림이다.
마가의 ‘위대한 미국’이 이것과 연결된다. 트럼프가 얘기한 ‘위대한 시기’는 미국의 제조업 비중이 30%가 넘던 1950~1960년대부터 레이건 시대까지라는 게 대다수 학자들의 분석이다. 이 시기 미 제조업은 블루칼라 노동자들에게 의료보험이 포함된 양질의 일자리를 대규모로 제공했다. 그 결과 중산층의 주축을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형성했다.
그런데 이런 아메리칸 드림이 워싱턴 기득권 정치인의 무책임한 정책 때문에 사라졌고, 아메리칸 드림이 살아 숨쉬던 위대한 시기를 되돌리기 위해 자신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게 트럼프의 약속이고 득표 전략이었다.
트럼프는 이 전략으로 대선에서 이긴 뒤 2017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부터 오직 미국이 우선이다. 무역, 세금, 이민, 외교에 대한 모든 결정은 미국 노동자와 가족에게 이익이 되게끔 이뤄진다. 우리는 일자리, 국경, 부를 되찾을 것이다. 그리고 꿈을 되찾을 것이다.”
미 전역에 묘비처럼 버려진 녹슨 공장을 재건하고, 뿔뿔이 흩어져 빈곤에 빠진 블루칼라 계층에게 새 일자리를 주어 중산층의 꿈을 되돌려 주겠다는 게 그가 지지자들에게 준 메시지다.
대선 출마 선언으로부터 10년이 지나 2기 행정부의 첫해를 보내는 현재의 트럼프는 어떤가. 미국 블루칼라에게 일자리를 주는 영웅이 되겠다는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내는 나라는 자국이나 제3국이 아닌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만들겠다는 의지가 더 강해졌다. 트럼프의 관세는 미국의 국고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게 하기 위한 무기다. 여기에 더해 상대국에게 깊숙한 헤드락을 걸어 수백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게 강제한다. 이것이 트럼프가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경제력 있는 우방’을 다루는 방식이다.
15% 관세와 3500억달러 투자를 내용으로 한 한미 무역협상이 최근 타결되면서 한국도 미국에 공장을 본격적으로 지어야 한다. 조선 분야 투자로 정해진 1500억달러 외에 2000억달러는 트럼프가 투자처를 직접 정한다는 방침인데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바이오의약품 등이 포함될 공산이 크다.
수출 대기업들은 미국 투자가 큰 부담이 되겠지만 거꾸로 이를 더 성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제품을 고객 가까이에서 만들면 여러가지로 유리한 점이 많다. 수요와 취향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나 고대역폭메모리반도체(HBM)는 미국 빅테크가 주 고객이다. 자동차의 경우 2023년 기준 연간 1550만대가 팔린 세계 최대 시장(금액 기준)이 미국이다. 배터리는 미국에 있는 완성차 기업이 최대 고객이 될 것이고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미국이 세계 시장의 64.7%를 차지한다. 도요타·혼다 등 일본 차가 1970~1980년대 미국 현지 생산을 시작한 이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지배자로 성장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대신 국내에선 일자리의 중심을 ‘수출 대기업과 그 하청업체들’에서 혁신 중소벤처기업, 지식재산(IP) 기반 콘텐츠 산업,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옮겨야 한다. 무역협상이 잘됐는지 잘못됐는지를 따지는 건 이제 무의미하다. 새 물줄기에 현명하게 올라타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부국장 겸 IT바이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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