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혼란 여전…“경찰 대응력 시급”

정유철 기자 2025. 8. 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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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사건 처리기간 크게 늘어
檢 보완수사 요구 처리도 증가
“민생 사건 미뤄져...피해 심각”
“경찰, 예산·인력·전문성 필요”

4년 전 검경 수사권조정 시행에 따라 경찰은 1차 수사와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권한을 넘겨받았다. 그러나 쏟아지는 업무로 인해 일선 경찰 수사 현장은 효율성 중심으로 바뀌었고, 그 결과 민생 사건은 우선순위에 밀려나고 있어 수사 대응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라남도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지난해 중고거래 플랫폼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일반인 100여명을 상대로 사기를 벌인 사건을 수사중이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은 1년 넘게 지연되는 수사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 수사가 이렇게 미뤄질 수 있냐는 것이다. 피해자 이모(26)씨는 "저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100명 가까이 늘어났음에도 경찰이 움직이지 않았다. 단체 SNS 단체방까지 만들게 됐다"며 "하루빨리 수사가 진척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 신동욱 의원실(국민의힘)의 법무부 보고서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형사사건 처리 지연 등 문제점에 대한 자체 검토'에 따르면, 사건이 처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경찰이 사건 1건을 처리하는데 걸리는 평균 기간은 50.4일이었지만 2023년에는 63.8일이었다. 여기에 민생 범죄인 사기 등에도서도 미제 처리된 건수가 늘어났다. 2019년 9%에서 2023년 28%로 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찰의 수사에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시 3개월이 초과해 처리한 사건이 지난해에 비해 큰폭으로 늘었다. 

검찰이 직접 보완 수사를 할 수 있었던 2020년 하반기 1만2198건(16.7%)에 비해 지난해 상반기 1만6903건(32.1%)으로 4705건(15.4%)늘어난 수치다. 

법무부는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검찰의 사건 번호가 그대로 유지돼 수사경과를 수시로 점검할 수 있었다"며 더 이상 점검하지 못하는 구조상 한계를 지적했다.

경찰 수사 현장에서는 쏟아지는 고소 건으로 아우성이다. 구속 건수도 늘었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많은 수사 권한이 경찰로 넘어오면서 일선 경찰서에서는 완성도 있는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광주경찰 관계자는 "최근 고소 사건이 급증하는 반면 수사 인력 충원은 더디고, 경험 있는 수사관도 부족하다 보니 수사팀 기피 현상이 커지고 있다"며 "검·경수사조정 체계는 어느 정도 안정됐지만,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은 계속 늘고 있고, 일선 수사관들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며 "장기화되는 사건 처리에 따른 불편과 비난 우려까지 커지고 있어, 신규 인력 등 버티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덧붙였다.

학계 전문가들 또한 수사권 변동에 따른 수사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경찰 대응 체계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세종 조선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은 일을 미루고, 경찰 수사는 수사권을 갖고 왔지만 인원 충원은 안되고 지연되는 것이 많아 수사 현장은 심각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민생 범죄의 대표적인 예시인 피싱 문제는 금융정보분석원(FIU)등과 협조해 외국환거래법 등을 단속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마저도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또한 사이버 범죄 등은 추적 수사와 압수수색 영장 등 손이 많이 가는 수사라 지연 상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경찰 조직의 인사 체계에 대한 지적도 제기했다. 민생 범죄는 다른 반부패범죄 등 인사에 반영되는 실적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의 진척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중앙인 경찰청은 지역 경찰청에, 지역 경찰청은 일선서에 내리는 구조에서는 시민 입장의 수사가 어렵다"며 "경찰의 예산과 인력·전문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