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전 안전과 효율성 강조하는 게 진영 문제인가요?”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
'원전 마피아'가 산업 발전 등 저해
NGO 활동 통해 정책 비판 앞장서
수명 연장 문제도 지속 모니터링

원자력안전연구소 한병섭 소장은 원전을 공부하고, 원전 산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전공이 핵화학이고, 카이스트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전력기술 등에서 몸담았다. 이력에서 원자력에 대한 그의 애정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안전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이유로, 한 소장은 탈핵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단지 일관되게 원전을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쓰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탈핵주의자는 아닙니다.”
한 소장이 경험한 원전 산업 생태계는 폐쇄적인 곳이었다고 한다. 외부 감시가 부족해서인지, 이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조직 문화가 있었다. 계약이나 정책 결정 등이 납득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흐르는 것도 자주 목격했다. 한 소장은 “용인되기 어려울 수준으로 서로 끌어주고, 나쁜 건 눈 감아 주는 일들이 많았다. ‘원전 마피아’라는 말이 괜히 있겠냐”며 “문제 제기를 많이 했고, 결국 더는 함께 하기 힘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산업계를 떠나고, 지난 10여 년 동안 한 소장은 NGO 활동을 했다. 현장 경험이 있는 핵공학자이다 보니, 원전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 참여하게 됐고, 자연스레 그의 말에 힘도 실렸다. 개별 원전에서의 사고나 비리부터, 방재 대책 논란이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같은 국내외 정책 문제까지, 여러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했다. 한 소장은 “업계와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가 드물다 보니, 10년간 예상보다 바빴다”며 “안타깝게도 안전이 뒷전인 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해수면 상승으로 원전 냉각수 공급 차질 우려가 제기돼, 그 문제를 들여다봤다. 오는 6일 설계 수명이 다하는 고리 4호기 등 영구정지 원전들의 수명 연장 문제도 꾸준히 모니터링 중이다. 한 소장은 “산업 생태계 규모를 유지하려는 데 급급해 안전은 뒷전이고, 주민과의 소통도 소홀한 게 근본적인 문제 같다”고 진단했다.
업계의 ‘사업성 부풀리기’도 한 소장이 자주 비판하는 대목이다. 최근 몇 년 새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SMR(소형모듈원전)에 대해 한 소장은 “제대로 된 상업화 사례도 없고, 안전성 검토와 대책 수립도 안 됐다. 그러니 지금 사업성 예측이 되겠냐”며 “그런데도 SMR 사업이라고 온갖 규제도 다 풀어줄 기세다”고 말했다. 고리1호기 해체 결정 뒤 주목을 받은 ‘500조 해체 시장’ 전망과 관련해서도 “실상을 외면한 감언이설”이라며 “이해관계에 따라 위험도는 낮추고 사업성은 부풀리는, 이런 객관성 없는 태도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모든 원전의 안전이 중요하지만, 유독 고리 일대에 신경이 더 쓰인다. 한 소장이 부산 영도에서 태어나, 10대 학창 시절까지 온전히 부산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한 소장은 “고리는 대한민국 원전이 시작된 곳이자, 원전 때문에 풍파를 겪은 곳이다”며 “고향이라서가 아니라, 원전 밀집도나 인구 밀도를 볼 때 더욱 안전이 절실한 지역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