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러운 날씨에 농산물 넘어 원유까지 고공행진
젖소 스트레스에 원유 생산 감소
장기화 시 공급 대란 가능성 우려

"평소보다 2배는 더 비싸졌어요. 가격도 문제지만, 아예 구하지 못할까 걱정됩니다."
광주 서구의 한 제과점 대표 A씨는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 생크림 도매가가 연일 치솟는 데다, 공급조차 불안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생크림 확보를 위해 매일 '눈치게임'을 벌이는 실정이다.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장기화 되면서 젖소의 원유 생산량이 급감, 유제품 시장 전반에 타격을 주고 있다.
3일 낙농진흥회가 발표한 원유생산통계에 따르면 7월 하루 평균 원유 집유량은 1천810t으로 지난달(1천940t)보다 6.7%(130t) 감소했다.
연일 고온 다습한 날씨로 인해 젖소의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원유(原乳) 수급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 원유 생산량이 급감한 것이다.
국내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젖소는 체온 조절 기능이 약해 27℃ 이상 고온에선 사료 섭취량이 줄어든다. 또한 32℃ 이상의 더위에선 우유 생산량이 최대 20%까지 감소한다.
특히 국내 낙농업의 중심 품종인 홀스타인종은 고온에 취약해,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여름철 원유 생산량 감소는 매년 반복돼 온 일이지만, 올해처럼 7월부터 수급이 걱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생산량이 줄었는데 흰우유에 가공유, 탈지분유를 만든 뒤 생크림까지 제조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생크림을 비롯한 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케이크나 디저트류에 사용되는 고지방 생크림은 품귀 현상까지 겹쳐 업계는 비상에 걸렸다.
대형마트 현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마트 관계자는 "2~3주 전부터 평소 대비 10% 이상 물량이 줄었다"면서 "일부 점포에선 오후가 되면 생크림이 품절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우유 가격 인상도 예고된 상태다. 공급 원가 상승과 유제품 수급 불안정이 맞물리면서 소비자 부담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 같은 물가 상승이 폭염과 국지성 호우로 공급이 불안정해진 농산물 가격 상승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채소와 과일류에 이어 유제품까지 가격이 급등할 경우, 케이크·디저트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소비자 물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주현정(38)씨는 "주력 상품이 과일생크림케이크다 보니 생크림 수급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향후 도매처 물량이 안 풀릴 경우 마트 오픈런도 각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