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4번째 급식노동자 폐암 사망…“급식실 예방대책 없고, 열악한 노동환경 그대로”

지난달 말 학교 급식실 노동자 1명이 또다시 폐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급식노동자의 폐암 산재 사망만 14번째다. 노동계는 환기시설 미비와 인력 부족 등 열악한 노동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3일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평택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했던 급식노동자 A씨가 지난달 31일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전국의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으로 사망한 사례는 이번이 14번째다. A씨는 1998년 급식실에서 일을 시작해 22년 일한 뒤 정년퇴직했지만, 생계 문제 등으로 다시 현장에 복귀해 급식 대체인력으로 일했다. 그러던 중 2023년 폐암 3기를 진단받고 항암치료를 이어왔지만 결국 사망했다.
학교 급식노동자들은 열기와 수증기, 조리흄과 유해물질이 밀집한 밀폐공간에서 일하면서 상시적으로 폐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전국의 학교 급식 노동자 중 폐 이상소견을 받은 비율은 30%에 육박한다. 200건 이상의 폐암 산재 신청 중 지난 4월까지 175건이 승인됐다.
교육부는 2023년 ‘학교급식실 조리환경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환기설비 개선 등을 약속했지만, 급식실의 노동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수준이다. 2025학년도 서울시교육청 예산안에서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76% 삭감되기도 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아직까지도 학교급식실의 폐암 예방대책은 마련되지 않았고, 환기시설 개선은 수년째 지지부진하기만 한다”며 “죽음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조리흄’조차 산업안전보건법상 유해인자로 지정되지 않은 현실은 정부와 교육당국이 이 문제를 외면해왔다는 증거”라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조리흄을 발암물질로 뷴류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는 현재까지 조리흄을 산안법상 유해인자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난도 노동 강도를 키운다. 올해 3월 기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조리실무사 채용 미달률 평균은 29.1%다. 일하는 사람의 수와 관계없이 정해진 양을 만들어야 하다보니 남아 있는 급식노동자들은 더욱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린다. 1인당 적정 식수 인원은 60~80명이지만, 급식노동자들의 평균 식수인원은 114.5명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전국 학교 급식실에서 발생한 산재는 2020년 701건에서 2024년 2166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학교 급식실 산업재해율은 3.7%로, 전체 산재율 0.67%보다 5배 이상 높았다.
위생복과 마스크, 고무장갑, 장화 등을 필수적으로 착용한 상태로 뜨거운 음식을 조리하는 급식노동자들에게 여름은 더 힘들다. 최근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한 급식노동자는 온열질환으로 쓰러져 119 구급대에 실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학교 급식실 환기시설 실태조사와 개선계획 수립 및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 마련, 급식 노동자의 중장기 건강관리 대책 수립, 인력 충원 등을 요구했다. 이민정 교육공무직본부 노동안전국장은 “급식 노동 환경과 관련한 법적인 기준과 의무사항이 없다 보니 교육부는 권고 사항으로만 하고 있다”며 “환기시설 개선과 인력 충원을 시행하고, 조리흄의 유해인자로 지정도 서둘러야 한다”며 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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