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낮춰야 관객 온다”…극장가 위기 속 '쿠폰효과'

윤준명 기자 2025. 8. 3. 15:4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화있는날’, 전국 관객 86만명
정부 쿠폰에 광주 극장도 '활기'
코로나 이후 티켓값↑·관객수↓
"영화관 가격 경쟁력 되찾아야"
정부가 지정한 '문화가 있는 날'인 지난달 30일, 광주광역시 동구의 한 영화관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윤준명 기자

"극장에서 자주 여가를 즐기고 싶지만, 부담이 크네요. 영화관에서 가격 인하나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장벽을 낮춰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30일 찾은 광주광역시 동구의 한 영화관은 평일 저녁임에도 모처럼 관객들로 북적였다.

퇴근 후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찾은 젊은 직장인 부부부터, 학교 수업을 마친 학생들, 백발의 어르신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관객들이 극장 안을 가득 채웠다.

이날은 정부가 지정한 '문화가 있는 날(매달 마지막주 수요일)'로, 전국의 주요 극장에서 오후 5시~9시 사이 시작하는 일반 멀티플렉스 2D 티켓이 절반 할인된 7000원에 판매됐다.

여기에 지난달 25일부터 정부가 배포한 영화관 할인 쿠폰 6000원을 더하면, 1인당 최저 1000원에 영화 관람이 가능한 셈이다.

저렴해진 티켓 가격에 여름밤 극장 나들이를 나선 이들의 얼굴에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고, 매점 직원들은 팝콘과 음료를 만드느라 분주한 손놀림을 이어갔다.

관객들은 긴 대기줄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린 뒤, 준비된 간식과 티켓을 들고 상영관으로 향했다.

김민주(37)씨는 "원래 남편 티켓까지 2만8000원을 결제해야 하는데, '문화가 있는 날' 할인과 쿠폰 한 장을 적용해 8000원에 볼 수 있게 됐다"며 "오래 기다려온 개봉작이라 기대가 크다. 더운 여름날 소중한 추억을 쌓기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곳뿐 아니라 전국 극장가에도 오랜만에 활기가 돌았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날 전국 일일 관객 수는 86만2234명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날 27만3371명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정부가 배포한 영화관 할인 쿠폰은 민생 회복과 침체된 영화업계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지원책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극장가는 큰 타격을 받았고, OTT(Over-the-top media service)산업의 성장과 맞물려 위기가 심화했다.
정부가 지정한 '문화가 있는 날'인 지난달 30일, 광주광역시 동구의 한 영화관 매점 앞에서 시민들이 간식을 주문하고 있다. 윤준명 기자

지난해 전국 극장 매출액은 1조1945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평균의 65.3%에 불과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리고 각종 규제가 해제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극장가의 시름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극장 전체 매출액은 4079억원, 관객 수는 425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 6103억원, 관객 수 6293만 명과 비교해 각각 33.2%, 32.5% 감소한 수치다.

일각에서는 업계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OTT 시장의 확장뿐 아니라 상승한 티켓 가격도 함께 꼽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극장가는 극심한 수익 감소를 겪으며, 티켓 가격을 올리는 고육지책을 택했다. 주요 멀티플렉스 3사는 2020년부터 3년간 1000원씩 관람료를 인상했으며, 현재 일반 상영관 기준 티켓 가격은 1만4~5000원 선에 형성돼 있다.

이는 보통 식당과 카페에서 식사를 즐기기 위해 지불하는 금액과 맞먹고, 무제한으로 영화와 예능을 즐길 수 있는 대형 OTT 플랫폼의 월 구독료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대형 스크린과 풍성한 음향 효과 등 영화관만의 매력은 여전히 경쟁력을 갖춘다. 특정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문화·여가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실제 정부가 할인 쿠폰 450만장을 배포한 당일, 멀티플렉스 3사 홈페이지가 서버 마비를 겪은 점을 보면,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관객들의 극장 수요가 건재함을 알 수 있다.

관객들은 티켓 가격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모(28)씨는 "영화관 관람이 취미지만, 요즘은 가격이 부담돼 자주 찾지 못한다. OTT보다 영화관을 선호하는 젊은 층도 많고, 어르신들에게는 여전히 극장이 유일한 문화 공간"이라며 "영화 산업과 K-콘텐츠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관객이 다시 극장을 찾을 수 있도록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