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 선거가 일본에 남긴 것 [세계의 창]

한겨레 2025. 8. 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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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지난달 20일 참의원(상원) 선거가 치러졌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의석이 크게 줄며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 과반도 깨졌다.

자민당의 부패와 잘못을 국민이 선거로 심판한 것이다.

집권 뒤, 자민당의 정책 때문에 만족도가 오른 게 아니라, 국민이 일본의 현재에 만족하는 시점에 자민당 정권이 부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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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야 소헤이 참의원 대표가 지난달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야마구치 지로 | 일본 호세이대 법학과 교수

일본에서는 지난달 20일 참의원(상원) 선거가 치러졌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의석이 크게 줄며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 과반도 깨졌다. 중·참의원 모두 ‘소수 여당'이 된 것은 전후 처음이다. 자민당 패인은 단순하다. 고물가 탓에 생활고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자민당은 당내 파벌 정치인 비자금 사태에도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있다. 자민당의 부패와 잘못을 국민이 선거로 심판한 것이다.

일본 내각부의 ‘사회의식에 관한 여론조사’는 사회 인식 변화를 드러낸다. ‘사회 전체에 대한 만족도’ 항목은 2013년 2월 ‘만족’이 ‘불만족’을 넘은 이후 2020년대 전까지 만족이 60%대, 불만족은 40%대를 유지했다. 자민당은 그 직전 해인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았다. 집권 뒤, 자민당의 정책 때문에 만족도가 오른 게 아니라, 국민이 일본의 현재에 만족하는 시점에 자민당 정권이 부활한 것이다. 이후 자민당은 안정기를 맞았고, 선거 승리도 이어갔다.

자민당 정부는 이런 상황을 건설적 정책 실행에 활용하지 않았다. 정치적 무경쟁 상태에 안주해 개혁을 미뤘다. 특히 미래 세대에 ‘청구서’를 남긴 것은 ‘아베노믹스’였다. 아베 정권은 대규모 금융 완화, 사실상 일본은행의 국채 인수 등으로 엔화 약세를 만들었다. 수출 기업의 이익이 커지고 주가가 상승했다. 주주 배당, 임원 보수, 기업 유보금도 증가했다. 그러나 부는 노동자에게 분배되지 않았다. 월급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무역적자를 기록한 해가 늘고, 새 산업은 생겨나지 않았다. 국민은 주가 상승을 보며 경제가 잘 돌아간다고 착각했다.

2020년대 들어 국민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2022년 내각부 조사에서 ‘만족’은 50.3%, ‘불만족’은 48.8%였다. 지난해는 각각 53.4%, 44.7%였다. 연령대별로는 20대, 30대, 50대의 만족-불만족이 55 대 45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내가 몸담은 대학의 학생들은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한다. 현역 세대는 급여를 세금과 사회보험료에 뺏기는 게 불만이다.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들은 감세를 요구했다. 그래도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매력적인 생활 지원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참의원 선거 최대 승자는 참정당이다. 2020년 설립된 이 정당은 2년 뒤 참의원에서 첫 의석 하나를 얻었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3석,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14석을 확보했다. 비례대표 득표수가 700만표를 넘어 야당 가운데 두번째로 높았다. 참정당은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웠다. 외국인이 더 나은 사회복지를 받는다는 가짜 뉴스로 배외주의를 부추겼다. 일본 핵무장을 주장하거나, 헌법 개정안에 국민 주권과 기본권을 부정하는 내용도 있다. 서유럽의 극우 정당과 같은 부류다.

참정당의 배외주의나 차별주의는 일본 정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 외국 부유층의 일본 부동산 매입은 엔화 약세의 결과다. 이는 극우나 보수가 지금도 높이 평가하는 아베 정부 정책이었다. 결국 일본에서 외국인 존재감 확대를 비판하는 건 자기모순이다. 선입견이나 피해의식을 가진 이들 앞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옹호하기 어렵다. ‘뻔한 얘기’라고 해도 정치인들이 민주정치의 기본 원리를 호소하며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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