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날리던 안양유원지의 추억, 새로운 쉼터가 된 ‘시민들의 친구’
안양의 역사 숨쉬는 안양박물관
그늘 가득 산책로 따라 식당·카페
곳곳에 자리한 APAP 예술작품들
관악산 등산로로 이어져 주말 북적
올가을 관악수목원 전면개방 기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안양 토박이들은 옛 생각이 떠오른다. 관악산 자락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계곡에 풍덩 뛰어들고 그늘 진 바위 위에서 도시락과 수박을 먹으며 무더위를 식혔다. 아이들은 계곡 옆 풀장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즐긴다. 얼굴이며 몸뚱이가 새까맣게 타서 껍질이 벗겨지면 어느새 여름이 훌쩍 지나갔다.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과 안양동 사이 계곡을 따라 관악산 입구까지 이어지는 안양예술공원은 안양시민들에게 ‘마음속 고향’ 같은 곳이다. 무더위를 식히던 계곡 물놀이 뿐 아니라, 봄에는 꽃 구경, 가을에는 단풍 구경을 하며 오가던 ‘안양유원지’가 이곳에 있었다. 지금은 계곡 옆 예술공원길을 따라 그늘진 산책로와 다양한 식당, 카페, 갤러리 등이 자리를 잡아 또다른 모습의 휴식처이자 관광지가 됐다. 안양예술공원은 안양이 자랑하는 ‘안양 9경’ 중에서도 첫번째인 제1경이기도 하다.
사실 이곳은 단순한 유원지나 공원 이상의 의미가 담긴 곳이다. 안양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중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안양예술공원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석은 1번 국도 ‘예술공원고가차도’ 아래에 있지만 시민들은 예술공원의 시작점을 안양박물관 입구 삼거리 쯤이라 생각한다. 이곳부터 그늘진 산책로와 예술공원길의 명물인 음식점·카페 라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기 전에 꼭 잊지말고 들러야 할 곳은 왼쪽편에 자리한 안양박물관과 김중업건축박물관이다. 날이 더우니 내려오는 길에 더위도 식힐 겸 들어가 둘러봐도 좋다.
안양박물관은 입구부터 대단한 국가유산이 자리해 있다. 통일신라시대인 826~827년에 제작됐다는 ‘중초사지 당간지주’(보물 제4호)는 국내 당간지주 중에서 유일하게 제작 기록이 새겨져 있는 귀중한 유산이다. 박물관 본관 뒤에는 커다란 초석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을 만날 수 있는데 ‘안양(安養)’이라는 명칭의 유래가 된 ‘안양사지’의 흔적이다. 기록에 따르면 신라 효공왕 4년(900)에 인근을 지나던 왕건이 산꼭대기에 오색구름이 떠오른 것을 보고 쫒아가 이곳에서 노스님을 만났고 그와 뜻을 같이해 이곳에 ‘안양사’를 창건했다고 한다. 그렇게 왕건이 의지와 뜻을 모아 세운 ‘안양사’에서 안양(安養)이하는 명칭이 유래됐다. ‘안양’은 불교에서 그리는 편안하고 자유로운 이상향 ‘극락정토’를 뜻한다.

중초사지 당간지주 뒷편에는 ‘중초사지 삼층석탑’이 아담하면서도 당당하게 서있다. 그 뒤로는 ‘김중업건축박물관’이 자리해 있는데 박물관 건물 자체가 우리나라 대표적인 1세대 건축가로 꼽히는 김중업이 설계해 건축학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건축물이다. 최초에는 (주)유유산업 안양공장의 핵심 건물로 지어졌는데 공장이 문을 닫은 후 리모델링 해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건축학적 의미 뿐 아니라 2014년 3월28일 개관한 국내 최초의 건축 전문 공립박물관이면서, 공장들로 번성했던 1970~1980년대 안양의 역사를 간직한 역사적 건물이라는 의미까지 깃든 귀중한 유산이다.

안양박물관 둘러보기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예술공원길에 들어서면 길을 따라 늘어선 큰 나무들이 뜨거운 햇볕을 막아주어 한결 걷기가 수월해진다. 조금 올라가다 보면 왼쪽으로 넓은 공영주차장을 만나게 되는데 전망탑처럼 생긴 높다란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망탑이 아니고 포르투갈 작가 디디에르 피우자 파우스티노의 작품 ‘1평 타워’다. 시작부터 ‘예술공원’의 면모가 드러난다.

그늘을 따라 쉬엄쉬업 길 옆 계곡과 식당·카페들을 보며 걷는다. 중간중간 그늘진 곳 마다 벤치들이 자리해 있어 잠시 쉬면서 땀을 식힐 수 있다. 더위를 참기 힘들면 예쁜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쉬어가도 좋다. 예술공원 답게 작품을 전시해 놓은 갤러리 카페도 여러곳 눈에 띈다.
쉬엄쉬엄 천천히 15분쯤 걸어 올라가면 오른쪽에 독특한 모양의 건물이 등장한다.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Alvaro Siza)가 설계한 ‘안양 파빌리온’이다. 2005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의 일환으로 설계·건축됐는데 알바로 시자의 조형예술 건축물로서는 아시아 최초라고 한다. 현재는 안양예술공원 일대 곳곳에 자리한 APAP 작품들을 소개하는 곳이자 누구에게나 오픈된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안양 파빌리온 내부를 둘러보고 나오면 곧바로 또다른 볼거리를 만난다. 인공폭포와 분수가 있는 ‘벽천광장’이다. 가동 시간에 맞춰 찾아가면 높은 인공 절벽에서 쏟아져 내리는 시원스런 물줄기를 감상할 수 있다. 6~8월 하절기 가동 시간은 평일 오전 11시~오후 1시와 오후 5시~8시, 주말 및 공휴일은 오후 1시~8시다.

인공폭포에서 쉬엄쉬엄 무더위를 식히며 10분쯤 더 걸으면 안양예술공원의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기다린다. 종점 공영주차장 옆 숲속에 자리한 미국 아콘치스튜디오의 작품 ‘나무 위의 선으로 된 집’이다. 철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나무들과 어우러지며 길게 이어지는데 관람객들의 시선을 주차장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고 한다. 작품 바로 인근 숲에는 맨발 산책길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9월말 완공된다고 하니 곧 또 하나의 재미가 더해질 듯 하다.
이곳을 지나면 예술공원로 산책길이 끝나고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시작된다. 비봉산 전망대까지 15분, 망해암 33분, 국기봉 39분이라고 안내돼 있는데 비교적 쉬운 등산코스여서 주말이면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눈길을 끄는건 등산로 입구 인근에 자리한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이다. 전체 구역이 1천550만 5천여㎡에 달하는 커다란 규모의 수목원으로, 최근 몇 년간 봄과 가을 임시개방을 통해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면모를 선보였다. 올해 가을께 ‘안양수목원’으로 명칭 변경과 함께 전면개방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기대가 크다. 물론 귀중한 수목자원 보호를 위해 일부 구간만 개방되는데 임시개방을 통해 수목원의 아름다움을 만나본 시민들은 전면개방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수목원이 개방되면 안양박물관부터 수목원까지 이어지는 볼거리·먹거리·쉴거리 가득한 이곳이 ‘안양 1경’다운 수도권 관광명소로 발돋움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양/박상일 기자 metr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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