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편안한 하늘' 고흐가 전하는 내밀한 위로 [김용우의 미술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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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뒤적이던 인터넷에서 산뜻한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년)의 그림을 만나면 어떤 기분일까.
고흐가 고민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스케치하듯 단숨에 그린 그림 한점.
고흐가 이 그림을 그린 시기는 프랑스 남부 아를(arles)에 노란 화실을 얻어 프로방스의 밝은 햇살과 눈부신 풍경을 담아내던 때다.
고흐의 작품 중 비슷한 구도의 그림으로 '사이프러스 나무와 두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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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의 미술思 21편
반 고흐 ‘참나무와 바위’
청량한 바람결 느껴져
작은 돌, 그 틈에 핀 꽃
고흐가 그린 편안한 하늘
![빈센트 반 고흐, 참나무와 바위, 1888년, 55×66㎝, 캔버스에 유화, 휴스턴 미술관, 텍사스, 미국. [그림 | 위키미디어]](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3/thescoop1/20250803114908025woor.jpg)
우연히 뒤적이던 인터넷에서 산뜻한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년)의 그림을 만나면 어떤 기분일까. 오늘 그런 경험을 한다. 고흐의 작품 '참나무와 바위(Rocks With Oak)'.
이렇게 산뜻한 기분이라니 말할 수 없이 설렌다. 가벼운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언덕에서 만나는 참나무 한 그루, 잠시 쉬어 가기 좋은 곳이다. 저기 어디쯤 바위에 앉아 땀을 식히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부른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한 소절이 가볍게 흐르는, 그런 상황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그림의 색상은 맑고 밝아서 시각적 표현만으로도 청량한 바람결이 느껴진다. 바위라기보다 작은 돌들과 그 틈에 핀 풀꽃, 무엇보다 하늘의 표현이 고흐가 만든 여느 작품과 다르다. 참 편안한 하늘이다. 이런 부드러운 고흐의 하늘은 처음 마주한다.
고흐의 작품이라면 모두 본 줄 알았는데, 이리 상큼한 작품을 만나다니 행운이다. 고흐가 고민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스케치하듯 단숨에 그린 그림 한점. 마치 맑은 수채화를 본 듯한 기분이다. 그림이 주는 즐거움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길을 걷다 들려오는 음악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그림도 우리에게 시각으로 다가와 마음을 조율한다.
고흐가 이 그림을 그린 시기는 프랑스 남부 아를(arles)에 노란 화실을 얻어 프로방스의 밝은 햇살과 눈부신 풍경을 담아내던 때다. 고흐는 우체부 롤랑과 그 가족들, 그리고 밤의 테라스, 론강의 별빛 같은 작품들을 이즈음에 그린다.
아를에서 고흐의 창작 의욕은 빛을 발했다. 무수한 작품을 그리던 질풍노도疾風怒濤 시절의 자신에게 위안과 휴식을 주듯, 한 줄기 바람 같은 그림이 바로 '참나무와 바위'다. 이 작품을 150년쯤 지나서 만나는 지금, 상쾌한 바람을 함께 느끼는 것은 그림에 담긴 에너지의 무게를 공감하기 때문 아닐까.
이 시기에 그린 작품을 한점 더 보자 '두 그루의 포플러 나무'다. 그림 색상으로 볼 때 같은 시기 같은 물감으로 같은 팔레트를 사용해 작업한 듯 색상과 채도의 동질감이 있다. 그래서 이 작품 또한 맑고 시원하다. 그림의 제작 시기는 '두 그루의 포플러 나무'가 뒤긴 하지만 분위기는 거의 같아 보이는 작품이다. 고흐의 작품 중 비슷한 구도의 그림으로 '사이프러스 나무와 두 사람'이 있다.
![빈센트 반 고흐 두 그루의 포플러 나무. [그림 | 위키미디어]](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3/thescoop1/20250803114909462vaze.jpg)
구도는 무척 닮아 있지만 '사이프러스 나무와 두 사람'은 달밤에 친구와 걷는 내용이고, '두 그루의 포플러 나무'는 홀로 즐기는 시원한 바람이다. 바람이 일렁이는 듯한 하늘, 흔들리듯 꿈틀거리는 나뭇잎, 그 아래 하얀 돌과 작은 풀잎들의 노래는 참나무 바위에서 쉬던 분위기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화가가 그림에 담아 전하는 무언의 메시지는 일종의 대화다. 그림을 통한 대화에는 누구도 들을 수 없는 둘만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 시간과 거리를 떠나 우리는 작가를 만날 수 있고,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누구와도 할 수 없는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위안을 받을 수도 있다.
고전미술이 일방적으로 그림 속 이야기를 전달한다면, 근대 이후 미술은 서로가 소통하는 '양방향' 전달이다. 그림을 통해 위안과 위로를 받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우리는 또다시 힘을 얻는다. 사인도 없는 작품으로 고흐가 전하는 시원한 바람 같은 위안에 행복한 아침을 맞는다.
김용우 미술평론가 | 더스쿠프
cla03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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