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인큐베이터 ‘시카다 이노베이션스’ 명문대 4곳 공동설립...400개 스타트업 지원 누적 투자유치 5.5조원...특허 취득 1000건 울런공대학이 설립한 ‘아이액셀러레이트’ 500개 스타트업 지원...여성 창업자가 절반
호주의 대표적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시카다 이노베이션스 로비 모습.
호주 시드니 남쪽 이블레이 지역은 과거 열차 정비창이 있었던 곳이다. 외관은 옛 모습 그대로지만 내부는 완전히 탈바꿈했다. 대형 쇼핑센터와 카페, 레스토랑이 들어서면서 시드시 시민들이 즐겨찾는 휴식의 명소가 됐다. 이 곳이 철도 정비창이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려는듯 증기기관차가 옛 모습 그대로 자리를 잡고 있다. 바로 앞 정비창 건물에는 ‘국립혁신센터(National Innovation Center)’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그 이유는 이 건물에 ‘시카다 이노베이션스(Cicada Innovations)’가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시카다 이노베이션스는 호주를 대표하는 딥테크 인큐베이터로 2000년 이 자리에서 설립됐다. 시카다라는 말이 ‘매미’라는 뜻을 가진 점에서도 드러나듯이 탈각을 하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 전의 매미처럼 초기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시카다는 사회 전반과 인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혁신적 신기술인 딥테크 분야의 초기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곳이 호주를 대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최고의 대학 4곳이 공동으로 설립한 곳이기 때문이다. 시드니대학과 뉴사우스웨일즈대학, 시드니공과대학, 호주국립대학 등 명문대 4곳이 공동주주로 시카다를 설립했다.
시카다 이노베이션스가 입주해 있는 옛 철도 정비창 건물 앞에 증기기관차가 옛 모습 그대로 전시돼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19세기 호주 산업혁명 시절의 정비창에서 사용하던 크레인 시설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묘한 설레임을 안겨준다. 시카다 이노베이션스의 브릿 하트네트 대외협력담당 이사는 “4개 대학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지만 시카다는 대학들로부터는 독립된 경영을 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농식품과 애그테크 분야를 중점 영역으로 운영하다가 지금은 헬스, 생명공학, 기후, 에너지, 첨단제조, 우주항공 등으로 분야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 곳에 입주해 있는 스타트업은 47개”라면서 “인큐베이터라고 해서 초기 스타트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증시에 상장한 스타트업도 3곳에 달할 정도로 다양한 단계의 스타트업이 공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트네트 이사는 “두 곳은 호주 증시에, 한 곳은 런던 증시에 상장했다”며 “여러 단계의 기업들이 모여 있으면 서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카다 이노베이션스가 입주해 있는 옛 철도 정비창 건물은 예전에 사용하던 철제 구조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시카다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팅을 위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연방정부, 지방정부 등 다양한 파트너들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하트네트 이사는 “예컨대 곡물연구개발공사(GRDC)는 곡물에 관련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을 지원하고, 호주축산공사(MLA)는 축산 분야 초기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방식으로 시카다와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지금까지 시카다가 인큐베이팅을 한 스타트업은 400개가 넘는다. 하트네트 이사는 “시카다에 입주한 기업들이 지금까지 투자 유치한 금액이 61억 호주달러(약 5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그간 취득한 특허도 1000건이 넘는다”고 소개했다.
울런공대학이 운영하는 액셀러레이터인 아이액셀러레이트의 건물 로비 모습.
이블레이에서 남쪽으로 1시간 남짓 자동차로 이동해 울런공대학에 도착했다. 이 곳에는 울런공대학이 자랑하는 액셀러레이터가 있다. 바로 아이액셀러레이트(iAccelerate)다. 울런공대학은 2011년 스타트패드라는 이름으로 첫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다가 2016년 아이액셀러레이트를 공식 개설했다. 아이액셀러레이트의 레베카 덜디그 이사는 “이 곳에서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호주에서 가장 오래 전부터 운영해왔다”며 “2016년 이후 지금까지 지원한 스타트업 숫자가 522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아이액셀러레이트 건물 1층에 있는 안내 데스크 모습.
아이액셀러레이트의 문은 모든 스타트업에 열려있지만 내부적으로는 4대 범주에 속하는 창업가들에 대한 지원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첫번째는 여성, 두번째는 원주민, 세번째는 사회적 기업가, 네번째는 지역 기업인이다. 덜디그 이사는 “이런 원칙에 따라 운영을 하다보니 현재 우리가 지원하는 스타트업 창업가 중 52%가 여성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 2년간 원주민이 창업한 스타트업 6곳을 배출하고 이들에게 특별 장학금을 지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한 작년에만 사회적 기업에 속하는 스타트업 17곳을 지원했으며, 울런공 지역 출신 기업가 104명에 대한 기업가 교육 훈련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아이액셀러레이트는 스타트업 지원을 3단계로 구분해 실시하고 있다. 첫번째 단계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장성을 타진하는 개념 증명 단계다. 둘째는 전문 기업가들이 멘토링을 지원하고 창업가들이 미래 로드맵을 세울 수 있는 창업 단계다. 세번째는 글로벌 투자를 받아 기업을 키우는 스케일업 단계다. 스타트업이 시카다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12주간의 개념입증 프로그램을 먼저 거쳐야 한다. 이후 전문가와의 일대일 면접을 통해 최종 지원 대상 기업이 결정된다. 현재 이 곳에 입주해 있는 스타트업은 60개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