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는 화폐 이야기] 10. ‘달리는 래핑 관용차’, 국민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정책이 국민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식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처럼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시대는 지났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민들의 일상과 맞닿지 않으면 주목받기 어렵고,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어렵다. 지금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다가가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조폐공사가 시도한 국민소통 방식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관용차를 활용한 새로운 정책 홍보 방식이다.
조폐공사는 현재 운용중인 모든 관용차량에 정책 메시지를 담은 디자인을 입혔다. 차량 외부에는 지역경제와 서민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 ‘지역화폐 플랫폼(Chak)’을 알리는 문구와 이미지가 래핑되어 있다. 이 차량들은 도심과 지역 곳곳을 누비며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시선을 이끌고,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조폐공사는 이를 통해 관용차량을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인 이동식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시민들은 출퇴근길, 길을 걷는 중, 혹은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동안 이 차량과 마주치게 된다. 이는 광고처럼 강제하지 않으면서도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정책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조폐공사 사장의 관용차에도 동일한 래핑이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관장의 차량은 외부 노출을 꺼리는 것이 관행이지만, 조폐공사 사장은 이 틀을 과감히 깼다. 정책 메시지가 래핑된 차량을 타고 직접 현장을 누비는 그의 모습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말보다 행동으로 소통하려는 조직 철학의 표현이자, 국민과 직접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진정성 있는 실천이다.
리더의 행동은 조직 구성원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보여주기식 홍보가 아닌, 실제 생활 속 실천으로 이어질 때 국민은 더 쉽게 공감하고 신뢰하게 된다.
이 같은 조폐공사의 시도는 관용차량에만 머물지 않는다. 여권과 국가신분증을 제작하는 조폐공사 ID본부 건물 옥상에는 스마트폰 형태의 대형 구조물을 설치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온누리상품권’을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시장 이용을 유도하는 이 메시지는 시각적으로 눈길을 끌 뿐만 아니라, 특히 젊은 세대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식이다.

바쁜 일상 속을 걷다가 이 입체 구조물을 마주친 사람들은 무심코 발걸음을 멈추고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다. 또한 KTX를 타고 대전 방면을 오가는 승객들 역시 열차 창밖으로 보이는 이 설치물에 시선을 빼앗기며, 짧은 순간이나마 ‘온누리상품권’이라는 메시지를 접하게 된다. 익숙한 공간에 낯선 시각적 요소가 등장함으로써 주목도와 인식률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풍경에 새로운 메시지가 더해짐으로써, 사람들은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이처럼 조폐공사는 물리적 공간, 디지털 이미지, 그리고 이동 수단까지 다양한 매체를 연결해 정책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 사람들이 스스로 관심을 갖게 만들고, 궁금증을 유도해 정책에 대한 접근성과 친밀감을 높이고 있다.
정책 홍보는 말보다 태도다. 아무리 잘 다듬어진 문구도 형식에 그치면 진정성이 없다. 반면, 말보다 실천으로 다가가는 자세는 신뢰를 만든다. 조폐공사의 사례는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정보 전달보다 경험을, 말보다 행동을 통해 국민과 소통한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공공기관 리더십에도 시사점을 준다. ‘무엇을 말할까’보다 ‘어떻게 실천할까’가 더 중요한 시대, 실천은 조직 문화를 바꾸고 국민과의 관계를 친밀하게 만든다. 정책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이제 공공기관이 고민해야 할 것은 ‘내용’보다 ‘방식’이다. 정보의 양보다 중요한 건, 그것을 어떻게 시민의 삶에 스며들게 하느냐다. 조폐공사의 ‘달리는 래핑 관용차’는 그 변화의 시작이자, 공공소통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좋은 예다.

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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