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목적은 국민통합…국민 갈라져도 정치인은 통합해야

성한용 기자 2025. 8. 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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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333333;"><span style="color: rgb(0, 184, 177);">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span>599</span>
여야 강성 지도부 들어서면 정치 내전 격화할 것
정청래-김문수 대표 ‘적대적 공존 시즌 2’ 조짐
정기국회 ‘법안 일방 처리’ ‘장외투쟁’ 충돌 전망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8월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차 임시전국당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당원대회에서 정청래 의원이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정청래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잔여 임기인 내년 8월까지 민주당 대표직을 수행합니다.

경선 초반에는 박찬대 의원이 대표에 선출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박찬대 의원이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마음)을 등에 업고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달랐습니다. 명심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정청래 의원은 대의원 투표에서 졌지만, 권리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에서 이겨 61.74% 대 38.26%로 압승했습니다.

이번 당원대회를 통해 확인된 분명한 사실은 민주당의 주인이 이재명 대통령이나 의원들이 아니라 권리당원들이라는 것입니다. 이른바 ‘이재명 일극 체제’는 허구의 프레임입니다.

하긴 지난해 국회의장 후보자 선출 때도 그랬습니다. 이재명 당시 대표는 추미애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만들기 위해 정성호 조정식 의원을 주저앉혔지만, 의원들은 우원식 의원을 국회의장 후보로 뽑았습니다. 그때는 ‘명심’과 ‘당심’이 일치했고 ‘의심’(의원들의 마음)이 달랐습니다. 이번에는 ‘명심’과 ‘의심’이 일치했지만 ‘당심’이 달랐습니다.

정청래 의원은 어떻게 명심을 꺾고 대표가 된 것일까요?

첫째, 경륜입니다. 정청래 의원은 17·19·21·22 4선 국회의원입니다. 호불호를 떠나서 인지도가 매우 높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정치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친노’였고, 정동영 대선 후보 때는 ‘정통’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때는 ‘친문’이었고, 지금은 “이재명이 정청래이고 정청래가 이재명”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둘째, 투자입니다. 우리나라 정당은 제왕적 총재가 전권을 행사하던 ‘1인 정당’에서, 의원들이 주인인 ‘자영업자 정당’으로, 또 당원들이 권력을 행사하는 ‘당원 정당’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정청래 의원은 미래를 내다보고 당원 권한 확대를 오래 전부터 주장했습니다. 권리당원들이 정청래 의원을 압도적으로 밀어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셋째, 윤석열 효과입니다. 정청래 의원은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단 단장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당했지만 우리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내란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특검 소환에 불응하며 온갖 추태를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추태가 부각될수록 정청래 의원이 반사이익을 더 많이 누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청래 대표는 당원대회 뒤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이긴 이유를 “당원 주권시대를 열망하는 민주당의 주인이신 당원들의 승리”라고 짚었습니다. 당원대회 전날 문화방송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권리당원들의 어떤 심정, 어떤 정서에 호소한 게 주효했다고 자평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정청래 의원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우리가 해방정국 때 반민특위를 만들었는데 반민특위가 좌절되면서 친일파 척결을 못 했지 않습니까? 그런 것에 비춰 볼 때 이번에도 혹시 내란 세력을 척결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내란과의 전쟁이다, 이 내란과의 전쟁 속에서는 정청래 같은 강력한 리더십, 전투형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부분을 당원과 국민께서 공감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민주당 권리당원들이 정청래 의원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극도의 적대감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을 아예 해산해 달라는 것이 민주당 강성 당원들의 주문일 것입니다.

정청래 대표는 당원대회 뒤 기자들에게 국민의힘 해산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란 특검을 통해서 윤석열뿐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에 내란 동조 세력과 방조자, 협력자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자연스럽게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하라는 국민 요구가 높아질 것이다. 그때 당 대표로서 현명하게 판단하겠다.”

정청래 대표 당선으로 앞으로 우리 정치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당장 8월 22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예비경선은 8월 5일과 6일 이틀간 당원 투표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로 합니다. 대표 후보 4명, 최고위원 후보 8명으로 압축합니다. 본경선은 8월 20일과 21일 당원 투표 80%, 국민여론조사 20%로 합니다. 대표는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8월 24일과 25일 이틀 동안 결선 투표를 합니다.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당원들이 결정권을 갖습니다.

누가 될까요? 김문수 후보가 무난히 당선될 것입니다. 김문수 후보는 6·3 대선에서 무려 41.15%를 득표했습니다. 경륜과 인지도에서 다른 후보들을 크게 앞섭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적대감이 득표의 최대 강점입니다. 그는 7월 20일 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재명 1인 독재로 대한민국은 이제 더 이상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반미, 극좌, 범죄 세력들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을 접수했다. 이재명 총통 독재를 김문수가 막아내겠다.”

이재명 정권 퇴진 투쟁을 벌이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뉴시스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7월 27일과 28일 이틀간 조사해서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대표 적합도는 조경태 23.5%, 김문수 16.8%, 안철수 10.7% 장동혁 9.1%, 주진우 4.2% 순이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김문수 34.9%, 장동혁 19.8%, 조경태 11.0%, 주진우 8.8%, 안철수 8.0%로 순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이 실제 전당대회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정청래-김문수 체제에서 여야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당장 9월에 정기국회가 시작됩니다. 정청래 체제의 민주당은 개혁 법안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입니다. 정청래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은 추석 전에 반드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맞서는 김문수 체제의 국민의힘은 강하게 저항할 것입니다. 국회에서 의석이 부족하니 장외집회도 불사할 것입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사라지고 여야는 강 대 강으로 충돌할 것입니다.

이런 대치 상황이 정청래 김문수 두 대표에게는 나쁘지 않습니다. 외부와의 전쟁 중에는 내부 갈등이 불거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정치를 지배해 온 윤석열-이재명의 ‘적대적 공존 시즌 1’이 정청래-김문수의 ‘적대적 공존 시즌 2’로 이어지는 셈입니다. 걱정입니다.

정치학자 박상훈이 2023년 8월 ‘혐오하는 민주주의-팬덤 정치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라는 책을 냈습니다. 지금 상황을 미리 내다본 것 같습니다.

“여야는 마주 보며 정치를 하지 않는다. 서로 등을 돌려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상대를 비난하는 일만 한다. 그런 ‘정치가 아닌 정치’를 하는 여야가 민주주의를 괴이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정치 없는 민주주의 혹은 정치 대신 혐오를 주고받는 민주주의의 등장이라고 정의할 만한 상황이다.”

“언론과 지식인들의 파당화, 관제화도 문제다. 이들을 비판하며 등장한 신종 미디어나 인터넷 지식인들의 과도한 권력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들은 세상을 보는 독립적인 시각이나 관점 없이 어느 한 편에 서서 파당적 선동으로 싸움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야유와 혐오를 대중화하고 사회화하는 것은 그들이다.

그들이 권력의 기관지나 대변자 같은 역할을 통해 돈을 벌고 위세를 떨친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공론장의 기능이 식민화되든 말든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 팬덤 정치는 이들 신종 권력 언론의 번성을 가져왔다.”

“민주주의는 우리가 적법하게 선출한 사람들에게만 통치를 허락하는 체제다. 그런 우리와, 우리가 선출한 대표 사이가 나빠지기를 원하는 사람들, 그래서 정치를 시장에 넘기고 민간에 넘기고 전문가나 행정 관료제에 넘기라고 하는 사람들, 나아가 국민이나 시민에게 넘기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자신들이 지배하고자 하는 팬덤들은 근본적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람들이다.”

“사납고 공격적인 팬덤을 가져야 대통령이 되고 당 대표가 되고 당 최고위원이 되는 민주주의는 결국, 민주주의가 아니다.”

어떻습니까? 저는 이 책의 문제의식에 대부분 공감합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정치는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닙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지나치게 미워하면 안 됩니다. 이 세상은 어차피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곳입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혐오하고 증오하고 배제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사랑하고 통합하고 포용하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팬덤 정치와 혐오의 정치가 횡행하며 우리는 심리적 내전 상태에 들어섰습니다. 이대로 가면 정치가 붕괴할 수 있습니다. 흐름을 되돌려야 합니다. 정치인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주 하는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아도 국민이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틀렸습니다.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입니다. 정치의 목적은 국민통합입니다. 국민이 갈라져도 정치인은 통합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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