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선택한 폴란드의 승부수…K-2 전차가 러시아 견제한다 [박수찬의 軍]
폴란드에 국산 K-2 전차를 수출하는 2차 계약이 1일 체결됐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군비청과 65억 달러(9조 1300억 원) 규모의 K-2 전차 2차 수출계약을 맺었다.

K-2PL 3대는 한국에서 제작해 K-2GF 개량 관련 시험을 진행하며, 61대는 폴란드에서 생산한다. K-2 계열 차량은 2029∼2031년 폴란드군에 납품된다.
이를 위해 현대로템은 K-2PL 전차 및 관련 차량 조립 라인 구축을 위한 도구와 생산 장비를 폴란드 기업인 부마르 라베디에 제공할 예정이다.
K-2PL은 대전차미사일과 드론 위협을 저지할 능동파괴장치(APS)와 전파를 교란해 드론을 막는 드론 재머(ADS), 원격사격통제체계(RCWS)가 탑재되고, 성능이 개선된 특수 장갑이 적용돼 방호력도 더욱 높아진다.

폴란드는 2022년 7월 K-2 1000대와 K-9 자주포 670여대, 천무 다연장로켓 등을 도입하는 총괄계약을 맺었다.
같은 해 8월 K-2GF 180대를 4조5000억 원에 사들이는 1차 계약을 체결했다. 2차 계약에선 K-2PL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실제 계약 내용은 달랐다.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의 안보 정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을 공격할 위험을 우려해 왔다.

나토 동부전선에 해당하는 폴란드는 러시아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 러시아의 맹방인 벨라루스와 인접해 있다.
벨라루스와의 국경에서는 철책을 넘으려는 난민과 이를 막는 폴란드 국경수비대가 물리적 충돌을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폴란드 내부 혼란을 노리고 난민을 밀어내는 하이브리드 전략의 일부다.
폴란드는 나토와 발트 3국을 연결하는 유일한 육로인 수바우키 회랑을 갖고 있다.

폴란드는 국방비를 증액하고 ‘동부 방패’ 계획을 통해 안티드론 시스템과 대전차 방호벽 등을 동부 국경에 세우고 있다. 또 전쟁이나 재난 시 행동요령을 담은 안전 가이드를 수십년만에 다시 만들 예정이다.
러시아·벨라루스와의 관계가 악화하고, 무력충돌 위험이 커지면 단기간 내 군사력을 증강할 방법이 우선시된다.
K-2PL이 폴란드군과 방위산업계 요구사항을 반영한 신형 전차지만, 개발을 완료하고 현지 생산해서 전력화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K-2GF는 경남 창원시 현대로템 공장에서 매우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 올해 1차 계약 물량 인도가 끝나고, 2차 계약도 내년에 30대가 먼저 인도될 예정이다.
1차 계약을 통해 신속한 생산·인도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K방산의 장점이 2차 계약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군사력 증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방위산업 육성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유럽 국가들은 미국에서 첨단 무기를 대량 구매하면서도 역내 방위산업 투자도 늘리고 있다.
폴란드도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와 M1 전차, F-35 스텔스 전투기 등을 미국에서 도입하는 한편 자국 방위산업체에 장갑차와 무인기 등을 주문하고 있다.
문제는 전차다. 폴란드의 전차 생산은 PGZ 그룹 산하 부마르 라메디가 맡아왔다. 1951년 라메디 기계공장으로 출범한 부마르 라메디는 냉전 시절 T-72 등 옛소련 전차를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장을 유지할 일감 확보가 문제가 됐다. 레오파르트2PL 프로그램이 조만간 종료될 상황에서 신규 주문이 없으면 생산활동이 중단될 수 있었다.
노조는 지난해 말 신규 주문 부재에 따른 생산 중단을 우려했고, 경영진이 지난 3월 반박 성명을 내는 등 갈등을 빚었다.
이번 2차 계약에 포함된 K-2PL 61대는 부마르 라메디가 생산 활동을 지속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부마르 라메디는 1200여명을 고용하는 방위산업체로서 폴란드에서 유일하게 전차 시험장을 보유한 기업이다. 전차 생산과 시험 기능을 모두 갖춘 방위산업체를 유지하는 것은 폴란드 정치권과 정부에 중요한 일이다.

실제로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슈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장관은 서명식에서 “이번 계약은 단순히 전차 구매에 국한되지 않는다. 폴란드 경제 발전 촉진을 위한 것”이라며 경제적 측면을 부각했다.
파베우 베이다 국방차관도 “전차 구매 비용은 수명 주기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나머지 3분의 2는 운영, 현대화, 정비에 쓰인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얻는 것으로, 생산 능력뿐만 아니라 정비 능력도 얻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도 핵심 구성품과 관련 서비스를 계속 공급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전차 생산라인과 고용 유지, 지역경제 발전 등을 감안하면 폴란드 정부와 정치권은 향후에도 K-2PL 추가 생산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폴란드의 K-2 전차 수출은 중동이나 동남아시아처럼 완제품을 판매하는 형태의 수출과는 다른 구조다.
방위산업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질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현지 업체와의 협력 및 기술이전은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또다른 도구가 될 수 있다.
무기 구매국들도 기술이전과 산업협력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파베우 베이다 폴란드 국방차관은 지난달 31일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을 만난 자리에서 “폴란드 산업에 대한 기술 이전, 폴란드 국내 생산 현지화, 폴란드 제조업체의 공급망 통합에 특히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수요에 부응하려면 범정부적 차원의 수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전략적 차원의 시장 개척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방산수출 증대를 위한 정부의 체계적인 뒷받침이 요구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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