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람 없는 승차감·주행질감…‘전기차 케즘’ 속 4500만원대 가격은 숙제[시승기 - 세닉 E-Tech]

김성우 2025. 8. 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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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출력 160㎾, 최대토크 300Nm
배터리 용량, 87㎾h 평속기준 443㎞ 주행가능
솔라베이 파노라믹 루프 등 발군
르노 세닉 E-Tech [김성우 기자]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최근 국내시장에 상륙한 르노 세닉 E-Tech는 국내 시장에 딱 999대만 출시하는 차량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마케팅을 넘어선 르노그룹의 한국시장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유럽 시장에서도 흥행이 예고된 전략 차종을 멀리 한국 땅까지 이송해 오는데, 물량도 1000대 가까이 확보했다는 점이 그렇다. 단순한 판매를 넘어서 생산기지와 R&D(연구개발)센터가 위치한 ‘한국 시장과는 함께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최근 서울 성수에 위치한 ‘익스피리언스 르노’ 전시장에서 강원도 춘천까지 왕복 약 200㎞ 구간에서 세닉을 직접 체험해봤다. 가는 길 100㎞는 직접 주행으로, 나머지 오는길은 뒷자리 안전성을 체험하기 위해 쇼퍼 드리븐 형식으로 2열 공간에 앉았다.

운전 질감은 ‘즐거움 그 자체’, 2열 공간에서의 경험은 ‘독특함’으로 다가왔다.

차량의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160㎾(218마력), 최대토크 300Nm의 전기모터로 구성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7.9초 만에 도달할 정도로 뜨겁다. 초반 주행에선 뿜어져 나오는 토크감이, 공도 주행에서는 옆차를 제치는 날렵함이 발군이다.

주행 질감은 유럽차답게 단단하면서도 유연하다. 노면의 소리를 속삭이듯 조용하게 전달하면서 충격은 많지 않다. 고속에서도 차체가 안정적이고 쏠림이 없다. 다만 2열에서는 단단한 느낌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듯했다. 특히 굴곡이 많은 산길을 내려올 때는 쏠림 현상은 없었지만 노면에서 올라오는 떨림은 있었다. 낮은 요철구간에서도 울컥이는 불편함이 있었다.

배터리 용량은 87㎾h로 평속기준 443㎞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이날 완충 상태에서 인도받은 차량은 주행을 마친 다음에도 주행가능거리는 270㎞가 남아있었다. 회생제동은 4단계로 조절 가능하고 원페달 주행도 가능하다. 르노 특유의 브레이크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밀리는 것처럼 느껴져 주의를 요했다.

르노 세닉 E-Tech [김성우 기자]

차량은 전장 4470㎜, 휠베이스 2785㎜, 전폭 1865㎜, 전고 1575㎜다. 2열 공간은 성인 남성이 앉아도 주먹이 2개 이상 남을 정도로 넉넉했다. 차량은 준중형급 차체인데 20인치 휠을 기본 탑재하고 있다. 현대차 싼타페나 그랜저, 기아 쏘렌토 등 크기감이 있는 차에서 사용되는 휠이다. 덕분에 밖에서 봤을 때는 넉넉한 길이감을 큼지막한 바퀴가 채워 넣어 안정적인 매력을 준다. 다만 공간감이 좁은 우리나라 주차장에서는 운전에 주의를 요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압도적인 차량의 매력은 회전반경은 약 10.9m(직경 기준)이다. 동급 차량 중에서도 넓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익스테리어는 전기차다운 폐쇄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얇은 헤드램프, 전면 ‘르노 로장주’ 엠블럼이 조화로운 느끔을 준다. 후면부는 직선적인 램프 디자인과 루프 스포일러는 탄성이 나올정도로 매력적이다.

인테리어는 프랑스 감성 그 자체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12인치 세로형과 12.3인치 클러스터가 통합된 형태로 깔끔하게 갖춰졌고, 미래적인 느낌의 아담한 스티어링 휠과도 매치가 잘 됐다. 친환경 소재를 썼다는 차량 내장재의 질감도 훌륭한 편이다. T맵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지만 구글 빌트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된 안드로이드 기반의 내비게이션과 음성 인식이 깔끔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세닉 E‑Tech에 적용된 솔라베이(Solarbay) 파노라믹 루프는 본래는 고급차에만 탑재돼 왔던 신선한 기능이다. 버튼 하나로 네 구역의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전기변색 기술(EDW)을 적용하면서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햇빛을 차단해준다. 실제로 사용해보니 신기하게 다가왔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아쉬운 점을 꼽자면 사이드미러의 후측방 경고등이었다. 국내에 유통되는 다른 차와 비교했을 때 인지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불이 작게 들어왔다. ‘시각적 경고’에 익숙해져 있을 국내 소비자라면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대목이다.

르노 세닉 E-Tech [김성우 기자]

가격도 조금 아쉽다. 프리미에르 단일 트림으로 출시된 세닉의 판매가는 5399만원. 여기에 각 지자체 보조금을 더해도 최종 구입가는 약 4500만~4800만원대다. 동급의 국산 경쟁차종들이 최근 앞다퉈 3000만원대 전기차를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는 마케팅의 힘이 필요해 보인다.

요약하자면 차량은 전기 SUV 시장에서 보기 드문 유럽스타일의 ‘감성’이 묻어나는 차량이다. 주행 감각, 효율성 등 여러모로 훌륭한 포인트도 존재한다. 점차 격화돼 가는 국내 전기차시장에서는 돌파구를 찾기위한 묘안이 필요해보인다. 다만 분명한 것 하나만큼은 르노가 한국에 보여주고 있는 진심이다. 유럽차 특유의 감성을 선호하는 소비자, 넉넉한 공간감이 필요한 4인가족에게 이 차를 추천한다.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시작해 SM520과 QM6, XM3와 그랑 콜레오스까지 그간 르노와 함께한 마니아 계층에게도 르노차의 새로운 매력을 느껴볼 수 있게 해줄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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