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어게인 스피커' 전한길의 7개월… 이젠 '국민의힘 킹메이커' 넘보나
불법 계엄 사태 후 '尹 옹호' 발언하며 변신 시작
"尹 탄핵 반대"→'전한길 뉴스' 설립→국힘 입당
주요 고비마다 국힘과 '접점'… 2월부터 본격화
"국힘 당대표 선거, '친길 대 반길' 구도" 분석도

당 재건의 사활이 걸린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출마자 간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유명 한국사 강사'에서 '보수 유튜버'로 변신한 전한길씨의 국민의힘 입당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 온 당대표 주자들은 ‘극우 스피커’가 된 전씨를 친윤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삼고 있는 반면, 쇄신파 주자들은 ‘전한길 출당’을 요구하며 그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친윤 대 반윤’을 넘어 ‘친길 대 반길’의 구도가 됐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절체절명 위기’다. 지난달 당 지지율은 10%대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아스팔트 보수’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만 남았다. 전씨가 ‘극우 스피커’로 급부상하기까지 7개월 동안, 국민의힘 내 친윤계 뿌리와 접점을 만들어 온 과정을 되짚어 봤다.
①역사강사서 보수 유튜버로… ‘변신’의 시작은?

메가공무원 소속 한국사 강사로 이름을 날렸던 전씨가 돌연 ‘보수 유튜버’로 변신한 시점은 지난 1월 1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꽃보다 전한길’에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는 의견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전씨는 ‘대한민국 혼란, 선관위가 초래했다’는 제목의 이 영상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부정선거를 바로잡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며 ‘계엄에 명분이 있었다’는 음모론적 주장을 펼쳤다. 급작스러운 행보에 수강생들 비판이 빗발치자, 전씨는 자신의 강의 카페에 글을 올려 “60억 원 연봉보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지금은 욕을 먹더라도 독립운동 한다고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유튜브 채널 ‘꽃보다 전한길’의 구독자 수는 문제의 영상 업로드 닷새 만에 20만 명이 급증했다.
폭발적인 구독자 수 증가에 힘입은 전씨는 1월 25일 여의도에서 세이브코리아 주최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직접 마이크까지 잡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거듭 계엄의 불가피성을 주장한 뒤 “(나라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윤 대통령을 우리가 지켜야 한다”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후 부산, 대구, 광주, 구미, 춘천 등에서 이어진 세이브코리아 집회 무대에 연달아 올라 “계엄령은 계몽령이었다”는 극단적 주장을 펼치며 ‘보수 진영 간판 스피커’로 거듭났다. 전씨의 집회 발언들은 연일 언론을 통해 회자됐고,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2주 만에 기존의 두 배인 114만 명까지 늘어났다.

손현보 부산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했던 세이브코리아의 ‘탄핵 반대’(반탄) 집회는 전씨와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 간 접점이 본격적으로 생긴 계기였다. 지난 2월 22일 대전 집회에서 전씨는 국민의힘 소속 윤상혁·장동혁 의원과 함께 연단에 올라 “이젠 국힘 의원들도 하나가 되어 윤 대통령 탄핵 기각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3월 1일 여의도에서 열린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는 나경원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이 대거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전씨는 공개적으로 이들과 교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의원은 연설 도중 전씨의 유튜브 활동을 직접 언급하며 ‘진실의 전달자’라고 치켜세웠고, 그는 ‘내가 힘들 때마다 의원들이 격려했다’고 화답했다.
②‘우파 파워 인플루언서’→‘전한길 뉴스’ 설립
순식간에 우파의 ‘파워 인플루언서’가 된 전씨의 다음 행보는 ‘언론사 설립’이었다. 3월 15일 서울 안국역 인근에서 열린 반탄 집회에 참석한 그는 “2030 세대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언론사를 차리려 한다”며 “매체명 ‘전한길 뉴스’로 이미 언론사 등록까지 마친 상태”라고 발표했다. 나흘 후인 같은 달 19일엔 언론사 홈페이지 주소를 공개하며 “두 달 전만 해도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면 조회수가 최소 100만 건이 넘었는데 최근 영상은 10만 건도 되지 않는다”고 전한 뒤, “고민 끝에 대안으로 생각한 게 언론사였다”고 설명했다.

‘전한길 뉴스’가 출범하자 나경원·윤상현 의원은 즉각 축사를 보내 반응했다. 나 의원은 “헌법 가치와 법치의 원칙에 근거한 팩트체크야말로 '전한길 뉴스'가 국민에게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찬사를 쏟아냈고, 윤상현 의원은 “전한길 선생님이 많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이유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실천해 온 분이기 때문”이라며 “그의 신념과 용기가 언론의 영역에서도 빛을 발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③尹 면담, 정치적 영향력 확장… 강사 은퇴? 사실상 '해고'
언론사 설립 후 전씨의 행동력은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기점으로 한층 과감해졌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 직후였던 4월 10일, 전씨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관저를 자신이 직접 찾아 퇴거 직전의 윤 전 대통령과 접견했다는 소식을 ‘전한길 뉴스’로 전했다. 그는 “(4월) 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나를 불렀다”며 “관저에 들어서 윤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전씨를 향해 “나야 감옥 가고 죽어도 상관없지만, 우리 국민들 어떡하냐. 그분들께 너무 미안해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는 ‘전한길 뉴스’ 출범 당시 축사를 보냈던 윤상현 의원도 동행했다.

전씨는 파면 이후 서울 서초동 자택으로 돌아간 윤 전 대통령을 ‘예수’에 빗댄 발언을 하는 바람에 빈축을 사기도 했다. 4월 14일 채널A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한 그는 “윤 전 대통령이 사저로 돌아가 침통해하실 줄 알았는데 ‘다 이기고 돌아왔다. 새로운 시작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다”며 “그 말씀을 들으면서 예수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성모독’ 논란이 불거진 이유다.
이로부터 한 달 후, 전씨는 26년간의 한국사 강사 인생을 공식적으로 마감했다. 5월 14일 그가 소속돼 있던 메가공무원이 ‘계약 종료’를 발표한 것이다. 전씨는 “그간 (내가) 정치적 발언을 해 오면서 학생들이 회사에 압박을 많이 가했다”며 “그만두고 싶어서 그만둔 건 아니고, 회사에 상처를 주기 싫어서 계약 해지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실상 ‘해고’를 당한 것에 가깝다는 얘기였다. 이어 그는 “앞으로는 ‘전한길 뉴스’ 발행인으로서 언론인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대변인이 되겠다”며 정치적 행보를 한층 더 강화할 것임을 암시했다.
④국힘 입당→당내 ‘尹 어게인’ 핵심으로

그리고 지난달 14일, 전씨는 윤상현 의원 주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국민의힘 당원이 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앞으로) 보수 우파가 잘되도록 밀어줄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국민의힘 입당 신청은 지난 6월 활동명 ‘전한길’이 아니라, 본명인 ‘전유관’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의 입당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당 혁신 기조에 어긋난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윤 어게인’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씨의 입당 신청을) 미리 알았다면 당원자격심사위를 열어 입당을 막았을 것”이라며 “즉각 출당”을 요구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전한길 같은 ‘부정선거 음모론’ 지지자를 국민의힘에 입당시키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실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전씨를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전씨에게 판을 깔아줬다’는 비난에 직면한 윤상현 의원이 대표적이다. 윤 의원은 “(7월 14일 열린) 토론회가 ‘윤 어게인 행사’로 오해받는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면서도 “당내 기류를 알지만 전한길과의 절연에는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인적 쇄신론이 무색해질 만큼, 국민의힘 내에서 진행 중인 ‘친길 대 반길’ 세력 양분화는 점입가경 수준이다. 전씨는 지난달 21일 당대표 후보들을 향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갈 것인지’를 공개 질의하겠다고 선언했다. 당권 도전에 나선 안철수·조경태·주진우 의원은 해당 제안을 즉각 거부한 반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동혁 의원은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졸지에 전씨가 전당대회의 ‘면접관’으로 떠오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로 장 의원은 지난달 31일 전씨와 강용석씨 등 보수 유튜버들이 주도한 유튜브 토론회에 출연해 “(국민의힘) 당대표가 되면 윤 전 대통령 면회를 가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전씨가 대표하고 있는 ‘윤 어게인’ 세력을 끌고 가겠다는 뜻을 확고히 한 셈이다. 하지만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일 “이제 우리 당에 더 이상 윤석열은 없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을 감싸고 있는 ‘전한길의 입김’이 찻잔 속 미풍에 그칠지, 아니면 당 전체를 집어삼키는 메가톤급 태풍이 될지는 현재로선 속단할 수 없다. 그 결론은 오는 22일 전당대회에서 내려지겠지만, 어느 경우든 국민의힘 내홍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해 보인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청래는 누구] 거침없는 화법으로 당심 사로잡은 與 '최전방 공격수' | 한국일보
- [단독] 건진 법당에서 나온 김건희의 '예전' 폰… '판도라 상자' 열리나 | 한국일보
- "관악산, 한강…지겹지 않나요?" 코인 노래방에서 교가 부르게 해달라는 고교생들 | 한국일보
- 산불에 노인 4명 구한 중학생, 대통령 초청에도 못 간 사연 | 한국일보
- 누가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로 결정했나...앞으로도 유지될 것인가 | 한국일보
- 미국의 선제적 ‘동맹 재구성’… 절대선이던 한미동맹, 딜레마에 빠졌다 | 한국일보
- 정청래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 野, 반성 없인 악수도 없다" [일문일답] | 한국일보
- 정성호 법무장관 "尹, 조폭보다 못한 행태…귀를 의심" | 한국일보
- 국민의힘 "이 대통령, 주가 폭락시키고 한가롭게 휴가라니" | 한국일보
- "저보단 청년들 걱정" 진흙에 파묻힌 농심, 그래도 희망은 싹튼다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