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최전방 공격수'... 폭풍 개혁 예고한 정청래는 누구
'엘리트 코스'와 거리 먼 86 운동권 출신
구설 등으로 2016년 총선서 '컷오프'돼
법사위원장으로 尹 탄핵 정국서 맹활약

"상대 진영엔 거부감을 주지만 지지층에겐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정치인."
이재명 정부에서 거대 여당을 이끌게 된 정청래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탄핵 반대' 주장에 "어차피 윤석열은 내란죄로 사형"이라 맞받아치고, 자신을 '빌런'(악당)이라 칭한 국민의힘 의원에게 "악당과 회의하는 여러분은 악당 꼬붕(부하라는 뜻의 비속어)"이라 거침없이 응수한 장본인이다. 지난 정부 여야 대치 국면에서 '당 대포'라는 별명이 그래서 붙었다.
정 대표의 직설화법은 당 안에서도 구설을 낳기도 했다. 당내에서 비주류인 시기가 더 길었던 만큼 처음부터 주목받은 당의 주력 대포는 아니었다. "누구든지 수틀리면 공격한다"(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2015년 최고위원 당시 '공갈 발언'으로 중징계(당직 1년 정지)를 받았고,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컷오프(공천배제)되는 등 위기도 겪어야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안팎에서 남들이 공격해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끝까지 밀어붙여 집권여당 대표로 거듭났다"며 "민주당에서 가장 흥미로운 정치인은 단연 정청래"라고 평가했다.

86 정치인으로 노사모 활동하면서 국회 입성
1965년생인 정 대표는 건국대 산업공학과 재학시절 학생운동에 투신했다. 대학 4학년 때인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소속으로 주한 미국대사관저 점거농성 사건을 주도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년간 옥고를 치렀다. 출소 후 보습학원을 운영하면서 2002년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에 가입해 활동하다 생활정치네트워크 '국민의 힘' 초대 대표를 지냈다.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에 힘입은 이른바 ‘탄돌이’로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 입성 과정부터 김대중 정부에서 영입된 이인영·우상호·임종석 등 '86세대 운동권 주류'와 거리가 있었다. 초·재선 때부터 주요 당직을 두루 거친 이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초선 당시 정동영계로 분류됐다. 2007년 대선 때 정동영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 그의 독설은 그때도 유명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유시민 당시 복지부 장관을 향해 "대통령 얼굴에 먹칠하는 간신"이라고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5년에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시절에는 당시 당대표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자 "독일이 유대인 학살에 사과했다고 유대인이 히틀러 묘소에 가서 참배할 수 있겠느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 안팎 구설에도 '친노·친문·친명' 거친 유연성
강성파로 분류되지만 특정 계파에 머물지 않는 유연한 행보를 보였다. 최고위원 시절 문재인 당시 대표와 각을 세웠음에도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엔 친문 스피커로 활약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 시절에는 '이재명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당 내에서 "정 대표는 친노·친문·친명을 모두 거친 정치인"이라며 "누구보다 변신이 빠르고 유연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2008년 총선에선 낙선했으나 2012년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2014년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24일간 단식 농성을 하기도 했다. 2016년 총선을 앞서 중도 공략에 나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컷오프'를 당하는 쓴맛도 겪었다. 그러나 경선에서 탈락하거나 불출마를 선언한 인사들과 함께 '더컸유세단'을 구성해 총선 승리에 기여하면서 명분을 잃지 않았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당선되며 재기했고, 2024년 총선으로 4선 고지에 올랐다. 지난해 22대 국회 첫 법사위원장으로서 당시 야당인 민주당의 3대 특검법 등 쟁점법안 처리를 주도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개혁 주도해 명실상부한 '전국구' 노린다
친명계 일각에선 "자기 정치를 우선한다"는 시각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의원들의 도움에 기대지 않고 당원의 힘으로 여당 대표로 선출된 것은 정 대표 스스로 다져온 저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 대표는 일찌감치 팬덤의 위력을 깨닫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당원과의 직접 소통에 주력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만 69만 명, 엑스(X·옛 트위터) 팔로어도 51만 명에 이른다.
정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당원들이 정 대표를 선택한 건 남다른 화력으로 개혁을 밀어붙여 이재명 대통령을 지원해 달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번 전대에서 정 대표를 도운 다른 인사는 "정 대표의 다음 목표는 명실상부한 전국구 정치인으로 올라서는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를 뒷받침하는 검찰·언론·사법개혁을 주도하는 한편, 알부남(알고보면 부드러운 남자) 이미지도 함께 구축해 나가지 않겠냐"라고 했다. 정 대표도 지난 2일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당정대(민주당·정부·대통령)가 원팀으로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것을 다 하겠다"며 "검찰·언론·사법개혁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해 추석 전까지 3대 개혁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석 달마다 지워지는 대통령실 CCTV가 이상민 구속 '1등 공신' | 한국일보
- "24시간 안에 '마스가 모자' 필요하다"...한국서 긴급 공수작전 | 한국일보
- 차인표, 구강암 별세 남동생에 "네 몫까지 잘 살아낼게" | 한국일보
- 전직 대통령의 '속옷' 추태 | 한국일보
- "에어컨 없는 경비실에 선풍기도 치우라니"... 아파트 경비원의 호소문 | 한국일보
- "민주당은 반미 폭력 극좌 정당"... 野 전대, 혁신 대신 강성 발언 배틀 | 한국일보
- '尹 어게인 스피커' 전한길의 7개월… 어느새 국힘 전대 '최대 변수'로 | 한국일보
- [단독] 건진 법당에서 나온 김건희의 '예전' 폰… '판도라 상자' 열리나 | 한국일보
- "관악산, 한강…지겹지 않나요?" 코인 노래방에서 교가 부르게 해달라는 고교생들 | 한국일보
- 산불에 노인 4명 구한 중학생, 대통령 초청에도 못 간 사연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