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서태웅' 닮은 여준석·이현중… 28년 무관 韓농구, 전설에 도전한다 [스한 위클리]

이재호 기자 2025. 8.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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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1997년 우승 이후 28년째 끊겨 있는 FIBA 아시아컵 트로피. 2003년 결승 이후 22년간 결승조차 오르지 못하고 있고 가장 마지막 대회에서는 8강에서 탈락했다.

28년째 우승하지 못하고 있으니 "전사하지 않고 살아남아서 남자 농구의 '전설'이 되겠다"는 안준호 남자 농구 대표팀 감독의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28년 만에 우승컵을 가져온다면 정말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아까우랴.

8월5일부터 17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2025 FIBA 남자농구 아시아컵'은 아시아 16개국이 참가해 대륙 최강의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농구 대표팀의 핵심이자 해외파로써 인기의 중심에 있는 이현중(24)과 여준석(23) 역시 "감독님 말씀대로 우승에 도전해 전설이 되어보겠다"면서 호응했다.

여준석과 이현중. ⓒ연합뉴스

▶"아직 이룬건 없지만…"

국내에서 열린 일본과의 2경기, 카타르와의 2경기에서 누구도 기대치 않았던 '전승'을 거두며 큰 주목을 받은 농구 대표팀.

팬들의 응원과 언론의 주목 속에서도 이현중은 "4경기 중 3경기가 매진이었다고 들었는데 정말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아직 이룬 건 아무것도 없다. 평가전이었을 뿐이다. 세계는 높다. 더 겸손해져야한다"라며 경계했다.

여준석 역시 "다 승리했지만 평가전을 통해 오히려 보완할 부분을 많이 노출했다. 남은 기간 그 부분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기 후 몇 번이나 영상을 돌려보는데 제 부족한 부분도 많고 팀적으로도 부족한게 정말 많더라"라고 혀를 내둘렀다.

특히 마지막 경기였던 카타르와의 2차전이 큰 도움이 됐다고. 이현중은 "직전 3경기에 비해 마지막 경기가 잘 나가다가 상대 핵심선수들이 들어오자 갑자기 경기가 막히고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 경기가 안풀릴 때 어떻게 헤쳐나갈지 선수들끼리 많이 느꼈다. 대회에 들어가기전에 이런걸 발견했다는게 다행이다. 어려움을 겪으며 이긴 것이 3연승으로 들떠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바라보게 해줬다"고 말했다.

NBA에 도전하기 위해 미국-호주를 거쳐 현재 일본에서 활약 중인 농구대표팀 에이스 이현중. ⓒ연합뉴스

▶둘만 아는 해외 경험 "상처가 있어야 낫더라"

이현중은 NBA에 도전하기 위해 스테판 커리가 뛰었던 데이비슨 대학교를 거쳐 NBA G리그(마이너리그), 호주리그를 거쳐 현재 일본에서 활약 중이다. 여준석 역시 NBA 도전을 위해 고려대학교를 중퇴하고 명문인 곤자가 대학교로 갔다가 현재 시애틀 대학교에서 활약 중이다.

아무래도 둘이 어린나이부터 해외 경험을 했다보니 눈빛만 봐도 알고 공유하는 것이 많다. 이현중은 "둘이 예전에 호주 NBA 아카데미에서도 함께했고 미국 생활을 하며 소통도 많이 했다. 호흡적으로 저희 둘은 매우 잘 맞는다. 저희 둘에 대한 호흡보다 오히려 저희 둘이 다른 선수들과 어떻게 맞출지 고민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여준석은 "솔직히 현중이형을 존경하는 마음이 있다. 저보다 먼저 미국에 갔고 그런식으로 도전한 선수는 거의 없었는데 혼자 길을 개척한 거나 다름없다. 저도 똑같이 해보니 너무 힘들고 어려운게 많은데 현중이형은 그걸 먼저 경험했으니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해외 생활은 정말 외롭다. 농구할 땐 괜찮지만, 방에 돌아오면 외로움이 몰려온다. 친구들은 다 한국에 있고 시차도 다르다. 가족도 없고 그 시간을 오롯이 혼자 견뎌야한다"고 이현중이 털어놓자 여준석 역시 "솔직히 한국에서는 학업에 많이 신경쓰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 대학을 가니 학생으로서 많은 레포트를 해야하고 그걸 또 익숙치 않은 영어로 해야된다는게 정말 쉽지 않더라. 어디에 도움을 구해야 할지도 모를 때 현중이형이 도움이 됐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니 더 단단해지더라"고 덧붙였다.

이현중은 "결국 상처가 있어야 낫는 법이더라. 준석이도 저도 해외 생활을 하며 많은 상처를 받고 또 나으면서 성장했다. 어쩌면 그렇게 상처받고 성장하기 위해 해외 생활을 택했는지 모른다"라며 "아직 한국 선수들은 밑바닥을 보여주기 꺼려하는 것 같더라. 깨지고 실패할 줄 알아야 보완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 농구 대표팀에 와서도 이런 말들을 많이 하며 제 경험을 전파하고, 또 다른 선수들의 말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명문 곤자가대학교를 거친 한국 농구 최고 기대주 여준석. ⓒ연합뉴스

▶노감독과 강백호, 서태웅+정대만이 써내려갈 전설

인기 만화 '슬램덩크'는 백발의 노감독인 안한수 감독이 농구 풋내기인 강백호와 지역내 에이스였지만 부족함이 있던 서태웅, 정대만 등을 키워 전국 대회에 나가 최강의 팀 산왕을 이기는 내용이다.

'슬램덩크' 얘기를 꺼내자 재밌게 봤다는 여준석은 "저는 강백호 스타일이다. 플레이 스타일이나 성격도 비슷하다"라며 "현중이 형은 서태웅 느낌인데 서태웅은 3점슛이 조금 약하지 않나. 정대만의 3점슛과 포기하지 않는 근성도 함께 갖췄다"라고 비유했다.

여준석은 "'슬램덩크'도 어설프기도 하고 특색도 있는 선수들이 한데 모여 색깔을 내며 팀이 되어가지 않나. 농구 대표팀 역시 각자 다른 특색의 선수들이 모여 있지만 하나된 팀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슬램덩크의 백발의 노감독 안한수 감독은 강백호와 서태웅의 성장을 바라보며 흐뭇해한다. 그리고 두 선수가 마지막 샷을 합작해 '최강' 산왕을 이긴다.

안한수 감독처럼 농구대표팀도 안준호 감독이 1956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70세다. 노감독이 강백호, 서태웅 같은 손자뻘 20대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28년간 끊긴 아시아컵 우승을 향해 나아가는 셈. 카타르와의 마지막 평가전 이후 "전사하지 않고 살아남아서 남자 농구의 '전설'이 되겠다"는 70세 노감독이 한국 농구의 현재이자 미래인 이현중, 여준석과 함께 어떤 전설을 써내려갈지 지켜볼 일이다.

ⓒ연합뉴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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