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시] 철길 - 안도현
정훈탁 2025. 8. 3. 00:05

철길
안도현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앞서지도 뒤서지도 말고 이렇게
나란히 떠나가리
서로 그리워하는 만큼
닿을 수 없는
거리가 있는 우리
늘 이름을 부르며 살아가리
사람이 사는 마을에 도착하는 날까지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이십대 초반 청춘기, 가을밤 불현듯 시집 한권 손에 들고, 광주역에서 부산 가는 통일호 열차를 타고, 섬진강이 보이는 하동역에 무작정 내려서, 섬진강 백사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던 적이 있다. 그때 열차에는 간식을 파는 수레가 있었고, 으레껏 사이다에 삶은 계란을 먹었다. 지금은 고속철도 시대다 보니 통일호 완행열차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아쉬운 일이다. 사람이 사는 마을에 도착하는 날까지 둘이서 함께 가는 추억여행으로는 통일호 완행열차가 딱인데.
정훈탁 / 광주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