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기 고공농성과 ‘노란봉투법’이 던진 질문… 1년 넘게 이어지는 한국옵티칼 손배소송

유혜연 2025. 8. 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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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여일 농성·1년 손배소송, 국회로 번진 쟁점
외투기업 책임 회피… 입법과 현실 간극
법 개정 앞두고도 이어지는 손배 공세
지원금은 챙기고 고용은 외면, ‘먹튀’ 논란
‘노란봉투법’ 기대와 한계… 개인 손배 여전

외국인투자기업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2월22일 인터넷 보도)의 고공농성이 세계 최장기 기록을 넘긴 가운데, 이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1년 넘게 법정에서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한화오션이 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4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했지만, 한국옵티칼은 되레 청구액을 2배가량 올려 소송을 이어가며 법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노조의 파업·쟁의행위를 둘러싼 거액 손해배상 소송이 장기화되는 현실은 국회가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논의 배경이 됐다.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앞둔 해당 법안에는 부칙을 통해 소급 적용을 열어두고 있어, 입법이 확정될 경우 한국옵티칼 손해배상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고공농성 1년 넘어도… 한국옵티칼 ‘손해배상 공세’ 계속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방문해 566일째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7.26 /연합뉴스

2일 확보한 한국옵티칼이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 제출한 손해배상 소장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해 3월 전국금속노동조합 등을 상대로 2억원 규모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5월 이를 4억원대로 늘렸다. 소장에는 ▲공장 부지 무단점유 ▲옥상 고공농성으로 인한 철거공사 방해 ▲법원 가처분 결정 위반 등 피해액 산정 근거가 적시돼 있으며, 손해액이 더 늘면 청구액을 추가 확대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금속노조 한국옵티칼지회는 쟁의 행위가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의 정당한 행사였으며, 일본 모기업 니토덴코가 동일 사업을 다른 법인(평택 한국니토옵티칼)으로 이어가면서 고용승계를 거부한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고 있다고 반박한다. 건물 해체 허가도 나지 않은 시점의 비용까지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손해배상 청구가 본질적인 고용 문제 해결보다 노조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국회가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 논의 배경과 맞닿아 있다. 이 법안 부칙에는 “제3조의2 개정 규정은 이 법 시행 전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적용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기존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노조가 책임 면제나 감경을 주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취하했지만… 사라지지 않는 ‘보복 손해배상’ 논란

최근 들어 손해배상 소송 자체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2022년 51일간의 파업으로 8천억원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노조에 제기한 470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최근 노사 합의로 취하했다. 3년 만에 분쟁이 본안 판결 없이 마무리되면서 노란봉투법 논의와 맞물려 관심을 모았다.

다만 금속노조 측은 이번 취하가 노란봉투법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통과 등의 흐름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한주 금속노조 언론국장은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후 손해배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내부 논의를 이어왔지만, 취하 과정에서 경영진이 배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시간이 걸렸다”며 “이번 취하는 그 문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금 받고도 고용 약속 불이행… 비판 커지는 외투기업 관행

한편, 외투기업의 책임 회피 논란도 한국옵티칼 사태와 노란봉투법 입법 추진 흐름을 계기로 다시 불거지고 있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외투기업 지원금 환수조치 현황’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현금지원을 받은 외투기업 10곳 중 9곳이 고용계획을 지키지 않아 총 57억 원이 환수됐다.

한국옵티칼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22년 구미 공장 화재 이후 해고된 노동자 7명이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가운데, 이중 1명이 현재까지 560일 넘게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일본 닛토덴코 계열사인 평택 한국니토옵티칼은 화재 이후 올해 3월까지 156명을 신규 채용하고도 이들은 외면했다.

국내 진출 시 각종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누리면서도 고용 책임을 다하지 않고, 분쟁이 생기면 손배 소송으로 대응하는 외투기업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노란봉투법 ‘엇갈린 시선’… 노동계 “반쪽짜리”, 경영계 “투자 위협”

평택시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 앞에서 열린 ‘희망뚜벅이 집중문화제’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2.23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노란봉투법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노동계는 개인 조합원에 대한 거액 손해배상 청구를 막지 못해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노동권 강화라기보다 최소한의 기준을 반영한 수준이라고 본다. 반면, 경영계는 법안 통과 시 파업으로 인한 기업 손실을 회복하기 어려워지고 경영 리스크가 커진다고 우려한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는 극단적 상황을 가정해 ‘외투기업 철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를 합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본다. 김한주 금속노조 언론국장은 “노란봉투법은 국제노동기구(ILO), UN 자유권위원회 등에서 한국 정부에 반복적으로 개정을 권고해온 사안인데, 유럽상공회의소가 철수를 운운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국은 손해배상 상한을 두고 개인 손해배상을 금지하는 규제를 이미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만 이런 위협을 거론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손해배상 소송 당사자인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지회장은 “해고 이후 생존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사측은 손해배상 소송 청구액을 높이며 압박을 더하는 상황”이라며 “외투기업이 한국에서 혜택만 챙기고 고용 문제를 방치하는 현실이 반복돼선 안 된다. (노란봉투법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가 투자 환경만 볼 게 아니라 이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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