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 마케팅’ 안 통했다? 박찬대는 왜 참패했을까
권리당원 표심 중요해진 ‘전대 룰’ 당락 가른 핵심 변수로
“정당, 오프라인 조직 아닌 온라인 네트워크 더 중요해져”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대표 도전기'가 실패로 끝났다. 원내대표로서 이재명 당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그였기에, 여의도 정가에선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박찬대'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럼에도 당원들의 선택은 한때 비명(非이재명)계로 불렸던 중진이자, 당내 대표적 강경파인 '더 센 대표 정청래'였다. 표심을 가른 결정적 배경은 무엇일까.
정청래 대표 압승의 배경을 짚기 위해선 이번 전당대회에서 바뀐 '룰'(규칙)부터 봐야 한다. 정청래·박찬대 의원(기호순) 간 2파전으로 치러진 이날 선거는 권리당원(55%)·대의원(15%) 투표, 일반 국민 여론조사(3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민주당은 지난해 당헌을 개정해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을 사실상 3배 이상 높였다. 대의원 1표당 권리당원 60명 비율을 20대1 미만으로 조정하며 권리당원 중심 구조로 판을 바꿨다. 이에 따라 당내 '정치인들의 조직력'보다, 당비를 내고 투표에 참여한 '일반 당원들의 정서'가 당선 여부를 가르는 핵심으로 떠올랐다. 과거에는 대의원이라는 선거인단이 전체 투표에서 과반 가까운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면, 이번 전당대회부터는 당비를 납부하는 일반 당원의 표가 훨씬 더 중요해진 셈이다.
정청래 대표는 이 '룰의 변화'를 적극 활용했다. 특유의 '직설화법'을 앞세운 그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등에 출연하며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민주당 팬덤 및 당원들의 표심을 공략했다. 특히 강성 당원들이 요구하는 '대야 투쟁형 리더십'에 적극 호응했다.
그는 지난달 14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경쟁자인) 박찬대 의원은 세종, 저는 태종 같은 사람으로 지금은 태종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태평성대가 아니기 때문에 조선의 태종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싸움은 정청래 대표가 할 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고 통합, 협치, 안정 같은 미사여구는 대통령 공으로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야권뿐 아니라 여권 일각에서도 정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이 '자극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실용의 정치'와 자칫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럼에도 당원들 사이에선 국민의힘과 권력기관을 수위높게 비판하는 정 대표의 행보를 두고 '사이다 리더십'이란 호평이 많았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옛날에 오프라인 조직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온라인 네트워크가 정당의 주체로 바뀌었다"며 "정청래 의원은 '나꼼수'(나는 꼼수다) 시절부터 온라인 네트워크 속에서 일반 당원들과 함께 커온 사람이다. 당원들과의 동일시가 크고 이 흐름 속에서 성장해 온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박찬대 의원도 전당대회 기간내란종식특별법 발의, 검찰 개혁 등을 내세우며 당심에 구애했으나, 정 대표와 비교해 '명심 마케팅'을 더 강조했다는 시각이 많다.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 당시 사퇴 글이 올라오기 17분 전 먼저 '스스로 결단하라'는 글을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박 후보가 대통령 의중을 알고 행동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고, 박 후보 측 역시 '명심의 적자'라는 인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명심 마케팅'은 권리당원의 열광을 끌어내지 못했다. 정 대표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66.48%, 여론조사에서 60.46%, 대의원 투표에서 46.91%를 득표하며 총 득표율 61.75%로 압승을 거뒀다.
반면 박 의원은 대의원 투표에서만 정 의원을 눌렀다. 박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에서 33.52%, 여론조사에서 39.54%, 대의원 투표에서 53.09%의 표를 얻었다. 총 득표율 38.26%로 참패했다. '누가 대통령의 사람인가'가 아닌 '누가 더 선명한 개혁의 상징인가'가 당락을 가르는 변수가 된 셈이다.
정 대표는 이날 전당대회 후 기자들과 만나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선언을 한 날"이라며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패배 후 SNS를 통해 정청래 신임 대표에게 "민주당을 더 개혁적으로, 더 강단 있게 이끌어주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이어 "저는 멈추지 않겠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민생의 현장에서, 개혁의 길목에서 언제나 당원 여러분과 함께하겠다"며 "더 큰 변화, 더 큰 개혁, 더 큰 승리를 위해 끝까지 함께 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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