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일으키는 ‘이 바이러스’...감염자 중 5%만 콕 찍어 발병, 왜?
![성인 백혈병 환자가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듣고 잠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인간T세포백혈병바이러스1형(HTLV-1)과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1형(HIV-1)은 비슷한 점이 많다. 하지만 전자는 평소 숙주세포 안에 꼭꼭 숨어 있고, 후자는 자신을 드러내는 게 다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2/KorMedi/20250802181256563jiii.jpg)
감염자 가운데 약 5%만 발병하는 백혈병 바이러스가 있다. 바로 '인간T세포백혈병바이러스1형(HTLV-1)'이다. 이 백혈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약 95%는 평생 증상을 보이지 않고 정상적으로 살 수 있다.
인간T세포백혈병바이러스1형(HTLV-1)은 침입한 숙주세포의 유전체 안에 꼭꼭 숨어 반드시 필요한 활동만 하게 유도하는 '바이러스 침묵인자'를 갖고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때문에 HTLV-1이 면역체계에 들키지 않고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구마모토대 연구팀은 사람 조직검체를 분석한 결과 이 백혈병 바이러스의 '침묵인자(Silencer)'가 유전체 안 특정 영역에 잠복해 있음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사토 요리후미 교수(미생물학)는 "HTLV-1은 침묵 영역과 특정 단백질(RUNX 단백질) 복합체를 이용해, 유전자 활동을 억제하고 몸속에 숨어 지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비해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IV) 중 에이즈의 원인이 되는 HIV-1은 이 같은 메커니즘을 갖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 생산이 활성화하고, 세포가 사멸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 의학정보에 의하면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1형(HIV-1)과 2형(HIV-2)으로 나뉜다. 전 세계적으로 퍼져 HIV 감염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HIV-1이다. HIV-2는 주로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만 있다. HIV의 주요 감염 경로는 성접촉이다. 이밖에 수혈이나 혈액제제를 통한 전파, 바늘에 찔리는 등 병원 종사자의 사고를 통한 전파, 감염된 산모에서 신생아로 전파 등도 있다.
연구팀은 HTLV-1의 억제 영역을 HIV-1에 끼워 넣었더니, HIV 바이러스가 잠복에 가까운 상태로 바뀌어 복제와 세포 살상 능력이 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HTLV-1의 억제 영역을 새로운 HIV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연구 결과(Intragenic viral silencer element regulates HTLV-1 latency via RUNX complex recruitment)는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 저널에 실렸고 미국과학진흥회 포털 '유레카얼럿(EurekAlert)'이 소개했다.
"일부 美지역의 정맥주사 사용자, 30~49%의 항체 양성률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백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하지만 이들 바이러스가 모든 백혈병의 원인은 아니다. 대표적인 바이러스로는 급성림프모구백혈병(ALL)과 관련이 있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성인T세포백혈병/림프종(ATL)과 관련이 있는 인간T세포백혈병 바이러스-1형(HTLV-1)을 꼽을 수 있다. 이런 바이러스 외에 각종 유전적, 환경적 요인 등이 백혈병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HTLV-1의 주요 감염 경로로는 수혈, 주사기 공유, 성관계 등을 꼽을 수 있다. 일부는 출산이나 수유 과정에서 전파된다. HTLV-1은 백혈구 중 면역세포인 T세포에 침입해 백혈병(성인T세포백혈병/림프종), 척수병(HTLV-1 관련) 및 방광암, 발기장애, 관절염, 포도막염(눈의 염증), 열대성·경직성 하반신마비(HAM/TSP) 등을 일으키는 레트로바이러스다.
레트로바이러스는 침입한 숙주세포의 DNA에 자신의 RNA 유전체의 DNA 사본을 끼어 넣어 해당 세포의 유전체를 변화시키는 형태의 바이러스다. '사람T세포림프친화바이러스1형'(Human T-cell lymphotropic virus type 1)이라고도 한다.
이 백혈병 바이러스의 감염자(항체 양성자)는 전 세계적으로 1천만~2천만 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항체 양성률은 일본 남서부에서 6~35%로 특이하게 높다. 이밖에 호주 중부(최대 30% 초과)와 카리브해(1~8%), 아프리카의 사하라사막 이남, 남미, 카리브해, 중동 지역에서도 항체 양성률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일부 지역의 정맥주사 사용자 사이에선 30~49%의 항체 양성률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백혈병 바이러스의 '바이러스 침묵 인자' 메커니즘이 어떤 이유로 깨져 작동하지 않으면, 감염자가 각종 병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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