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단상] 천년고찰 영주 부석사 진분홍빛 배롱나무꽃 활짝…한여름 누굴 그리 애타게 기다리나?

김성권 2025. 8. 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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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30도를 훌쩍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8월의 첫 주말인 2일, 천년고찰 경북 영주 부석사에 여름꽃 '배롱나무'가 붉은 꽃을 활짝 피워 막바지 여름을 불사르고 있다.

배롱나무는 한 꽃이 피어나서 백일 동안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꽃이 지면 다른 꽃이 번갈아 피고 져서 오랫동안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국이 가마솥더위에 몸살을 앓고 있지만 부석사 배롱나무꽃은 가지마다 뜨겁게 꽃으로 피어 여름 폭염을 이겨내는 강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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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이은 폭염에도 화사함 연출
부석사 무량수전 앞 고목의 배롱나무가 세월의 흔적답게 꽃을 피워 여름을 불사르고 있어 방문객들이 이를 배경으로 추억 남기기에 여념이 없다 [사진=김성권 기자]

[헤럴드경제(대구·경북)=김성권 기자] 연일 30도를 훌쩍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8월의 첫 주말인 2일, 천년고찰 경북 영주 부석사에 여름꽃 ‘배롱나무’가 붉은 꽃을 활짝 피워 막바지 여름을 불사르고 있다.

배롱나무는 ‘백일 동안 붉게 핀다’라는 뜻에서 ‘백일홍’이라고도 하며, ‘선비 나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여느 꽃과는 달리 여름에서 가을까지 백 일 동안 한여름의 뜨거움을 견디며 핀다.

어디에 나무가 있는가에 따라 심은 뜻이 다를지라도 이루고자 하는 것은 하나다.

예로부터 배롱나무는 사찰이나 선비들의 공간에 많이 심는다. 선비들의 거처 앞에 심는 것은 청렴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우리 선비들은 ‘표리부동’, 즉 겉과 속이 다름을 경계했다.

배롱나무 줄기는 껍질이 벗겨진 것처럼 보이는데, 마치 겉과 속이 같아 보여 숨김이 없는 떳떳한 모습을 상징한다.

부석사의 단아한 배롱나무 꽃이 활짝 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김성권 기자]

또한, 붉은 꽃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특성으로 절개와 지조를 상징해 사대부 집안 안뜰에 심고 선비로서 갖춰야 할 정신과 청렴한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배롱나무는 한 꽃이 피어나서 백일 동안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꽃이 지면 다른 꽃이 번갈아 피고 져서 오랫동안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새로운 꽃으로 그 자리를 지켜내듯이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실천해야 할 청렴의 자세가 이와 닮아있다. 일상 속에 스며드는 청렴이야말로 진정한 가치를 만든다.

우리 인간은 시시각각 변하는 갈대와 같은 모순적인 존재이다. 우리네 인생도 마지막 생명을 다할 때까지 변하지 않은 베롱나무꽃이 됐으면 좋겠다.

절간에 베롱나무 꽃이 많은 까닭은 스님들이 간다는 하직 인사 없이 배낭 하나 걸머지고 홀연히 떠나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말없이 떠난 도반을 그리워하며 텅 빈 마음으로 베롱나무 꽃을 바라보며 마음을 달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꽃말이 ‘떠나간 벗을 그리워함’이던가

배롱나무꽃은 질 때도 제 색깔로 화려하게 진다. 기세등등하게 색깔을 내며 피를 토하듯 우르르 떨어진다.

부석사의 단아한 배롱나무 꽃이 활짝 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김성권 기자]

배롱나무의 단아함에 빠져 부석사 무량수전 앞 고목의 배롱나무에는 줄지어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모델들이 많아 오롯한 배롱나무 사진을 담으려 한참 동안 기다린다.

세상의 가장 멋진 자태로 꽃과 하나가 되는 사람들의 모습에 한낮의 더위는 사라지듯 물러섰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 없다는 말은 배롱나무 앞에서 조용히 무너진다.

뜨거운 한여름 햇살 아래서 이 꽃은 무려 백일을 붉게 피워낸다.

도종환 시인은 ‘목백일홍’에서 그 비밀을 이렇게 노래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

정말 그러하다. 배롱나무는 지고, 피고, 다시 피며 백일을 감내한다. 그 붉음은 한순간의 절정이 아니라, 묵묵한 반복의 결과다.

전국이 가마솥더위에 몸살을 앓고 있지만 부석사 배롱나무꽃은 가지마다 뜨겁게 꽃으로 피어 여름 폭염을 이겨내는 강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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