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현관문 앞에 안전 펜스가? 구청의 황당 행정

“안전을 위해서라지만···. 현관문을 열 때마다 계단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부딪혀 다칠까봐 조마조마합니다.”
인천 한 주택 현관문 앞에 구청이 안전 난간을 설치해 집주인 가족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일 오전 10시께 인천 중구 전동의 한 내리막길. 사람 한 명이 겨우 오갈 수 있는 좁은 계단 한쪽에 ‘안전 난간’을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계단으로 걸어 내려가자 집 현관문 하나가 보였다.
난간 시공업체 관계자는 “구청 의뢰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길이라서 사고 방지를 위해 난간을 추가 설치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난간은 원래 주택 쪽에만 있었다. 그런데 이 계단에서 얼마 전 넘어짐 사고가 발생해 구청이 그 반대 쪽에도 난간을 추가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인근 주민 김모(62)씨는 “한 달여 전에 한 어르신이 이곳 난간을 잡고 내려가던 중 힘이 풀려 넘어져 다쳤고, 치료를 받다가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이 주택 현관문은 새로 설치된 난간 때문에 제대로 열고 닫지 못하는 상황이다. 집주인 가족인 이모(31)씨는 “계단 폭이 무척 좁아 행인이 교차할 때 비켜줄 수 있는 공간은 현관 앞 밖에 없다”며 “현관문을 열다가 계단을 오가는 사람을 다치게 하면 그 책임은 사실상 우리가 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시공업체는 구청 의뢰에 따라 현관문 앞 부분에 한해 난간을 미닫이 형태로 설치했다가 집주인 측의 항의로 다시 철거했다.
이씨 남편 김모(32)씨는 “담당 주무관에게 ‘미닫이 장치를 평소에 열고 있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안 된다’고 했다”며 “부피가 큰 택배 등을 옮겨야 할 때엔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최소한 현관 앞쪽만이라도 막지 말아달라고 여러 번 이야기해도, 구청에서는 ‘결정된 사안이라 철회가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토로했다.
구청 측은 ‘안전’을 우선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중구 건설과 관계자는 “어르신 등 보행 취약계층이 주로 다니는 골목이다보니, 난간이 끊기면 단절된 부분에서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거주자가 원할 때 미닫이 장치를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할 계획으로, 공사는 바로 진행하지 않고 좀 더 협의하겠다”고 했다.
/송윤지 기자 ss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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