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빛낼 TK과학자] <3>뇌과학으로 아이들 마음건강 읽는 한국뇌연구원 정민영 박사
스마트폰 과의존과 정신건강 연관성 치료 계획
“마음 고통도 감기처럼 조기 감지 체계적 대응”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과 생각도 뇌 속 특정 활동 패턴을 통해 드러나는데, MRI(자기공명영상)로 뇌 구조와 기능을 정밀하게 분석하면 마음의 고통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요"

정 박사는 일본 오사카대에서 소아발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하버드 메디컬스쿨, 일본 후쿠이 의과대학 등에서 연구와 강의를 하며 국제적인 연구 역량을 쌓았다.
특히 대학시절 미국의 한 재활병원 인턴으로 근무할 때 자폐 아동 지원 프로그램 참여하면서 아동 뇌발달 연구의 밑거름이 되는 철학을 얻게 됐다.
정 박사는 "미국 자폐 프로그램에서는 장애를 '고치거나 치료하는 문제'로 보기보다, '그들의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했다"고 회상하면서 "이런 철학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고, 아이들의 어려움을 진단하고 해결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고 말했다.

실제 정 박사가 2021년 한국뇌연구원에 부임한 뒤 오픈한 뇌발달영상 연구실은 아이들의 정신건강 진단과 치료법을 크게 혁신하는 데 기여해왔다. 연구실은 국내 뇌영상 연구 분야에서 높은 권위를 가진 대한뇌기능매핑학회서 2022년부터 3년 연속으로 상을 수상했는데, 주요 연구는 뇌 영상과 유전체 연관성,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의 뇌 특징 연구, 부모-아동 상호작용과 양육 스트레스가 뇌에 미치는 영향 등이다.
정 박사는 아동 정신 건강과 뇌 발달의 다양한 측면을 심도 있게 다루면서 일군 성과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 박사가 집중하고 있는 연구 중 하나는 '스마트폰 과의존과 뇌, 정신건강의 상관관계'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 스마트폰은 떼려야 뗄 수 없지만, 지나친 의존은 아이들의 뇌 건강과 정서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저희 연구진은 300여 명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의존도가 우울감과 사회성 저하, 그리고 부모 양육 스트레스까지 악화시키는 복잡한 문제의 실체를 밝혀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 과의존, 우울, 사회성 문제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스마트폰이 원인인지 우울감이 원인인지, 혹은 다른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주는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MRI 뇌 영상을 활용해 아이들의 뇌 활동 패턴을 분석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최대한 정밀하게 가려내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정 박사는 "행동 관찰이나 부모 설명에만 의존하는 기존 진단 방식을 보완하기 위해, MRI 실험 등에서 얻은 뇌의 구조·기능 데이터를 아이의 우울감·불안 등의 객관적 지표인 '바이오마커'로 제시할 수 있다. 이는 의료 현장에서 각 아이의 어려움에 딱 맞게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결정적인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뇌과학의 발전 모습에 대해 "아이들의 마음의 고통을 더 이상 추상적인 문제로 남겨두지 않고, 과학적으로 이해해 예방과 치료에 선제적으로 활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박사는 "뇌 기반 개인 맞춤형 중재와 디지털 의료기기의 융합으로 뇌영상 중심의 예방 관리 체계 구축이 가능해질 것"이며 "사회적 뇌 발달 원리를 바탕으로 아이들이 게임처럼 재미있게 집중력, 충동 조절,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디지털 의료기기'나, AI가 스마트폰 사용 패턴에서 우울감이나 사회적 위축 신호를 감지해 부모나 교사에게 중재를 제안하는 '선제적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의 상용화가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뇌과학 분야의 발전을 위해 정부·지자체의 지원과 협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박사는 "대구경북 권역 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과 뇌 발달, 정신건강 문제를 장기 추적하는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뇌연구원·대구시·시교육청 등이 협력해 이런 프로젝트를 완수하면 아이들의 뇌발달에 최적화된 양육환경 구축과 관련 정책 수립에 근거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정 박사는 "마치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약국에서 약을 사듯, 마음의 어려움도 조기에 인식하고 신속히 대응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내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모든 아이가 어려움 없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사회 구성원으로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일, 그것이 바로 뇌과학 연구로 이루고자 하는 미래"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우리 사회에서 아동·청소년들이 마음의 어려움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아동·청소년은 5만3천70명으로, 2018년 3만1천190명에 비해 2만2천 명 가량 늘었다. 특히 아직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서툰 어린아이들의 경우, 말 대신 등교 거부나 자해와 같은 위험한 행동으로 어려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김명규 기자 km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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