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타자도 투수 값 못 미쳐…KBO '투수 금값' 시대의 민낯[스한 위클리]

이정철 기자 2025. 8. 2. 07: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가 3대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름값에서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KIA는 주전 외야수 2명과 1군 백업 내야수를 내줬고, NC로부터는 추격조 우완 투수 2명과 내야 유망주 1명을 받았다.

특히 최원준은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참여했던 외야수다. 최근까지 태극마크를 달았던 선수를 보냈음에도 KIA가 얻은 선수는 1군에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우완투수 김시훈, 한재승이었다. 왜 KIA는 이런 트레이드를 감행했을까.

최원준. ⓒ스포츠코리아

엄상백부터 최원태, 장현식까지… 폭등한 투수 몸값

2024시즌 후 열린 FA 시장. kt wiz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엄상백이 한화 이글스로 둥지를 옮겼다. 계약 조건은 4년 총액 78억원이었다. 최원태 역시 4년 총액 70억원에 LG에서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러나 엄상백과 최원태는 팀의 5선발 투수였다. 하물며 2024시즌 성적도 좋지 않았다. 엄상백은 156.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운 20명의 투수 중 19위에 머물렀다. 최원태는 규정이닝도 달성하지 못한 채 126.2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4.24로 부진했다. 그럼에도 kt wiz와 삼성은 엄상백과 최원태에게 거액을 안겼다.

반면 2024시즌 타율 0.309 7홈런 OPS(장타율+출루율) 0.811을 기록한 허경민은 4년 총액 40억원에 kt wiz와 계약했다. 허경민은 수비까지 뛰어난 리그 정상급 3루수이자 국가대표 출신이다. 그럼에도 리그 최하위급 선발투수 엄상백보다 38억이나 적게 받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불펜투수 장현식의 계약이었다. 그는 4년 총액 52억원의 계약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2021시즌 홀드왕(34홀드) 출신인 장현식은 2024시즌에도 5승4패 16홀드로 KIA의 필승조로 활약했다. 다만 평균자책점은 3.94로 높았고, 마무리투수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리그 정상급 3루수보다 높은 몸값을 기록했다.

엄상백. ⓒ연합뉴스

2025시즌은 투고타저, 하지만 투수가 또 부족한 현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단순하다. KBO리그에 쓸만한 투수가 너무 부족한 탓이다. 지난해 KBO리그는 타고투저가 지배했던 시즌이었다. 리그 평균 OPS는 0.772, 평균자책점은 4.91에 달했다. 타자들을 이겨낼 수 있는 투수가 실종된 셈이다.

A급 투수는 씨가 마르고, B급 투수도 부족했다.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선발, 필승조를 맡을 수 있는 불펜 모두 귀한 자원이었다. 이러한 불균형이 엄상백, 최원태, 장현식의 몸값을 폭등시켰다.

2025시즌 들어선 투고타저 흐름이 나타났다. 리그 평균자책점과 OPS는 각각 4.21, 0.719로 떨어졌다. 타자보다 투수가 강세를 보이는 시대다.

그러나 투고타저 현상은 외국인 투수들의 맹활약에 기인한 바 크다. 2025시즌은 역대급 외국인 투수들이 리그를 주도하고 있으며, 국내 투수 중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은 손에 꼽는다. 여전히 많은 팀들이 투수 자원 확보에 목마른 상황이다.

국가대표 외야수 주고 추격조 받고… 납득 어려운 계산서

결국 충격적인 트레이드까지 나왔다. KIA는 지난 7월28일 최원준, 이우성, 홍종표를 내주고 NC에게서 김시훈, 한재승, 장현창을 영입했다. 주전 외야수 최원준, 이우성을 보내면서까지 우완 불펜투수 김시훈, 한재승을 통해 최근 불안한 불펜진을 보강하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KIA팬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름값에서 너무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최원준은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지닌 국가대표 외야수 출신이고 이우성도 주전 외야수였다. 반면 김시훈과 한재승은 1,2군을 오가는 평범한 우완투수였다.

김시훈. ⓒNC 다이노스

김시훈은 올 시즌 NC에서 평균자책점 8.44를 기록했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41.2km에 불과하다. 냉정히 말해 1군에서 통하지 않는 선수였다. 한재승은 2025시즌 홀드와 세이브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18이닝 동안 19개의 안타와 19개의 사사구를 내줬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무려 2.11이다. 필승조와는 거리가 멀다. 국가대표 출신 외야수를 내준 대가로 받은 투수라기엔 형편없었다.

물론 최원준은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는다. 25세인 김시훈과 23세인 한재승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 투수들이다. KIA가 현재의 성적을 포기하고 리빌딩을 위하는 팀이었다면 수긍할 수 있는 트레이드다.

그러나 KIA는 디펜딩챔피언이고, 트레이드 순간까지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리빌딩을 위해서 시도한 트레이드가 아니라 6연패에 빠진 팀을 구하고자 한 결정이었다. 결국 팀은 추격조 보강이 국가대표 외야수보다 성적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이는 현재 투수와 타자의 가치가 얼마나 불균형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KBO리그는 현재 극심한 투수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 결과 추격조 투수를 얻기 위해서는 국가대표급 주전 외야수를 내줘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KBO리그에서 투수는 말 그대로 '금값'이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