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나침반 된 위대한 실패들
재능·열정에도 외면 받은 삶 그려
몰락한 패자의 역사 조롱이 아닌
그 선택과 오류, 시대적 한계 통해
인간 나약함·권력 덧없음을 성찰
위대한 패배자/볼프 슈나이더/박종대 옮김/을유문화사/2만5000원


게바라를 “세계를 혁명의 도화선으로 보던 낭만주의자”라 칭한 저자는 혁명이라는 이상이 현실정치의 냉혹함 앞에서 그가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보여준다. “예로부터 영웅이 되려면 ‘실패와 요절’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하는데 게바라는 이 요건을 모두 충족시켰다”며 지금도 식지 않는 게바라의 인기 요인을 설명한다.
오늘날 세계 미술 시장에서 가장 비싼 그림을 남긴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그는 생전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한 ‘실패한 예술가’였다.
고흐는 처음부터 화가였던 것은 아니다. 목사였던 아버지의 뜻을 따라 전도사로 일하다, 가난한 탄광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에 충격을 받고 그림을 통해 인간의 고통과 구원을 표현하고자 결심한다. 그는 독학으로 그림을 익혔다. 초기 작품은 어둡고 거칠어 전문가들은 그를 조롱했고 평론가들은 철저히 외면했다.
1888년, 그는 프랑스 남부 아를에 정착해 ‘예술 공동체’를 꿈꾸었으나 폴 고갱과의 관계가 파탄나고 극심한 정신적 충돌 끝에 자신의 귀를 잘라버린다. 정신병원 생활 속에서도 미친 듯이 붓을 들었다. ‘해바라기’, ‘밀밭이 있는 풍경’ ‘별이 빛나는 밤에’ 등 명작이 이 시기에 탄생했다. 그를 인정해 준 이는 동생 테오뿐이었다. 37세에 고흐는 스스로 가슴에 총을 쏘고 생을 마감했다. 고흐가 죽고 수십년 후, 그의 그림은 미술 시장에서 수천만 달러에 거래되며 ‘천재 화가’로 추앙받는다. 생전에 철저히 외면당했던 그가 사후에 가장 위대한 예술가로 등극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책은 단순히 패자의 역사를 조롱하거나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선택과 오류, 시대적 한계 등을 통해 인간의 나약함과 덧없는 권력의 본질을 성찰케 한다.
저자는 “운명은 우리에게 승리를 선사하기도 하고, 패배를 안겨 주기도 한다. 승패의 결과는 우리 손에 있지 않다. 다만 우리는 작고 아름다운 것을 꿈꿀지, 자기 욕심만 가득한 꿈을 좇을지, 무모해 보이지만 가치 있는 꿈을 따라갈지 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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