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춘기 다이어리] 분명 만났는데 기억나지 않는 사람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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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대표님, 안녕하세요. 혹시 저 기억나세요?"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20대 남자...? 면접자였나...? 누구지, 누구지?' 애써 웃으며 주저하고 있는데 그가 멋쩍게 웃으며 먼저 말을 꺼냈다. "예전에 세모라이브 면접 봤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면접이 아니면 내가 20대 남자를 마주할 일이 없다. 그런데 이상했다. 지난 5년간 만난 수많은 면접자들의 인상과 스토리를 거의 다 기억하는 편인데 이 사람은 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 그럼요! 네네 기억나요. 제가 사람 얼굴을 잘 못 외워서요. 잘 지내시죠?"
그는 면접 이후 프리랜서 촬영 감독으로 일하며 그 날은 우리 회사의 촬영 업무를 도와주러 온 참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오늘 라이브를 잘 부탁했다. 하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백지였다. 저렇게 인상이 좋은 사람인데 내가 합류 제안을 안 했다고? 그럴리가 없는데.
며칠 뒤, 정산 시점에 직원에게 전달받은 인적 사항을 통해 드디어 퍼즐이 맞춰졌다. 그는 정말 잊을 수 없는 '요즘 면접자'였다.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꽤 강하게 머릿속에 남은 '요즘 면접'의 상징 같은 친구.
그 친구는 외고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 대신 입대를 했다. 제대와 동시에 바로 라이브커머스 업계에 PD로 뛰어들었다. 그래서 또래들보다 사회 진출이 빨랐고 나이에 비해 경력이 있었다. 눈에 띄는 이력에 내심 기대했던 면접자였다. 그러나 면접 날 그는 커다란 프린팅 티셔츠를 입고 몸을 비스듬히 젖힌 자세로 앉아 있었다. 반면 나는 자켓을 입고 정자세로 앉아 그를 맞이했는데, 내가 조금 옛날 사람 같기도 했다.
"직전 연봉이 2800이시네요. 이직하면서 원하는 희망 연봉이 어느 정도 일까요?"
"3800이면 좋겠습니다."
평균 연봉 인상률 15% 내외를 감안하면 30%를 웃도는 인상 금액이다. 설득력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솔직히 그 날의 첫 인상도 좋지는 않았고. 어쩌면 20대 초반인 나이를 감안했을 때 주변에 먼저 사회 생활 선배가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직 시장에 대한 감이 부족할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다.
"꽤 높은 연봉 인상률을 말씀하셨어요. 그 이유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희가 PD님께 기대할 수 있는 역량이 궁금해서요. 저희 회사 기준으로는 월 평균 제작 컨텐츠 수도 적고 직전 회사 라이브 퀄리티가 저희보다 뛰어나지는 않으니까요."
"제가 모든 과정을 다 하니까요. 그냥 그 정도는 받아야 할 것 같아서요."
아. 씁쓸하게 마무리됐던 그 면접이 통째로 떠올랐다. 그렇게도 파격적인 면접자를 내가 알아보지 못했다니. 그런데 다시 만난 그는 그 떄와 정말 완전히 달랐다. 단정한 복장과 좋은 태도. 오히려 잡아야하는 아쉬운 인재로 보였다. 몇 년 사이 그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구나 싶었다. 그 회사를 바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직을 거치면서 다듬어진걸까? 혹은 프리랜서라는 자리가 본인에게 더 잘 맞았기 때문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그를 만났다면 나는 기꺼이 합류를 제안했을 것이다. 그 때 그가 조금 더 면접 준비를 잘 했다면. 혹은 지금의 그를 다시 만났을 때 우리 회사에 빈 자리가 있었다면 우리는 좋은 인연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미팅이나 면접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이들을 만난다. 단순 업무로 만나게 될지라도 언젠가는 서로에게 좋은 인연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에게 단 한 번만 주어질지 모르는 만남들을 소홀하게 여기지 말자. 지금이 아니라 그 언젠가 다시 마주쳤을 때 더욱 값진 인연이 되기 위해서.

글쓴이 김명지
세모라이브 대표&동서울대학교 디지털컨텐츠학과 겸임교수. 18년차 방송인. 18년생 딸 아이를 키우며 미디어커머스 회사를 운영하는 워킹맘. 꽃과 사찰산책, 맛집, 와인과 야장을 좋아하는 감성 T.용을 입력하세요.
이설희 기자 seherhe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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