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골프 라운드의 감동은, 완벽한 스코어가 아닌 태도

김인오 기자 2025. 8. 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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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잘 아는 지인 A가 3언더파 69타 라베를 했다면서 축하 자리를 마련했다며 꼭 참석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흔히 한국 골퍼들이 사용하는 라베는 라이프타임 베스트 스코어(Lifetime Best Score) 의미로 이는 골프에서 개인이 기록한 생애 최저 스코어를 말한다.

마침 일정이 괜찮아 참석을 했다. 그런데 축하의 자리가 묘한 기류가 감지됐고 노래 가사처럼 '웃는데 웃는 게 아닌'듯 했다. 더군다나 이날 라베를 했다는 지인 혼자서 그날 영웅담을 이야기 하면서 분위기를 리드했다. 당연히 주인공이라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고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참석했던 또 다른 지인 B가 전화를 해 왔다. 그는 오늘 자리가 불편했지만 함께 라운드 했기에 억지로 참석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잘못되었는지 아니면 라베를 한 친구가 잘못되었는지를 듣고 싶다고 했다.

내용인 즉, 라베를 한 지인 A가 플레이 내내 90대 후반을 치는 B지인에게 "너는 그러니까 90대를 못 벗어나는 거야", "하! 그립부터 다시 배워라", "그렇게 치면 동반자에게 피해를 주는 거고, 캐디는 뭔 잘못이냐" 등의 무시하는 말들을 쏟아 냈다고 한다. 반면에 80대 초, 중반을 치는 다른 동반자에게는 "굿샷!"을 외치면서 "역시 노력한 만큼 골프 실력도 나오네"라며 신경을 거스르게 했다는 것이다.

이후 샷은 더 나빠졌고 A의 잔소리와 지적 질, 그리고 빨리 올 것을 재촉하는 바람에 그날 골프가 엉망이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A는 69타를 쳤지만 사실은 첫 홀 보기를 '일파만파'로 마지막 홀도 '보기'인데 일파만파로 69타를 쳤다며 B는 인정하지 않았다. B는 "내가 옹졸한 것이냐?"며 답을 요청해 왔다.

사실 골프 치러 가서 더 돈독해지기도 하지만 더 관계가 나빠지는 경우도 많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부분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일상에서도 싸우거나, 범죄를 저지른 이유를 질문하면 "기분 나빠서, 나를 무시해서"라는 말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면서 더 중요 시 해야 할 것은 '말씨'와 '태도'이다. 다시는 그 친구랑은 골프 안친다는 이유 역시 말을 할 때 드러나는 어조나 버릇 그리고 행동 때문이다. 그렇다면 골프에서 무시하는 말씨와 태도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겸손하지 못한 오만함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무조건 골프를 잘 친다고 해서 함부로 말하고, 레슨하고 지적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상실되는 것만큼 위험함은 없다. 

아인슈타인도 "많이 아는 것을 경계하라"고 했다. 자신이 무언가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자신의 눈을 멀게 하는 것은 없다는 방증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 골프를 하려는 동반자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아사리판'이라는 말이 있다. 무질서하게 자기주장만이 난무하는 어지러운 상태를 뜻한다. 불교 용어 '아사리'에서 나왔다. 아사리는 스승을 뜻하는데 똑똑한 스승들이 모여 토론을 하니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목소리만 커져 혼란스러운 상황을 일컫는다. 흔히 우린 국내 정치판을 가리켜 '아사리판'이라 말한다. 너무 잘났거나, 지위가 있거나, 부가 많다고 해서 자만해지는 순간 골프나 인생도 끝이다.

얼마 전 백만 부 이상 팔린 '당신이 옳다'의 베스트셀러 작가 정혜신 박사로부터 필사본 '손으로 읽는 당신이 옳다' 책을 받았다. 책의 첫 장을 여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뜨거운 것들로 인해 한 참을 그 글귀를 바라만 보았다. 그 안에는 "더 사랑할게요"라고 쓰여 있다. 이거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먼저 해야 할 것은 바로 '더' 이었던 것이다. 더 조심하고, 더 생각하고, 더 배려하고, 더 사랑할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알았다. 골프라운드의 감동은 잘 친 싱글 스코어 때문이 아니라 함께한 동반자들의 말씨와 태도 때문이었다는 것을.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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