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넘어서야 북극항로 열린다 [4강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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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국제 상황에서 민감도가 높아진 한반도 주변 4개국의 외교, 안보 전략과 우리의 현명한 대응을 점검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북극 전략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대통령 직속 북극항로위원회' 설치 조항을 포함하는 '북극항로 개척 및 활성화 지원 특별법'을 발의하고, 부산항을 물류 허브화하며 부산-울산-경남의 북극 관련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힌 것은 시의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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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요동치는 국제 상황에서 민감도가 높아진 한반도 주변 4개국의 외교, 안보 전략과 우리의 현명한 대응을 점검합니다.
새 정부, 시의적절한 북극전략
북극·극동개발 연계한 러시아
'남·북·러 협력'도 고려할 필요

북극항로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다. 2030년경에는 5개월 이상 항행이 가능할 전망이고 2030년대 중후반부터는 운항의 상업적 경제성을 확보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가 북극 전략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대통령 직속 북극항로위원회’ 설치 조항을 포함하는 ‘북극항로 개척 및 활성화 지원 특별법’을 발의하고, 부산항을 물류 허브화하며 부산-울산-경남의 북극 관련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힌 것은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러·우 전쟁 이후 북극항로를 둘러싼 지정학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군사화와 무관한 협력의 공간’이라는 북극 예외주의는 사실상 끝났으며, 강대국 간 경쟁은 격화할 전망이다. 서방은 러시아를 북극이사회에서 퇴출하고 러시아에 대한 조선업과 LNG 관련 장비 수출에 대해 제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북극 전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러시아와의 관계와 국제 북극 거버넌스 사이의 새로운 균형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를 위해 한국은 북극이사회 옵서버로서 서구와의 협력을 지속하면서, 아태지역 국가들과 북극항로 협력체 형성을 주도해야 한다. 또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다방향 외교 역량도 발휘해야 한다.
특히 강조할 점은, 한국 북극 전략의 이익은 러시아와의 관계에 긴밀히 얽혀있다는 사실이다. 북극항로 특히 북동항로는 러시아의 실질적 통제하에 있다. 운항을 위해서는 서쪽에서는 무르만스크, 동쪽에서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입항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의 북극 관련 프로젝트인 북극 지역의 에너지와 핵심 광물 그리고 쇄빙선 같은 특수선박과 광대한 지역의 통신 인프라 수요까지 고려할 때, 한국의 북극 전략은 대러 전략에 기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러시아의 북극 전략의 최근 변화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북극이사회에서 배제된 러시아는 2023년 2월 ‘2035 북극지대 개발과 국가안보 보장 전략’을 개정하여 북극이사회 중심의 다자협력을 삭제하고 이익 중심의 양자 접근으로 전환했다. 우리가 보유 중인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기술과 북극의 핵심 광물 등 실질적 협력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둘째, 러시아는 북극항로에서 중국과의 군사·경제협력을 심화하고 있다. 2024년에만 중러 간 7건의 합동 해군 훈련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북극 해역에서의 기동도 포함됐다. 중국과 함께 북극항로를 군사적으로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또 2024년 북극항로를 통한 국제운송 화물의 95%가 중국 화물이었다. 상하이·닝보, 아르한겔스크, 모스크바 간 철도-해운 연계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북극항로의 중국 기업 운항 횟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대러 독자 전략과 중국과의 협력 전략을 적절히 병행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셋째, 러시아는 북극 개발 전략과 극동 개발 전략을 통합하고 있다. 극동개발부를 ‘극동 및 북극개발부’로 개편하고 극동의 주요 항만과 북극항로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희토류 등 주요 광물을 철도를 거쳐 북극항로로 수송하는 계획을 시행해 나가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북극 전략에는 러시아 극동개발 참여 전략이 포함돼야 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러 협력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정학 갈등은 한국 외교의 환경이지 한계는 아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전략적 사고가 요구된다.

엄구호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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