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7세 고시? 일본도 다르지 않다, '고학력 부모라는 병'

송옥진 2025. 8. 2.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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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아이에게 사인·코사인, 이차함수를 가르치는 부모.

중학생 자녀가 '기계체조로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국립대 의대에 합격하는 것'이 목표라는 부모.

자녀가 어릴 때는 학교 숙제와 준비물을 대신 챙기고, 커서는 대학 수강 신청을 해주며 취업 원서까지 대신 써주는 똑똑한 부모들.

그리고 자녀의 성취를 자신의 성취와 동일시하는,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그릇된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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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나리타 나오코, '완벽한 부모가 놓친 것들'
교육부가 올 3월 발표한 '2024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6세 미만 미취학 아동의 1인당 사교육비가 월 평균 30만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명 '영어유치원'(영어학원 유치부)으로 불리는 유아 영어학원의 월평균 비용은 154만5,000원이었다. 연합뉴스

다섯 살 아이에게 사인·코사인, 이차함수를 가르치는 부모. 중학생 자녀가 '기계체조로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국립대 의대에 합격하는 것'이 목표라는 부모.

일본 소아과 전문의인 저자는 진료실에서 이런 '고학력 부모'를 자주 만난다. 자녀가 어릴 때는 학교 숙제와 준비물을 대신 챙기고, 커서는 대학 수강 신청을 해주며 취업 원서까지 대신 써주는 똑똑한 부모들. 이들이 자녀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과잉 간섭'을 하는 기저에는 공통 심리가 있었다. 자신과 달리 아이가 사회에서 낙오될까 불안한 마음. 그리고 자녀의 성취를 자신의 성취와 동일시하는,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그릇된 인식이다.

신간 '완벽한 부모가 놓친 것들'의 메시지는 선명하다. "양육은 (자녀를 향한) 걱정을 신뢰로 바꾸는 여정"이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문제가 아니라면" 기다려라. 자녀가 인생에서 "결코 넘어지지 않을 지팡이" 따위란 없다. 그러면서 "성취도, 시험 점수, 통지표, 모의고사 순위, 학력과 같은 인지 능력"보다 "의욕, 자기 긍정감, 자립이나 협조, 공감 능력과 같은 비인지능력"을 발달시키는 게 양육의 우선순위라고 강조한다.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24일 2026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입시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책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한국, 일본, 중국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에서만 횡행하는 범죄라는 대목에도 주목한다. '엄마, 내가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는 보이스피싱의 단골 레퍼토리. 저자는 성인인 자녀가 급전이 필요하다며 도움을 요청하고, 이 말에 '걱정돼서' '가엾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금을 덥석 건네는 건 부모와 자식 간 '공(共)의존적' 특성이 두드러진 사회에서만 벌어지는 특유의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원제는 '고학력 부모라는 병'. '~라는 병'은 일본에서 유행하는 책 제목이다. 여기엔 본인이 고학력인 부모와 자신이 고학력이 아니라서 아이의 고학력으로 보상을 받으려 하는 부모가 모두 포함된다. 사회학자인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가 번역했다.

완벽한 부모가 놓친 것들·나리타 나오코 지음·김찬호 옮김·김영사 발행·172쪽·1만4,800원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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