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산물시장 방어엔 성공했지만 FTA 프리미엄 상실"

김형구 2025. 8. 2.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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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 미국 현지 전문가 분석
‘관세 전쟁을 피하고 미국의 거센 농산물 시장 개방 압력을 막아낸 것은 성공적, 한·미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가치가 무효화한 점은 매우 유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된 한·미 통상 협상 결과에 대한 미 현지 통상·안보 전문가들의 총평을 요약하면 이렇다. 본지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총 4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구매를 약속하는 내용의 이번 합의안이 합격점을 받을 만한지, 향후 추가 협상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리스크는 무엇인지를 짚기 위해 현지 전문가들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이 우선 높게 평가한 대목은 ‘무역 전쟁을 피했다’는 점이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소장은 31일 서면 인터뷰에서 “15%의 상호관세율에 한국의 주력 분야인 자동차에서도 15% 관세를 확보한 것은 의미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커틀러 부소장은 “미국이 강도 높게 요구해온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및 쌀 시장 개방 요구에 성공적으로 맞섰다”며 “한국에 매우 민감한 분야인데 효과적으로 방어한 것”이라고 평했다.

미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와 앤디 림 부국장은 이날 공개한 리포트를 통해 “관세 전쟁을 피하는 협정은 어떤 것도 원칙적으로 좋은 것”이라고 짚었다. 이들은 상호관세율과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앞선 일본·EU 합의 사례를 감안할 때 15%를 넘는 상호관세는 한국으로선 실패로 간주됐고, 25%의 자동차 관세가 한국의 자동차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할 때 15%로 낮추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는 점에서다.

한국이 미국과 FTA 체결국이라는 지위에서 마땅한 대우를 받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한·미 간에 이른바 ‘합의’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협상 결과 양국 FTA가 폐기된 것은 상당히 아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1930년대 이후 미국이 강조해온 규칙 기반 글로벌 무역 시스템에서 완전히 이탈한 것”이라고 규정한 뒤 “앞으로 어떤 파트너 국가도 미국과의 협정에서 신뢰나 믿음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도 전문가들의 평가가 일치했다. 차 석좌와 림 부국장은 한국이 1000억 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등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기로 한 약속과 관련해 “LNG 구매가 신규 주문인지, 중동의 기존 주문 물량을 미국으로 돌린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며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한국의 협력 여부도 뚜렷하지 않다”고 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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