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술 탈취 방지' 시험대 오른 한성숙 장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피 같은 기술을 뺏겨도 속앓이만 할 뿐이죠.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기술 분쟁을 수년간 지켜본 업계 관계자가 털어놓은 현실이다.
대기업은 투자·공동개발을 명목으로 스타트업 기술을 들여다본다.
대기업은 사업성 평가를 빌미로 스타트업의 기술 자료부터 시제품, 알고리즘 구조까지 세밀히 들여다본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상생 위한 '협업 설계도' 내놔야
안정훈 테크&사이언스부 기자

“피 같은 기술을 뺏겨도 속앓이만 할 뿐이죠.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기술 분쟁을 수년간 지켜본 업계 관계자가 털어놓은 현실이다. 대기업은 투자·공동개발을 명목으로 스타트업 기술을 들여다본다. 거래가 무산되면 곧바로 유사 제품을 출시한다. ‘기술 탈취’가 되풀이되는 구조다. 스타트업들은 피해를 보더라도 대응할 여력이 없어 그대로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이런 ‘기술 침해의 그림자’가 날로 짙어지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스타트업 기술 침해 신고 건수는 35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5건에서 2024년 12건으로 해마다 느는 추세다. “공식 통계에 잡히는 수치일 뿐 실제 피해 사례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추측이다. 피해 사실을 입증할 자신이 없거나 향후 거래를 고려해 문제 제기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거래 구조가 처음부터 불공정하게 짜여 있다고 호소한다. 대기업은 사업성 평가를 빌미로 스타트업의 기술 자료부터 시제품, 알고리즘 구조까지 세밀히 들여다본다. 스타트업이 뒤늦게 법적 대응을 시도하려고 해도 자금·인력·법률지원 모두 열세다.
국내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계약서 한 줄, 조항 하나에도 기술이 줄줄 새 나간다”며 “정부의 사후 지원정책만으로는 버틸 수 없고, 초기 단계부터 기술을 지킬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피해 입증 부담 완화, 전문가 현장 조사나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 도입 같은 근본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혁신 생태계는 버티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의 대책은 사후 피해 구제에만 맞춰져 있는 실정이다. 중기부는 기술 침해 사실이 확인되면 법률·소송 지원과 조정·중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신고 철회나 장기 조사 중단으로 끝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기술 침해 시 최대 다섯 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등 형사처벌이 강화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날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취임 후 첫 민관 간담회를 열고 “중소기업이 공들여 개발한 기술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은 물론 국가경쟁력과도 직결된 문제”라며 “기술 탈취 근절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처벌 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다. 대기업이 협력 자체를 꺼리면 산업 생태계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 공정한 거래 관행을 세우고, 신뢰 속에서 협업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재설계해야 할 때다. 국내 스타트업 투자의 ‘큰손’인 네이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한 장관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출장왔는데 아내가 사달래요"…외국인들 한국서 꼭 가는 곳
- "강서구 아파트 팔고 이사갈래요"…폭발한 여의도 증권가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
- "매일 15분씩 평소보다 빨리 걸었을 뿐인데"…놀라운 결과 [건강!톡]
- 한때 '부도 기업'서 대반전…대한조선, 상장 첫날 85% 급등
- "애들이 환장하고 먹는데"…폐암 발병 위험 높이는 음식 뭐길래 [건강!톡]
- 이제 미국 가기가 무섭다…40대, 공항 갔다가 '날벼락'
- '1000만원 주고 샀는데'…샤넬백 들고 예식장 갔다가 '당혹'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 "3분기 적자" 예고에 주가 15% 급락…개미들 '멘붕' [종목+]
- 상반기 분양 40% 급감…주택 공급 '빨간불' 켜졌다
- "'1억 7000만원' 제네시스 몰아야 입장"…'은밀한 공간' 어디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