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서 2500만명 굶는데 트럼프發 원조 중단… 세상은 조용”

“수단에선 세계 최대 규모의 인도적 재앙이 펼쳐지고 있지만, 세상은 놀라울 정도로 조용합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로랑 부케라(55) 수단 사무소장은 지난달 30일 본지 서면 인터뷰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가려진 수단 내전의 참상을 알리며 한국의 관심을 호소했다. 3년째 이어지는 내전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약 2500만명이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부케라 소장은 “9월은 식량난이 정점에 이르는 기근기여서 인도주의 위기가 최악의 상황이 될 것으로 우려되는데, 다른 두 전쟁에 가려져 WFP의 활동 예산도 말라가고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집권하자마자 해외 원조를 전담하는 연방 기구인 미국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없앤 것도 타격을 줬다.
부케라 소장은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자금난으로 배급량을 줄이는 ‘끔찍한 결정’을 내렸다”며 “도운 한 사람 뒤엔 다섯 명이 배고픔에 남겨졌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구호 요원들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그는 “활동가들에 대한 공격과 의도적 방해가 잇따르며 구호의 핏줄은 더욱 막히고 있다”며 “이들은 결코 공격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때 아프리카에서 가장 영토가 넓고 부강한 나라로 꼽혔던 수단은 내전과 독재·쿠데타가 되풀이되는 정정 불안으로 지금은 가장 불행하고 피폐한 나라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다. 아랍·이슬람계의 북부(수단)와 흑인·기독교계 남부(남수단)가 2011년 분리돼 만성적 인종·종교 갈등이 잦아들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2019년 독재 정권이 축출되고 새 정부 수립 과정에서 다시 군부 쿠데타가 벌어졌고, 2023년 4월부터 정부군과 반군 간의 새로운 내전으로 번져 15만명이 목숨을 잃고 1300만명이 난민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부케라 소장은 “치안 상황이 악화되면서 위험한 식량 수송 대신 휴대전화로 돈을 보내 주민들이 직접 물품을 구입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의 공여금이 재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단순 공여국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 나서주길 기대한다”며 “한국과의 협력은 가장 취약한 곳에 희망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벨기에·부룬디 국적을 가진 부케라 소장은 WFP에서 3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소말리아·예멘·에티오피아 등 내전으로 황폐해진 위험 지역을 누볐다. 고국 부룬디는 1962년 독립 뒤 내전과 종족 간 무력 충돌이 되풀이되는 상황 속에 빈곤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WFP 내에서는 “아프리카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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