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를 든 고려인 한국어 교사들… 고국에서 외쳐본 “대한 독립 만세!”
3주간 한국史·태극기 만들기 배워

“독립선언은 정의와 인도, 생존, 존엄을 위한 민족의 요구다.”
지난달 25일 오후 5시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교수회관에서 고려인 박 예브게니아(42)씨가 3·1절 독립선언문을 읽어 내려갔다. 양손에 태극기와 러시아 국기를 각각 들고 있었다. 이어 러시아어 등 4국 언어로 번역한 선언문을 읽었다. 이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20~60대 ‘한국어 교사’ 20명이 흰 두루마기를 입고 만세 포즈를 하며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이들은 19세기 연해주에 정착했다가 소련 당국에 의해 시베리아 등으로 강제 이주돼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이다. 각자 국가에서 ‘고국의 언어’를 가르치는 이들은 지난달 11일부터 3주간 재외동포청 산하 재외동포협력센터 초청으로 한국을 찾아 한국 문화와 역사를 배웠다.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독립선언문 낭독, 천안 독립기념관 방문, 대형 태극기 만들기 등의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전날 오후 교사들은 핸드 프린팅(hand printing)으로 대형 태극기를 만들기도 했다. 태극 문양이 완성되자 “트로가첼노(감동적이다)” “아즈 시에르체 비요차(심장이 두근거린다)”라는 러시아어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태극기의 문양과 역사 등을 배울 때는 고개를 끄덕여 가며 필기했다.
강제 이주 직후 고려인들은 한국어 사용이 금지돼 가정에서만 한국어를 썼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고려인 후손들의 한국어 실력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현지 기업 등에서 한국어 통역 업무를 하게 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한국어 교사’를 자처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고려인 3세로 카자흐스탄에서 30년째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 울리아나(52)씨는 “매일 한글로 쓰인 고려인 신문 ’레닌기치’를 읽었던 아버지를 보면서 30년 전 한국어를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앞으로도 카자흐스탄에 한국어 씨앗을 계속 뿌려나가고 싶다”고 했다.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의 한 한글 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고려인 4세 김 베로니카(22)씨는 “한국어가 곧 고려인의 정체성이란 생각을 가지고 한국어뿐만 아니라 3·1운동 같은 한국 역사와 문화도 풍성하게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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