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성장호르몬이 부족해도 키가 자랄 수 있을까?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성장호르몬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받은 순간, 많은 부모들은 “그럼 주사를 맞아야겠군요”라고 반응한다. 성장 문제는 곧 호르몬 문제이고, 호르몬 수치가 낮으면 외부에서 채워야 한다는 전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 우리는 그보다 중요한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한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마주한다. “왜 이 아이는 성장호르몬이 부족해졌는가?” 그 원인을 찾고 해결하지 않는다면, 외부에서 주입한 호르몬만으로는 근본적인 성장 회복이 어렵다.
성장호르몬은 뇌의 시상하부-뇌하수체-간을 거쳐 분비되고 작용하는 복잡한 경로를 가진다. 이 작용은 아이의 수면, 운동, 식습관, 정서 상태, 면역 기능 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즉, 아이가 자라는 환경 자체가 건강하지 못하면= 호르몬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한의학은 바로 이 복합적인 성장 환경의 문제에 접근한다. 단순히 성장호르몬 수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몸 전체의 리듬과 기능을 조율하고 회복시키는 방향이다.
한방 성장치료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 첫째, 수면-소화-정서-활동 등 전반적인 성장 환경을 평가하고, 둘째, 비위(소화기)의 허약, 신(腎)의 기운 저하, 기혈 순환 정체 등 체질적 약점을 진단한 뒤, 셋째, 성장판 자극과 면역 보강, 수면 질 향상을 함께 고려한 맞춤형 성장 한약과 생활 지도를 병행한다.
이러한 치료는 성장호르몬 결핍이 ‘진단명’으로 주어졌더라도 성장판이 열려 있고, 회복 가능한 환경이 존재한다면 충분히 예상보다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길이다.
최근 일부 방송에서 성장호르몬 치료에 대한 과잉 논란이 제기되며, 무분별한 투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치료의 선택이 아니라, 진단의 정밀도와 치료의 방향성이다. 한 아이의 성장을 돕는 일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아이가 자라날 수 있는 조건을 회복시켜 주는 일이다.
성장호르몬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받았더라도, 그 원인을 찾아내고 회복시킬 수 있다면,우리는 그 아이에게 더 건강하고, 더 지속적인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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