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99] 1837년이 각별한 이유

세계사 또는 각 나라 역사에서 특정 연도가 의미 있는 경우가 있다. 전쟁의 시작이나 독립, 과학적·지리적 발견, 위대한 인물이 탄생·사망한 해, 축제일 등이 대표적이다. 1837년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알려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 연도다. 전 세계의 식민지를 바탕으로 제국을 건설,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흡수하며 건축과 인테리어에서 절충주의를 유행시켰던 빅토리아 스타일이 시작된 해다. 같은 해 찰스 디킨스는 ‘올리버 트위스트’를 출간했다.
그런데 1837년은 몇몇 유명 브랜드들이 탄생한 해이기도 해서 흥미롭다. 마구(馬具)를 만드는 공방으로 시작한 에르메스가 파리에서 시작됐다. 뉴욕에서는 티파니 상점이 문을 열었다. 오늘날의 보석 명가다. 색채 연구소 팬톤(Pantone)은 ‘티파니 블루’로 불리는 특유의 브랜드 컬러를 위해서 고유번호를 부여했다. 바로 창립 연도인 ‘1837’이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팸퍼스 기저귀, 타이드 세제, 질레트 면도기, 올드스파이스 로션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프록터앤드갬블(P&G)도 같은 해 신시내티에서 창업했다. 포르투갈을 여행하면 꼭 들러야 하는 곳으로 알려진 원조 에그타르트 집 ‘파스테이스 드 벨렘’ 역시 같은 연도에 문을 열었다. 싱가포르의 차(茶) 브랜드 TWG는 상호 앞에 ‘1837’을 첨가했다. 회사는 2008년 설립됐지만 싱가포르가 차와 허브의 무역 중심지로 개항된 해가 1837년이라는 설명이다. 이 연도가 붙으면 왠지 럭셔리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뉴욕의 월스트리트 지역에 스테이크 하우스 ‘델모니코’가 있다. 역시 1837년 현재 위치에 오픈했다. 이때는 뉴욕이 금융의 중심지로 부상하기 훨씬 전이다. ‘델모니코 스테이크’와 ‘에그 베네딕트’라는 메뉴를 탄생시켰을 뿐 아니라 서비스의 격식을 갖춰 미국 고급 레스토랑의 표본을 마련한 곳이다. 오늘날 뉴욕과 미국 전역의 많은 스테이크 하우스가 이 레스토랑을 모델로 만들어졌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작가 마크 트웨인 등을 단골로 둔 이 유서 깊은 레스토랑의 셰프는 현재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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