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러 한국 왔는데 돈 떼였어요" 필리핀 노동자 91명 집단체불, 고용부 전담팀 구성

최나실 2025. 8. 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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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시의 한 농장에서 일하던 여성 이주노동자 A씨는 식재료 외에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일했다.

강원 양구군 농가에서 일하던 외국인 계절노동자 91명이 '집단 임금체불' 진정을 접수한 지 하루 만에 고용노동부가 전담팀을 꾸렸다.

1일 고용부에 따르면 김영훈 장관은 양구군 농가에서 2023년과 2024년 일한 필리핀 계절노동자들이 제기한 집단 임금체불 진정 사건과 관련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강원지청에 전담팀 구성을 이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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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양구군 집단체불에 전담팀 구성
브로커의 중간착취··· 피해액 20억 추산
외국인 임금체불, 매년 1000억 원 넘어
경기 이천시의 한 농장에서 일하던 여성 이주노동자 A씨는 식재료 외에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일했다. "땅을 팔아서라도 밀린 월급을 주겠다"던 농장주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 비자에 따라 A씨가 한국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은 4년 10개월. 이 가운데 3년 이상을 먹을 것을 살 돈만 받고 견뎠는데 귀국 시기가 다가오자 농장주는 A씨가 일한 시간을 기록해 온 수첩을 빼앗아 불태워버렸다.

이주인권단체 '지구인의 정류장' 상담 사례
지난달 9일 경기 포천시의 한 농장에서 베트남 이주노동자가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얼굴을 가리기 위해 전통모자를 쓴 채 노동을 하고 있다. 포천=최주연 기자

강원 양구군 농가에서 일하던 외국인 계절노동자 91명이 '집단 임금체불' 진정을 접수한 지 하루 만에 고용노동부가 전담팀을 꾸렸다. 최근 2년간 이 지역 계절노동자(진정 참여 노동자 포함)들이 떼인 돈은 2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스리랑카 노동자를 한국인 동료들이 지게차에 묶어 인권 유린한 사건에 이어 외국인 노동자를 표적으로 삼은 부당행위가 또 터지자 빠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임금체불을 당하는 외국인 노동자 비율은 내국인의 3배인 데다, 체불액수는 2019년 이후 매년 1,000억 원 규모를 넘고 있다.


고용부 전담팀 "브로커 중간착취 수사"

권영국(가운데) 정의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차별적 법제도 철폐 촉구 전국이주인권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고용부에 따르면 김영훈 장관은 양구군 농가에서 2023년과 2024년 일한 필리핀 계절노동자들이 제기한 집단 임금체불 진정 사건과 관련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강원지청에 전담팀 구성을 이날 지시했다. 고용부는 "빠른 시일 내 이번 사건의 발생 경위와 체불 금품을 집중 조사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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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노동자는 농번기에 부족한 일손을 단기(최대 8개월)로 해외에서 데려오는 제도다. 양구군 같은 국내 지자체와 해외 지자체가 직접 업무협약(MOU)을 맺어 인력을 도입하는데 노동자 모집·선정·송출 과정에서 브로커 개입은 금지된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양구군과 필리핀 지자체 사이에 국내 한 업체가 끼어들어 수수료를 챙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는 브로커가 외국인 노동자 1명당 기본 수수료로 6만 페소(약 144만 원)를, 노동자의 한국 체류 기간 연장 시 매달 1만 페소(약 24만 원)를 '중간착취'한 것으로 파악했다. 외노협 측 설명에 따르면 진정에 참여한 91명의 체불액은 총 2억2,000만 원대로 잠정 집계됐고, 2년 동안 일한 모든 계절노동자로 범위를 넓히면 피해 액수가 2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고용부는 임금체불뿐 아니라 브로커의 중간착취에 대해서도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외국인 노동자 체불 비율, 내국인 3배

국내 외국인 노동자는 지난해 처음 100만 명을 넘는 등 한국 사회의 중요한 일손이자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와 임금체불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외국인 노동자의 언어 장벽, 이들이 한국 법·제도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악용하는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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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했던 '임금체불 피해 이주노동자 실태 및 구제를 위한 연구 용역' 보고서를 보면 설문에 참여한 이주노동자의 90%가 "임금체불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체불 피해를 본 경우 평균 체불액은 663만 원이었다. 지난해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 분석 결과, 외국인 노동자 중 임금체불 비율은 1.6%로 내국인 노동자 체불 비율(0.58%)의 약 세 배였다.

국가인권위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농축산어업 이주노동자가 더욱 임금체불 취약성에 노출돼 있다"면서 "고의적·악의적 상습 체불에 대해 엄격한 제재와 (체불) 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농촌 지역의 외국인노동자는 단순한 보조 인력이 아닌 우리의 이웃"이라며 "책임자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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