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안목은 독서에서 오고, 체험은 작품의 밑받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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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겨울, 한국 문단에 기름 부어지듯 등장한 '박완서'라는 이름은 정말이지 혜성처럼 갑자기 등장한 세 글자였다.
'여성동아' 장편 공모에 소설 '나목'이 당선되면서 단숨에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이후 매년 한 권 이상의 책을 집필했고 장편이든 단편이든 모든 책이 대내외적인 주목을 받아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한 편의 소설이 완성되기까지의 감정을, 그는 산고의 고통이라고 표현한다.
소설 '나목'에 대한 그의 기억은 이 책의 곳곳에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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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겨울, 한국 문단에 기름 부어지듯 등장한 '박완서'라는 이름은 정말이지 혜성처럼 갑자기 등장한 세 글자였다. '여성동아' 장편 공모에 소설 '나목'이 당선되면서 단숨에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이후 매년 한 권 이상의 책을 집필했고 장편이든 단편이든 모든 책이 대내외적인 주목을 받아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가 '나목'을 발표했던 나이 마흔 살까지 습작기를 거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서울대 학생이었지만 6·25전쟁으로 학업은 진작에 관뒀고 가족조차 그가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평범한 삶이었다.
이 책 '박완서의 말'에서 당시의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축적된 에너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습작을 많이 한 것도 전혀 아니고 남다른 파란만장한 체험을 가졌다고 할 수도 없다. 내 식구들마저 내가 '나목'이 당선되기까지 글을 쓰는지조차 몰랐다."
그의 즐거움은 쓰기보다는 읽기였다. 잠들기 전 반드시 다른 사람의 작품을 독서하는 버릇이 있었다. "소설의 안목은 독서에서 오고, 체험은 작품의 밑받침이 된다"는 게 그의 원칙이자 작품 세계 원천이자 전부였다. 작품은 주로 새벽에 썼다. 한 편의 소설이 완성되기까지의 감정을, 그는 산고의 고통이라고 표현한다.
"원고지 위에 써내려가기까지 굉장한 산고를 겪는다. 누가 곁에 있어도 안 되고 상이 완전히 읽히기까지 스스로 들들 볶이는 편이다. 구상은 길고 쓰는 기간은 짧다."
소설 '나목'에 대한 그의 기억은 이 책의 곳곳에서 발견된다.

'나목' 이전에 그가 쓰려고 했던 글은 사실 논픽션이었다. 하지만 논픽션에는 '거짓'이 들어가선 안 되는 일종의 결벽증이 작용했고, 이 때문에 '거짓을 보탤 바엔 소설로 쓰자'는 생각에 소설로 방향이 바뀌었다. 극도로 궁핍했던 박수근 화가와 만났던 스무 살의 기억이 '나목'의 정서를 이룬다.
"서울대엘 다니다가 학업을 중단하고 박수근 씨와 1년간 PX에서 일했다. 가난했던 그가 죽고 나서 그의 그림값이 매우 비싸졌다는 얘길 듣고 분노감마저 들었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는 사랑이 있는 시대를 살아본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 역사에 사랑이 개입된 적도, 정치에 사랑이 개입된 적도 없다는 것. 진정한 사랑을 체험한 권력자도 없으며 그런 권력자 곁에는 사랑이 아니라 '첩과 기생'이 있지 않았느냐고도 반문한다. 그런 점에서 박완서 작가는, 작가란 사랑을 '회복'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냐고, 사랑의 능력을 되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작가는 사랑이 있는 시대, 사랑이 있는 정치, 사랑이 있는 역사를 꿈꾸는 사람이다. 사랑이 가슴에 차 있지 않은 사람에게서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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