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저하는 안보 위협”… 트럼프, ‘미국판 체력장’ 12년 만에 부활 행정명령

유진우 기자 2025. 8. 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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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각)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폐지됐던 ‘대통령 체력장(Presidential Fitness Test)’을 12년 만에 다시 실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강한 미국’ 재건을 기치로 아동 비만과 청소년 체력 저하 문제에 국가가 직접 개입하겠다는 신호다. 하지만 획일적 경쟁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미국 사회가 다시 한번 ‘국가 주도 신체 관리’ 논쟁에 휩싸일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뉴욕 자이언츠 전 라인배커 로렌스 테일러(우)가 2025년 7월 31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악관은 이날 공개한 행정명령에서 “미국 건강과 체력 저하가 미국 생명력과 장수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정책 도입 배경을 명확히 했다. 이어 “비만, 만성 질환, 비활동, 영양 부족 비율은 특히 우리 아이들 사이에서 위기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추세가 “우리 경제, 군사 준비태세, 학업 성취도, 국가 사기를 약화시킨다”고 행정명령에 명시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7년에서 2020년 사이 미국 아동·청소년 19.7%(약 1470만명)가 비만 판정을 받았다. 비만으로 인한 연간 의료 비용은 1730억 달러(약 240조원)에 육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체력장은 미국의 훌륭한 전통이었고, 우리는 그 전통을 다시 되찾았다”고 했다. 체력장 부활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부터 추진한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Make America Healthy Again)’ 캠페인 연장선상에 있다. 행정명령에 따라 신설하는 대통령 스포츠·피트니스·영양 위원회는 유명 골퍼 브라이슨 디샘보가 의장을 맡았다. 위원회 위원으로는 유명 미식축구(NFL) 선수 해리슨 벗커, 미식축구 명예의 전당 헌액자 로렌스 테일러, 프로레슬링 스타 폴 ‘트리플 H’ 레베스크 등이 참여해 정책 추진에 힘을 싣는다.

미국 육상선수 에밀리 매케이가 2025년 7월 31일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린 미국 육상 선수권 대회 여자 1500m 경기 1라운드에서 3차 예선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대통령 체력장은 1956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행정부 시절 시작했다. 당시 유럽 아이들보다 미국 아이들 체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에 미국 정부는 충격을 받고 ‘대통령 청소년 체력 위원회’를 만들었다. 이후 1966년 린든 존슨 대통령 때 공식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팔굽혀펴기 40회, 턱걸이 10회, 1마일(약 1.6km) 달리기 6.5분 등 기준을 통과하면 대통령 명의 상장을 받았다.

2012년 오바마 행정부는 56년 동안 이어졌던 이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획일적인 기준으로 학생들을 서열화하고, 운동 신경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소외감과 수치심을 준다는 비판이 이유였다. 대신 개인별 건강 상태에 맞춰 목표를 설정하는 ‘피트니스그램(FitnessGram)’을 도입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경쟁보다 개인의 건강한 삶에 초점을 맞춘 조치”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체력장을 재실시하면서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백악관은 행정명령에서 ‘강인함과 활력, 탁월함의 국가 문화 창조’를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내년 미국에선 건국 250주년에 맞춰 라이더컵(골프), FIFA 월드컵(축구), LA 올림픽 등 대형 국제 스포츠 행사가 줄지어 열린다. 백악관은 “스포츠에서 미국이 가진 세계적 지배력을 과시하고 모든 세대 미국인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체력 증진을 국가적 자부심 고취와 국력 과시 수단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셈이다.

LA28 회원, 지방 정부 관계자, 미국 올림픽 선수들이 40년 만에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오는 공식 올림픽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여전히 이를 두고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로라 리처드슨 미시간대 운동과학과 교수는 AP에 “시험 하나만으로는 미국 아이들을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을 점수로 평가해 상을 주거나 낙인을 찍지 말고, 개개인에게 맞는 개선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AP는 전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산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설탕과 가공식품 비중이 높은 식품업계는 타격이 예상된다. 학교 급식을 포함해 아동 대상 식품에 대한 규제 강화 압력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스포츠 의류·용품, 웨어러블 기기, 청소년 피트니스 프로그램 등 관련 산업은 수혜가 기대된다고 CNBC는 전했다. 미국 청소년 스포츠 시장은 연간 300억~400억달러(약 42조~56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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