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보내드리는 게 맞나요”...폭염 속 쓰러진 어머니는 돌아오지 못했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는 어린 두 남매를 건사했다. 두 남매가 장성한 이후에도 어머니는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았고, 폭염 속 건설현장에서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건강을 생각하셔서 더운 날엔 쉬시라 했는데, '조금이라도 벌어야 너희 부담이 덜하지' 하시면서 나가셨어요. 왜 더 강하게 만류하지 못했는지..."
외지에서 생활하던 중 갑작스레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A씨(40대)는 황망함에 더해 깊은 자책에 잠겨있었다.
지난 7월 28일 오전 8시 49분께 제주시 아라일동의 한 공사현장에서 60대 여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어머니는 건물 외벽 시멘트 외장줄눈 작업을 수행 중이었다.
사고 당시 그녀는 공사장 4층에서 홀로 작업 중이었다. 각 층마다 다른 작업자들이 배치된 구조였다는게 현장의 설명이었다.
발견도 늦어졌다. 아랫층에서 올라오던 작업자가 쓰러진 모습을 발견했을 땐 이미 심장이 멎은 상태였다. 급히 출동한 119구급대원에 의해 CPR이 시작됐고, 제세동기와 약물처치까지 동원됐지만 차도가 없었다.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던 어머니는 결국 하루를 채 버티지 못하고, 이튿날 새벽 세상을 떠났다.
의료진이 밝힌 사인은 급성 허혈성 심장병. 갑작스러운 심장 혈류 차단으로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특히 고온 노출 시 탈수, 혈액 농축, 심혈관계 부담이 겹치며 위험은 더 높아진다.
경찰에 따르면 오전 시간임에도 당시 사고 현장의 기온은 30도를 넘어섰고, 제주시 낮 최고기온은 33.5도에 달했다. 이는 평년보다 3도 이상 높은 수치다. 구름마저 거의 없어 햇볕이 내리쬔 고층 건물엔 복사열까지 더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머니는 평소 건강했다. 사소한 병치레도 없이 근 몇 년간 병원을 다녀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 전날 저녁까지 아들 내외·손자와 영상통화를 주고받았다. 아들로부터 머지 않은 복날에 맛있는 것 챙겨드시라는 인사와 함께 용돈을 건네받기도 했다.
"경제적으로는 남은 여생 편히 쉬셨어도 됐어요. 그간 너무 고생하셨던 것을 아니까요.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싶었었는데, 이렇게 마지막이 될 줄은..."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는 건 산재 인정의 벽이다. 최종 사인으로만 판단할 시 근무환경에 의해 숨졌다고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게 사측의 입장이다. '일사에 의한'이라는 의학적 근거가 없고서야 인과 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오롯이 유족들의 몫이다.

어머니는 하청업체 소속으로 해당 현장에서 일하던 중이었고, 원청 측은 산재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장례비와 위로금을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는게 유족의 설명이다.
"어머니의 죽음을 두고 시끄럽게 하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이렇게 보내드리는 게 정말 맞는 건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기온이 오를수록 급성 심혈관계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는 수차례 보고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폭염 속 장시간 노동은 심근경색, 뇌졸중 등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온열질환으로 의심되지만, 온열질환으로는 남지 못한 죽음. 곳곳에서 온열질환 환자가 보고되곤 있지만, 어머니의 사례는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그 경계에 선 한 여성 노동자의 마지막 하루는 복사열이 가시지 않은 철근 더미 어딘가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