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크리스토퍼 놀란으로부터 온 메일… 이걸 믿어,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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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한 권을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가슴에 닿으면 '성공'이라고 합니다.
영화 '오펜하이머', '다크나이트' 등을 연출한 그 놀란 감독 맞습니다.
그의 연재 담당 편집자였던 김화진 작가마저 "언제까지 오한기가 소설이라면 소설이라 믿고, 에세이라고 하면 에세이라 믿으며 그의 글을 읽어야 하냐"며 "나는 이제 오한기를 믿지 않기로 했다"고 해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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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한 권을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가슴에 닿으면 '성공'이라고 합니다. 흔하지 않지만 드물지도 않은 그 기분 좋은 성공을 나누려 씁니다. '생각을 여는 글귀'에서는 문학 기자의 마음을 울린 글귀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나는 루틴이 중요한 타입이다. 차기작 시나리오를 집필 중인데, 글을 쓰는 동안 양복을 입고 음식을 먹지 않고 화장실을 가지 않는다. 그리고 자존심 상하지만…… 빌어먹을! 격주로 민음사 블로그에 올라오는 당신의 에세이를 읽곤 했다. 그러나 당신이 에세이 연재를 그만두고 난 뒤 아무런 시퀀스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카데미를 휩쓸고 영국 기사 작위를 받았지만 행복하지 않다. 당신은 미래 인류 문화유산 손실의 주범이다!'
소설가 오한기는 자신의 에세이집 '소설 쓰기 싫은 날'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으로부터 받은 메일의 몇 문장을 발췌해 이렇게 소개합니다. 영화 '오펜하이머', '다크나이트' 등을 연출한 그 놀란 감독 맞습니다. 책도 실제 저자가 민음사 블로그에 2023년 9월부터 격주로 18차례 연재했던 에세이를 엮은 겁니다. 앞서 작가는 "놀란이 지난달 '오펜하이머' 때문에 내한했을 때 커피 한잔하자고 했는데 귀찮아서 답을 하지 않았다"고도 씁니다.
…… 이걸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의 연재 담당 편집자였던 김화진 작가마저 "언제까지 오한기가 소설이라면 소설이라 믿고, 에세이라고 하면 에세이라 믿으며 그의 글을 읽어야 하냐"며 "나는 이제 오한기를 믿지 않기로 했다"고 해버리죠. "소설에 가까운 에세이"라는 게 저자의 항변입니다. "모든 게 사실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실이 아닌 것은 없다"는 거죠.
'소설 쓰기 싫은 날'의 일상은 매일이 판박이입니다. 작업실에 도착해 노트북을 열면 루틴처럼 '서울역은 변기 뚜껑이다' '29층은 애국가 같다' 유의 묘사 연습부터, 주린 배는 동태찌개 백반, 파파이스 햄버거 등으로 채웁니다. 그리고 언제나 다시 책상 앞에 앉습니다. "하기 싫은 걸 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게 맞는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면 안 된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게 맞는 거야?" 소설 쓰기 싫은 날, 그러니까 일하기 싫은 날, 이 책을 읽으면 되겠습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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