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번째 서귀포문학상, 윤봉택 ‘노박덩굴의 연(緣)’ 수상

김찬우 기자 2025. 8. 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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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박덩굴 소재, 인간 내면 교감 순간 섬세하게 포착”
노박덩굴 수꽃차례. 사진=문성필 시민기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향토 시인 윤봉택이 쓴 '노박덩굴의 연(緣)'이 15회 서귀포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서귀포문인협회(회장 정영자)는 15회 서귀포문학상 심사위원회를 열고 서귀포문학 39호에 발표된 작품 가운데, 윤봉택 시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만장일치 선정했다.

심사는 위원장 한천민 동화작가·시인을 필두로 송인영 시조시인, 강영란 시인, 이봉길 소설가, 강정만 수필가 등 위원이 맡았다. 이들은 선별해 둔 작품들을 후보작으로 추천했다. 

서귀포문학 39호에 실린 시 8편, 시조 1편, 동화 1편, 수필 2편 등 모두 12편이 1차 후보작으로 올랐으며, 최종 후보작 3편이 압축된 가운데 '노박덩굴의 연(緣)'이 만장일치 선정됐다.

심사위원회는 수상작 '노박덩굴의 연(緣)'에 대해 나날이 삭막해지는 시대 노박덩굴을 소재로 인간 내면의 교감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으로 평가했다. 

겨울의 적적하고 고요한 풍경 속 정겹고도 애처로운 시어들로 짜낸 하나의 태피스트리 같은 작품으로 등단 34년차 시인의 내공이 만만치 않게 잘 드러났다는 데 모두 뜻을 같이했다. 

노박덩굴의 연緣
- 윤봉택 -

정월 숲의 소리가 고요하다.

솔잎에 머물던
날 선 바람이 노박덩굴 따라 
내려서는 오후

그리운 게 시간이었구나

홀로 설 수 없는 천형으로
길섶에서 그대를 만나
한 올 풀어 수피를 안고
두올 엮어 매듭짓는
연의 마디마디마다 온 겨울 시리게
오목가슴으로 스며들더니

왕본지낭 고장으로 피는
법쟁이 하늘이 붉다.

*왕본지낭 : 노박덩굴의 제주어
*고장 : 꽃의 제주어
*법쟁이 : 서귀포시 하원동 산1-1번지에 있는 오름

심사위는 '한 올 풀어 수피를 안고/ 두올 엮어 매듭짓는'이라는 시구는 단순한 식물의 이미지가 아니라 관계와 기억, 시간의 결을 엮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빼어난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윤봉택 시인은 "서귀포를 삶의 텃밭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문학인들에게 있어 향토 서귀포 문학상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며 "서귀포에서의 문학은 모두가 진솔한 마음으로 늘 깨어 있는 의식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음에 상의 의미 또한 배가된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러면서 "함께 문학을 즐기는 시민과 문학인 모두가 성원해준 은덕이 없었으면, 어찌 감히 서귀포 문학상을 받을 수가 있었겠나"라며 지금보다 더, 늘 낮은 자세로 뒤에서 또 뒤에서 탐라 섬의 그리움과 서귀포의 말씀을 글월로 빚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서귀포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9월 20일 열리는 서귀포문학제에서 이뤄진다. 
윤봉택 시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출생인 윤봉택 시인은 출가한 뒤 1974년 해인사 승가대학 대교과(15회)를 졸업하고 2007년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및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법호는 상민(相民)이다.

1991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제주바람)이 당선, 등단했고 강정마을에서 포교 활동을 하면서 농사를 짓다가 서귀포시청 문화재 전임연구원으로 23년 공직 근무를 마쳤다. 2012년 제9회 대한민국 문화유산상 대통령상, 2024년 제3회 문학 아시아 2024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5년에는 사단법인 한국예총서귀포지회 14~15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2021년에는 서귀포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현재는 쌍계암 삼소굴에서 명상·간경·수행하면서 시민과 함께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