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돌봐야 해"… 불타는 숲에서 살아남은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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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만화가 일상인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사이로 책장을 끼워가며 읽는 만화책만의 매력을 잃을 수 없지요.
산호 작가의 아름다운 그래픽 노블 '그리고 마녀는 숲으로 갔다'는 우리가 두려워하는 바로 그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물과 식량 부족으로 단수와 배급제가 일상화되면서, 때를 놓치면 소면 한 그릇 삶아 먹기도 어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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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만화가 일상인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사이로 책장을 끼워가며 읽는 만화책만의 매력을 잃을 수 없지요. 웹툰 '술꾼도시처녀들', 오리지널 출판만화 '거짓말들'의 만화가 미깡이 한국일보를 통해 감동과 위로를 전하는 만화책을 소개합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거리로 나서면, 살갗을 태울 듯 작열하는 햇살을 피할 그늘 한 조각 찾기도 어렵다. 원래 이렇게 그늘이 없었나, 고개를 갸웃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몸을 식히러 카페에 들어갔다. 2층 창가에 앉아 거리를 내려다보다가 깨달았다. 나무가 없구나. 아니, 있긴 하지만 가지치기를 바짝 해놔서 그늘을 만들어주지 못하는구나. 이제 사람들은 나무 그늘 아래서 땀을 식히는 대신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가 에어컨 바람을 쐬고 나온다. 1,000원이면 생수 한 병 사들고 나올 수 있으니, 아직은 살 만한 걸까? "300㎖에 8,800원짜리 생수 캔"을 마시게 되는 날은, 아직은 조금 먼 미래일까?
산호 작가의 아름다운 그래픽 노블 '그리고 마녀는 숲으로 갔다'는 우리가 두려워하는 바로 그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극심한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로 인해 자연은 병들고 황폐해졌다. 물과 식량 부족으로 단수와 배급제가 일상화되면서, 때를 놓치면 소면 한 그릇 삶아 먹기도 어려운 세상. 원두 재배도 금지되어 커피 한 잔의 여유는 이제 과거 속으로 밀려나고 있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식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신품종 작물 개발이 절박해지자, 사람들은 한때 자신들이 버리고 유폐했던 '만신나루'에 다시금 눈을 돌린다.

만신나루. 대대로 자연의 힘과 연결된 여자들이 사는 곳. 눈짓 한 번에 파도를 재우고, 손짓 한 번에 숲을 세웠다는 어머니들이 무성한 숲을 이뤄놓은 땅이다. 그 피를 이어받은 딸들의 힘은 자연의 쇠락과 함께 이제는 싹을 좀 잘 틔우는 정도로 약해졌지만, 여전히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마녀'로 등록되어 통제받는다. 스무 명 남짓 되는 마녀들은 그마저도 마름병에 걸려 서서히 멸종되는 중이다. 오래도록 두려움과 경멸의 대상이 되어 울타리 안에 갇힌 마녀들은, 그저 밭을 가꾸고 서로를 돌보며 조용히 살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그들에게 다시 손가락질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저곳만 나무가 무성하다니 참 이기적인 여자들이라고. 그 능력을 이용해 식량 위기를 해결하라고. 우리를 위해, 좀 희생하라고.
사실 이 마녀들은 20년 전 마을을 삼킨 정체불명의 화염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다. 그 사고로 어머니들을 잃었고 깊은 상처와 흉터, 통증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 그들, 사회적 약자를 향한 세상의 폭력은 낯설지 않다.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희생자와 생존자에게 따라붙던 비난과 책임, 침묵에의 강요. 희생을 당연시하는 목소리들. 실제로 벌어졌던, 지금도 진행 중인 일들이 하나둘씩 떠올라 책장을 넘기며 괴롭기도 했지만, 끝내 이야기는 희망을 더듬는 결말로 나아간다. 불타고 말라 죽은 잎 사이로 기어코 살아남은 열매가 붉게 익어가는 풍경은 깊은 위안을 준다. 그녀들이 뭘 어떻게 했냐고? 늘 해왔던 대로 했다. 서로를 가여이 여기고, 품어주고, 사랑하고, 연대하며 살아남는 방식으로.
미깡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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