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중복상장 탓에 엘에스이 IPO 난항...엘티씨, 주주 설득 시험대
"주주가치 훼손" 소액주주연대 반발에 난항
중복상장 규제 공백 속 회사와 주주간 갈등 지속

코스닥 상장사 엘티씨가 자회사 엘에스이의 기업공개(IPO)를 둘러싼 중복상장 논란 속에서 주주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둘 다 상장할 때 이와 관련된 명확한 사회적 합의나 제도적 기준이 부재해 회사와 주주 모두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주환원책 꺼낸 엘티씨
엘티씨는 3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2차 주주 간담회를 열어 자회사 엘에스이 상장의 당위성과 주주 보호 방안 등을 설명했다. 주주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10일 1차 주주 간담회에 이어 두 번째다.
회사는 이 자리에서 주주환원정책을 구체화했다. 엘에스이 공모주식의 10%를 엘티씨 일반주주에 한해 현물배당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배당성향을 15% 이상으로 확대하고 엘티씨가 받게 되는 엘에스이 배당의 50%를 엘티씨 주주에게 배당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100~200% 수준의 무상증자를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이날 엘티씨의 주주환원책을 놓고 소액주주연대는 여전히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주식 현물배당 및 무상증자는 일회성에 그칠 뿐이라는 것이다.
엘에스이는 지난 6월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한국거래소에 청구했다. 이후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확산되며 논란이 커졌다.
일부 주주는 이번 IPO가 사실상 중복상장이라며 기업가치 훼손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엘에스이는 엘티씨가 2022년 인수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다. 엘티씨는 엘에스이 지분 46.83%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엘티씨 연결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자회사다. 엘에스이가 신규 상장하면 기존 모회사인 엘티씨의 주식 가치가 훼손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회사는 대규모 설비 투자 및 R&D(연구개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엘에스이 상장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엘티씨는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소재를 핵심 사업으로 진행하고 엘에스이는 반도체 장비 사업을 다루는 만큼 사업 중복으로 인한 ‘더블 카운팅’ 문제가 적다는 설명이다.
소액주주 연대는 엘티씨와 엘에스이를 합병한 뒤 유상증자나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라는 요구도 했다. 그러나 회사는 양사의 사업 성격이 다른 데다, 합병 이후 자금 조달 역시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시장에서는 엘에스이의 기업가치는 시장에서 3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IPO를 통해 기업가치의 20% 수준을 조달한다고 가정하면 약 6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려 하는 셈이다.
현재 시가총액이 1000억원 수준인 엘티씨가 유상증자로 600억원을 조달하려면 오히려 기존 주주의 가치 희석 문제가 더욱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존 재무적투자자(FI)의 지분율 희석 등도 문제다.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절실
거래소도 엘티씨와 주주 간 갈등을 주시하고 있다. 이번 엘에스이 상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중복상장 논란이 제기된 건이다. SK엔무브, 배터리솔루션즈, 미코세라믹스 등 다수 기업은 중복상장 논란에 부담을 느껴 상장 계획을 접었다. 이번 엘에스이 상장에 대한 거래소의 판단 기준과 대응 방향이 시장에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현행법상 물적분할 자회사의 상장에만 일부 제한이 있을 뿐, 일반적인 모자회사 동시상장에는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다. 금융당국 역시 중복상장 여부를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없어, 사례마다 주주 반응과 여론 등을 고려해 결론을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거래소는 현재 자회사 상장에 대해 큰 틀에서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모회사 주주 보호 등을 주요 심사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다. 세부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기 위해 업계 목소리를 듣고 있으나 이렇다 할 결론은 내리지 않았다.
엘에스이는 물적분할이 아닌 인수 방식으로 편입된 자회사인 데다 영업 및 경영 독립성이 확보돼 있어 직접적인 상장 제한 요인은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정부가 ‘주주가치 제고’를 정책 기조로 내세운 만큼 모회사 주주 보호 측면의 검토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자회사 IPO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사례가 향후 유사한 이슈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면서도 “사안마다 상장 적격성 판단이 달라진다면 여론이 논리를 앞선다는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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